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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박철우 "신치용 감독님께 훈련 때는 200배 더 혼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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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가 2014년 4월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7년 연속 우승을 확정짓는 블로킹을 기록한 뒤 환호하고 있다. 신치용 감독도 두 팔 벌려 기뻐하고 있다. IS 포토

 

 


'유망주' 박철우와 '감독 신치용'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약 24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이 훗날 사위-장인어른이 될 줄 전혀 몰랐다. 

박철우는 당시 기억을 더듬으며 "중3 소년체전 때 학교 선생님이 신 감독님께 '저 친구 괜찮습니다'라고 인사시켜 주셨다. 그때는 누군지도 몰라보고 그냥 인사만 드렸다"고 말했다.


박철우가 2010년 6월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삼성화재 입단식에서 신치용 감독으로부터 유니폼을 받아 입고 있다. IS 포토

 


박철우는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했지만 개인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한 2010년 7월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당시 박철우는 신치용 감독의 딸 신혜인과 교제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때였다. 박철우는 "나중에 들었는데 배구에 관심이 컸던 모 그룹 윗선에서 제 영입을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도 저와의 관계를 설명하며 모 그룹에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나타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신혜인 씨도 "아버지가 남편의 영입으로 부담스러워하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V리그 경기에서 삼성화재 박철우(가운데)가 브로킹을 성공시킨 후 고희진과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신치용 감독의 무표정이 이채롭다.

 

 


박철우는 이적 초반 부진했다. 당시 천하무적이었던 삼성화재는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삼성화재는 고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 7연속 우승을 이끈 명장 신치용 감독은 2014~15 챔피언 결정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박철우는 "감독님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술자리에서 '다행히 너 데려오고 다 우승했다. 첫해 네가 합류하고 초반에 너무 못해서 힘들었다. 압박이 컸다'고 하시더라. 실제로 제가 못 하긴 했다"고 웃었다.

박철우 "현대에선 그저 공만 때릴 줄 알았다. 삼성화재에 와서 수비아 이타적인 플레이 등 배구를 제대로 배웠다"며 "김호철(현 IBK기업은행) 감독님은 저를 키워주셨고, 신치용 감독님은 제 배구를 성장시키셨다"고 말했다.


박철우와 아내 신혜인 씨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신혜인 씨는 당시 남자 친구였던 박철우가 삼성화재로 옮긴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고 떠올렸다. 신 씨가 우려했던 대로 신치용 감독은 딸의 남자 친구라고 전혀 봐 주지 않았다. 작전 타임 때 박철우를 크게 다그치고 혼쭐내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신 씨는 "아빠가 너무 심할 정도로 (박철우를) 혼냈다"고 했다. 신 감독은 "밖에서 우리를 더 혹독한 시선으로 본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끔 더 다그쳤다"고 한다. 

박철우는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다. 훈련장에서는 거의 200배 더 많이 혼났을 것"이라며 "삼성 이적 후 2년이 지나자 '이제 선수가 됐다'고 싶으셨는지 덜 혼내셨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의 혹독한 압박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벗어난 선수가 여오현 선배님의 3개월이다. 그런데 (여오현 선배도) 눈물 콧물 다 나왔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박철우는 "가끔 장모님에게 다 일러바쳤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장인어른을 혼내셨다"고 웃었다. 신혜인 씨는 "집에 오면 아빠와 남편이 전세 역전을 보였다"고 맞장구쳤다.  


박철우와 아내 신혜인 씨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그래도 "장인어른의 명성에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장인어른이 자랑하고 싶은 사위가 되고자 더 열심히 했다"는 게 그의 진심이다. 

박철우는 은퇴 결정에 앞서 신 감독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했다. 신 감독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정도면 충분히 할 만큼 했다. 혹시 은퇴하더라도 절대 서운해하지 마"라고 응원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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