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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꼴영감과 야유회와 롤렉스 릴렉스

남실장 0 244 0 0

수꼴영감은 지금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

 

공들여 때빼고 광낸후 동네 노인정 야유회에 참여했건만

노인정 할망구들의 눈빛 한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할망구들은 수꼴영감한테는 

그냥 영감님이라고 호칭하면서

초등학교 교감으로 은퇴했다는 이영감에게는

꼬박꼬박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었기에

수꼴영감의 속은

질투심과 열등감으로 부글부글 끓다못해 

사지가 뒤틀릴 지경이었다.

 

물론 수꼴영감도 눈치는 있어서 

자신을 소개할때

고시원 달방에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사실 그대로 말한건 아니다.

무역업을 하다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강남 건물주라고 거짓말로 소개를 했지만,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는 수꼴영감의 행색을 살핀

할망구들의 눈에는 이미 비웃음이 가득했던것이다.

 

빈 소줏잔을 들고있지만 

아무도 소주 한잔따라주지 않는 수꼴영감의 신세.

그 앞에서

초등학교 교감출신이라는 이영감이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를 할때마다

할망구들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수꼴영감 보란듯이 자지러진다.

 

그러기를 한참.

속에서 끓어오르는 울화를 억지로 억누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아대던 수꼴영감은 

문득 

지금 자신의 왼손목에 감겨있는 

짝퉁 롤렉스 시계 생각이 난다.

동묘시장에서 만오천원 주고산

조금만 들여다 보면 티가나는 가짜지만

수꼴영감의 생각에는 얼핏보면 롤렉스처럼 보일것도 같다.

 

뭔가를 결심한 수꼴영감

불쑥 자신의 왼팔을 할망구들 쪽으로 쭉 내밀었다가

자신의 얼굴쪽으로 당기며 시계를 보는척한다.

마침 오늘의 야유회를 대비해 공들여 닦았기에

가짜 롤렉스는 수꼴영감의 마음을 아는듯 

알아서 과할만큼 번쩍거려준다.

 

그 번쩍거림에 놀라서였을까?

할망구 한명이 더듬거리며 물어온다.

 

"김..영..감님 그..거 롤렉스에요?"

 

순식간에 수꼴영감의 왼손으로 집중되는 

할망구들의 시선.

그러나 짐짓 꾸며낸 거만한 표정으로 아무대답없이

자신의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어

시계를 자세히 보여주게되는걸 피하는 수꼴영감.

충분히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 수꼴영감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그순간.

 

교감으로 은퇴한 이영감이 말한다.

 

"그거 3년전에 홈쇼핑에서 

2만원에 팔던 자석건강시계 아닙니까?

상표가 릴렉스 였죠 아마? 롤렉스가 아니라."

 

그말을 듣자마자 확 붉어져버린 수꼴영감의 얼굴.

수꼴영감의 얼굴을 보고 터져버린 할망구들의 대폭소.

눈물을 흘리며 낄낄거리는 할망구들의 웃음소리속에서

한참을 부들거리며 앉아있던 수꼴영감이

들고있던 소줏잔을 흙바닥에 내팽개치며 

이영감에게 소리친다.

 

"이...이 빠..빨갱이새끼야!"

 

뜬금없는 빨갱이 타령에 야유회 인원들은 급당황.

 

"미..민주당 지지하지? 어? 이...이..새끼야! 

유..육이오는 남침? 북침?

김정은 개새끼해봐 어? 어?"

민주당 지지하는 빠..빨갱이 새끼가...

이새끼가 어디서 감히 애..애국자를 비웃어? 어?

감히 어디서 빨갱이 새끼가 애국자를 비웃어? 어!

감히 애국자를!"

 

부들거리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수꼴영감에게

교감으로 은퇴한 이영감이 침착하게 말한다.

 

"김영감님. 차분하게.. 릴렉스 하세요"

 

다시금 빵 터져버린 웃음들 속에서

깐족거리는 할망구 한명이 말 한마디를 덧붙인다.

 

"놀리지들 말아요~ 이선생님이 잘못아셨네

저시계 상표는 릴렉스가 아니라 '패트리어트'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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