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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에서 메디컬드라마 찍은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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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_125131.jpg 9호선에서 메디컬드라마 찍은 썰


고2때 나는 엄청 마르고 뛰기를 좋아해서 학교배나 용인배 아마추어 중거리같은거 나가고 그랬었음. 그날도 학교배 하프마라톤 준비하려고 운동하고서 집가는 길이었음.

9호선 타고 집으로 가려는데, 친구들이 랭겜뛰자 하길래 안좋은 몸을 이끌고(당시까지는 뭐 너무 열심히 해서 좀 답답한줄 알았음) 피시방쪽으로 향함.

근데 전철을 타고 조금 지나기 시작하니까, 기침이 계속 터짐, 마치 목감기 걸렸는데 기침 너무 많이 해서 가슴까지 아픈것처럼 가슴도 아려왔음. 그때까지도 그냥 기침 나오나보다 싶었지 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음.

초가을이라 학교 체육복 반바지에 펑퍼짐한 하얀 반팔 남방 입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전철 안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고 있었음.

'왜 쳐다보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계속 친구들이랑 카톡하는데 갑자기 새빨간 뭔가가 내 폰 액정 위에 몽글몽글하게 떨어졌음, 내려다보니깐 내 흰 남방이랑 전철 바닥에도 똑같은게 흩뿌려져있었음.


나는 그상황에도 코피라도 난 줄 알고 옆에 선 아주머니께 너무나도 담담하게
 '혹시 휴지같은 거 있으신....'
하고 말하다가 말을 못 마치고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쓰러졌음.

쓰러지면서도 나는 정신이 너무 온전한데다 숨이 좀 거슬리는거 빼곤 내가 왜 쓰러졌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서 휘적 휘적 일어나려고 했음. 내가 일어나려고 하는거 보고는 주변사람들이 공간을 확 터줬는데, 9호선이라 그리 자리가 나는것도 아니었음.

나는 이게 정신이 나간건지 아님 상황파악을 못했던건진 모르겠지만 쓰러진 상태에서도 뭔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싶어서
'괜찮아요. 괜찮아요. 이거 코피 난 거니까..'

하면서 자꾸 일어나려다 쓰러지고를 반복함.

그때 케주얼하게 입은 젊은 남녀가
'비켜주세요 저희 의사입니다.'
하고는 내 남방 단추를 풀려고 했음.

나는 사람들 수십명 앞에서 강제 탈의를 하는게 죽을듯이 부끄러워서 막 저지하려고 했는데 그러니깐 남자가 내 팔을 위로 치켜서 붙잡아버리고 여자가 그대로 웃옷 단추를 다 풀어버렸음.

그때까지 나는 상황파악은 안되었지만 정신은 말짱한 상황에서 몸이 말을 안들으니 답답해서
'괜찮다니까요? 일으켜만 주시면 혼자 병원 갈게요!'
하면서 거의 짜증내듯이 말했는데, 세번째로 기침 할 때 피가 울컥 하고 입에서 나오는걸 보고 대충 상황파악(물리)가 되었음.

내 윗옷을 단추를 다 푼 여자가 가슴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면서 자꾸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봤음.

그때 어떤 아줌마 무리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서 너무 수치스럽기에 울먹이면서
'제 얼굴좀 가려주세요...'

라고 말한게 그날 한 마지막 말이었음. 그 후론 말하려 할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한마디도 못함.

신목동역쯤에 내렸는데 이미 역 주변엔 구급차가 서 있었고, 뭘 엄청 준비하고있었음. 그 의사 남녀가 나를 거의 짐끌듯이 나르고는 태워서 주변 병원으로 델꼬감. 그때 좀 충격적이었던게 그 여의사가 나를 구급차에 태운 다음에 바로 하는 행동이 화장을 고치는거라서 뭔가 초현실적이었음.

하튼 그때부터 그 남녀 의사는 구급대원들이랑 몇마디 하더니 되게 안타깝게 나를 쳐다보면서 갈길을 가고 난 병원으로 실려감.

가자 마자 나에 대한 준비가 다 되었는지 의사 하나가 나를 수술대같은데 눕히고는 갑자기 팔을 위로 괴여서 묶었음.

그리곤 옆구리에 메스를 가져다 대는데 나는 아직 정신은 말짱해서 '마취 안해요??!'하고 외치고 싶었는데 말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대로 가슴팍 옆구리를 메스로 긋더니 무슨 중세식 의료도구 같은 속이 빈 꼬챙이를 가져와서는 세상에 그걸 가슴에 꽂아넣어버림.

폐가 비어서 그런지 비명이 아니라
'끄윽.... 끄으윽....'
같은 신음소리만 새어나왔음. 


의사가 그제서야 
'많이 아파요 환자분?'
이라고 하기에 그 공감능력 부재에 거의 섬뜩할 정도였음. 당연히 감사하긴 하지만, 그때는 그 손에 쥔 꼬챙이가 준 고통이 너무 커서 그런 생각밖에 못했음.

나중에 알게됬는데 폐에 피가 많이 차서 빠르게 빼내지 않으면 큰일나던 상황이라 마취 없이 그렇게 가슴에 구멍을 내셨다더라. 

폐가 많이 상해서 수술을 두 번이나 더 거치고 오른쪽 폐 일부를 절제한 다음에나 퇴원했음. 

지금은 잘 뛰어댕기지만, 가슴에는 ^.^처럼 보이는 흉터가 남아버렸음(구멍뚫은게 점, 수술 두번이 ^^)

핏물을 빼야 된다고 자꾸 가슴에 힘주게 시켰는데 그때마다 자꾸 병문안온 친구새끼들이 도와준답시고 옆에서 웃겨대서 폐 터져 죽을번함.

현재는 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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