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당내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당 입장은 부정선거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만’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 채용에 대해 국민 불신을 받고 있고, 국가정보원과의 합동점검 결과 보안에 취약하다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라며 “선거 시스템 전반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주장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윤 대통령과 극단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선관위 불신을 거론한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YTN에 출연해 윤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아직까지 우리 당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한 것이 없고, 조만간 입장을 정할 생각도 없다”면서도 “‘다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부분에 있어 선거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당의 이중적 메시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헌법과 법률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취임사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을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줄곧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지켜보지 않고 건건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당은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사태가 발생한 1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면서도 “폭력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에 책임을 전가했다. 권 비대위원장도 20일 비대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의 주장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을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주범들을 옹호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벌인 ‘반공청년단(백골단)’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해 논란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정확한 정보와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채 우리 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도 사과드린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2030의 의지와 열정이 폄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 수사와 탄핵에 반대하는 극단 지지자들을 의식하며 소수 야당 같은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35명은 윤 대통령이 체포된 15일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킨 데 이어 이튿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오동운 공수처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불발됐다. 당 지도부도 22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다가 문전박대 당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친분 의혹을 제기하며 “문 권한대행이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헌재 결정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권력기관 공정성 비판에 주력하는 야당의 모습이 집권 여당에서 나타난 셈이다.
23일 국회의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긴급 현안질문에서도 여당은 사태를 일으킨 극단 지지자들이 아닌 경찰, 법원에 책임 돌리며 맹공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의 시각에서 법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라며 법원 책임론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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