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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여동생의 산타가 되어줬던 썰

저승호랑이 0 29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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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올랐는데

우리집은 산타가 안오는 집이었다.

남들의 산타자랑을 듣는게 싫었던 나는 여동생에게도 똑같은 경험을 주기싫어 내 용돈을 모아 여동생의 산타를 해주었는데

그때 여동생이 바라던 순정만화 전권을 사니까 서점 아주머니가

항상 소년만화만 사던 놈이 웬일인가 싶어 깜짝 놀라시길래

내가 산타를 대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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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그렇구나...라고 하시고는 예쁘게 포장해서 리본을 그야말로 만화에 나올법한 모양으로 묶어주셨다.

그리고는 내년부터 선물을 사면 가지고 와서 보여달라고 하셔서

그 다음해부터는 서점에서 산 물건이 아니라도 가지고가면 선물포장을 해주시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팔아주셨다.

 

 

해가 지나 점점 산타의 정체에 대해 여동생 반에서도 포장지나 씰 등으로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여동생의 카드나 포장지는 그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아서

여동생은 산타와 생일 선물을 주는 요정의 존재를 끝까지 믿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 서점 아주머니가 외국제를 일부러 고르셔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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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손님이 많은 서점도 아니었지만 나같은 아이들은 자주 모이는 장소였다.

다만, 나처럼(서서 읽는 사람 포함) 죽치고 있는 손님은 없어서 

아이들이나 친구들이 없어지면 몰래 포장을 해준 그 아주머니는

확실히 나의 산타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카드 등은 2백엔 정도 했는데 틀림없이 그것보단 더 비쌌던 것 같았고

무엇보다 산리오라는 글자가 없었다(<-이거때문에 대부분 들킴)

잘 생각해보면 상점도 얼마없는 그런 촌동네에서 용케도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포장지와 카드를 매년 준비해주신 거였다.

무늬도 달랐고.

 

그럼에도 박정하기 그지없는 나는 아이가 생기고 직접 선물 포장을 하게되어서야 겨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난 계속 혼자서 산타역할을 해왔다고 뻐기고 있었지만

훌륭한 협력자가 존재했던 것이다.

미안해요 아주머니.

20년넘게 지나서야 겨우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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