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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이재익PD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회상

오늘살자 0 161 0 0
image.png SBS 이재익PD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회상

20년 전에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제가 상을 타게 되면서 같이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봉준호 1969년생 / 이재익 1975년생)

 

그때 봉준호 감독이 어떤 시기였냐면 '플란다스의 개'가 쫄딱 망하고 가장 어렵게 살 때에요 친구들한테 쌀 얻어서 받고 이런 시기에요 딱 그때 제가 만난거에요

 

 

그때 시상식 끝나고 심사위원이신 감독님이 늦게 오신거에요

 

아무튼 오셔서 그때 제가 대상을 받았으니까 제 옆에 앉으셔서 인사도 나누고 축하해주신다고 말씀도 해주시고 했는데... (하...)

 

그때 앉으셨는데... 기생충에서 말한 그 '냄새' 가 나는거에요 미치겠는거에요

 

그 어떤 '가난과 무명' 의 냄새 ? 그래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때가 언제냐면은 SBS 공채 시험 뽑을때에요 2001~2년 여름 초가을 그때에요

 

그래서 제가 너무 냄새가 나서 '어디 좀 다녀오셨나 봐요?' 실례되지만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죄송해하시면서 '제가 좀 냄새가 나죠?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차기작이 야외 촬영이 많아서 일찍 촬영지 헌팅 준비가 필요해서 좀 돌아다니고 왔네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난 그래서 솔직히 그때는 봉준호 감독님 이름도 모르고 들어본 적도 없고 해서

 

그냥 대화를 이어나가야 되니까 아무 생각없이 '무슨 내용이에요 ?' 라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된 작품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난 속으로 '망한덴 다 이유가 있다...' 생각했죠 

 

아니 지금 2001년이고 21세기가 이제 시작인데 그 칙칙한 범인도 안잡힌 그 사건을 영화로 찍는구나

 

겉으로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이요? 되게 재밌겠다" 이러면서 "엄청 스릴있겠네요" 했죠 

 

 

솔직히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존나 다행이다... SBS 시험 봐놔서" 

 

내가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준비하고 이렇게 해봤자 그냥 이렇게밖에 안되는구나

 

내가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이 생각이 들면서 아찔한 거에요 계속 방송사 발표일 언제지 붙어야 되는데 붙어야 되는데 그 생각이 간절해진 거에요 

 

 

아니 그래서 저는 이번에 기생충을 보면서 '냄새' 이야기가 나오는데 20년전 그 때가 생각나면서 너무 창피했던 거에요 영화를 보는데

 

내가 너무 굴욕적이고 (그런 생각을 한거에) 그래서 그 생각을 했어요 "아 난 그냥 자격 자체가 없었구나"

 

가난과 무명이 두려웠던 나는 일종의 도전할 자격조차 없었던 거에요 사실..

 

 

 

그래서 그러다가 당연히 봉준호란 이름은 잊어먹고 있었어요 봉준호란 이름 자체를.. 그랬는데 1년 반 정도 지나서 극장에 갔는데 

 

'살인의 추억' 이라는 영화가 걸려있는 거에요 밑에 '봉준호' 라고 적혀있고 그래서 '어 저거 그때 나 대상줬던 그 감독 그 데뷔작 말아먹은' 

 

화성사건 영화 만든다더니 결국 만들었네? 하고 들어가서 봤어요 

 

근데 첫 장면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 그 송강호가 사장되가지고 다시 찾아가는 그 장면 나올때까지 딱 2가지만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내가 본 대한민국 영화중 최고의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중 최고다 "이건 확실하다" 

 

이거보다 잘 만든 한국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확신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앞으로 평생 나는 봉준호 감독을 응원할 것이다 그 생각을 했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2시간 내내


image.png SBS 이재익PD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회상

그래서 봉준호 감독님을 생각하면 사실 부끄러워집니다 근데 요즘에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봉준호 집안이 뭐 아버지가 뭐 교수시고 외할아버지가 작가시고 뭐 금수저 집안이다 뭐다

 

기본적으로 문화적쪽으로 스펙이 화려했다 물론 그렇게 볼수는 있어요 

 

근데 저는 분명히 그 냄새나고 가난했던 봉준호를 직접 만나봤었기 때문에

 

정말 춥고 힘들고 알려지지 않아 배고팠던 무명을 거쳐온 그 순간을 직접 목격했고 

 

그 '냄새'를 직접 맡아봤었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치부될 인물이 아니란 걸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감독 봉준호도 오지게 힘들던 시절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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