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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오승환 12년 만의 5실점 충격 붕괴… 그래도 마무리 변경 없다, 휴식이 보약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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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대구 KIA전에서 12년 만의 5실점 난조로 팀의 1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 ⓒ연합뉴스
▲ 42세의 클로저인 오승환에게 예전의 구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최근에는 커맨드까지 난조를 보이며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한때 1위 자리까지 넘보던 삼성은 전반기 마지막 일정에서 충격의 5연패를 당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자력으로 전반기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4위까지 미끄러졌다.

그것도 역전패가 많았다. 삼성은 6월 28일부터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 4일 대구 KIA전까지 6경기에서 5패1무를 기록했다. 그런데 5번의 패배 모두 역전패였다. 앞서고 있던 경기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세 경기는 7회까지 앞서 있었지만 뒤집혔다. 선발 투수들은 나름대로 자기 몫을 했는데, 결국 올해 보강한다고 했던 불펜이 힘을 쓰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전반기 불펜이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 아쉽다.

특히 마무리 오승환(42)이 두 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리지 못한 채 모두 블론세이브를 했다. 이어진 4일 대구 KIA전 패전은 충격적이었다. 삼성은 7회까지 3-2로 앞서 있었지만 8회 임창민이 최형우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주면서 리드를 잃었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채 동점 상황에 9회 오승환에게 넘겨줬으나 오승환이 9회 무너지면서 결국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

오승환은 선두 최원준을 삼진으로, 박찬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뒀다. 그러나 2사 후 김선빈에게 2루타를 맞은 뒤 급격하게 흔들렸다. 김도영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르고 박정우와 승부를 선택한 건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박정우에게 우익수 뒤 2타점 2루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그래도 2점 열세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 삼성은 오승환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저 처리하고 이닝을 바로 마쳐주길 바랐다. 하지만 흔들린 오승환은 홍종표에게 적시타, 그리고 소크라테스에게 우월 2점 홈런까지 맞고 5실점했다. 오승환은 후속 타자 변우혁에게도 안타를 허용하고 강판됐다. 패배도 패배지만, 오승환이라는 거물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법한 경기였다.

오승환이 KBO리그에서 5실점을 한 것은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직전 사례는 2012년 4월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⅔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실점을 한 것이었다. 12년 만에 나온 5실점 이상 경기였다. 오승환의 평균자책점도 종전 2.65에서 3.79까지 크게 치솟았다. 삼성에나, 오승환에게나 악몽 같은 경기였다.

오승환은 42세의 클로저다. 예전과 같은 완벽한 이미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2012년 44세이브, 2022년 31세이브, 2023년 30세이브를 달성했다. 예전만큼 강력한 구위는 아니지만 대다수 경기에서 9회를 막을 만한 실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불안불안한 경기가 이어지는 건 사실이다. 올해 피안타율이 0.291에 이르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1.53으로 높은 편이다.



 

▲ 전반기 막판 오승환이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마무리 교체 계획은 없다면서 후반기 재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 불펜에서 아직 오승환의 유력한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4월에는 단 1실점도 안 할 정도로 잘 나갔다. 5월 평균자책점도 2.25로 좋았다. 떨어진 구위를 노련하게 만회하는 모습에서 오승환의 클래스가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힘겨운 양상이 이어졌다. 6월 평균자책점이 3.86으로 올랐고, 7월 두 경기 등판에서는 모두 실점했다. 4월까지 피안타율은 0.222, 5월은 0.283, 6월은 0.308로 피안타율이 계속 올라오는 양상이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4일 대구 KIA전에서 오승환이 기록한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3.8㎞에 그쳤다. 이날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래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데이터다. 예전처럼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면 힘겨운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 4일 KIA전이 그랬다.

오승환이 흔들리고 있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보직 변경 계획은 지금으로서는 딱히 없다고 강조했다. 박진만 감독은 3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커맨드가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있다. 들어가는 공은 또 몰린다"면서도 "보직 조정이나 그럴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다. 전반기를 마치고 또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젊고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등장했다면 팀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서서히 바턴 터치를 준비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지금 삼성의 필승조는 베테랑 선수들이 이루고 있고, 그 베테랑 선수들 또한 오승환처럼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처지는 모습이 있었다. 어쩌면 올스타 브레이크가 제 시간에 찾아온 셈이다. 오승환이 현명하게 재정비를 하고 삼성의 뒷문을 단단하게 지켜야 한다. 적어도 아직은 오승환의 시간이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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