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는 고려대·성신여대·동덕여대·한성대·한국예술종합학교(석관동 캠퍼스), 서대문구는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가 각각 위치한 곳으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 형성된 지역이다. 최근 물가 상승 압박이 극심해진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대학가 상권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날 오전 찾은 고려대 인근 상권인 안암역 주변에는 공실인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맛집도 최근 들어 폐업한 곳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13년째 이곳에서 철판 두루치기 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운영했던 2개 매장 중 한 곳을 정리했다"면서 "임대료와 인건비를 버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유동 인구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70' 수준"이라며 "대학가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7년째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줄었다. 엔데믹이 오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유동 인구는 코로나 때와 별반 차이가 없고, 돌아다니는 사람마저 빵을 잘 안 사 먹는다"며 "올해 임대료까지 올라 일단 직접 근무하며 인건비를 최대한 절약하고 있지만 사실 버티기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려대 출신의 20대 직장인 한모씨는 "씁쓸하지만 친구들끼리 '안암이 고담시티가 됐다'고 이야기한다"며 "후배들한테 들어보면 이젠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후 대학가에서 놀지 않고 성수 등 인근 '핫플'로 떠나는 분위기라더라"고 전했다. 대학생 윤모씨는 "요즘 외식비가 많이 올라 대학가 식당도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안 느껴진다"며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학식을 먹는 후배나 동기들이 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32년째 운영 중인 닭갈비 전문점 직원은 "오래된 가게들은 단골 덕분에 그나마 버티는 거지, 주변에 새로 생긴 가게들은 자리를 못 잡으니까 금방 나갔다"며 "신촌 내에서 잘 유지되는 가게는 20~30% 정도라고 보면 된다. 우리 가게 옆 건물도 임대료가 1200만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3~4년째 비어있다"고 토로했다.
5년째 이대 인근에서 양식집을 운영해온 사장은 "주변에도 이미 폐업한 사람이 많고 창업을 앞둔 사람도 이대 상권을 피하는 분위기다. 우리 가게도 더는 버티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오는 3월 폐업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4년째 떡볶이집을 운영 중인 사장 부부도 "이대에 자주 찾던 외국인들도 잘 안 보이고 학생들도 없어서 매출 타격이 크다. 예전엔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는데 인건비 때문에 못 하고, 한마디로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연 건데 1년째 회사를 다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 이대 상권은 현재 완전히 망했다고 보면 된다"고 푸념했다.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대학가 상권은 문화적 측면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일반인들의 소비가 뒤따라와야 판이 커지는 구조로 가는데, 코로나19 이후 회식도 없어지고 불경기에 외식 수요 자체가 줄어서 쇠락하게 됐다"며 "상인들 말을 들어보면 통상 송년회 예약이 11월이면 마감되는데 지난해 12월에는 텅텅 비다시피 했다고 한다. 줄 서는 맛집에만 몰려가는 등 트렌드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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