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블로퀸’ 최정민이 이다현과의 승부를 준비한다.
최정민은 2023-24시즌 여자부의 ‘블로퀸’이었다. 세트 당 0.82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거성 양효진을 밀어내고 블로킹 1위 자리에 올랐다. 본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고민 끝에 미들블로커에 자리를 잡은 최정민이 자신의 재능을 화려하게 꽃피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블로퀸이 된 최정민은 2024-25시즌 타이틀 방어를 노리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다. 특히 오세연과 이다현이 시즌 초반 엄청난 페이스로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디펜딩 블로퀸 최정민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에 왕좌를 지키기 위한 최정민의 노력도 더욱 거세졌다. 최정민은 17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의 도드람 2024-2025 V_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팀의 3-0(25-21, 25-21, 27-25) 완승에 기여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은 최정민은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 분석을 통해서 상대 세터의 플레이를 예측했는데, 분석한 대로 플레이가 나오면서 손에 잘 걸린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최정민은 이날 전위에서 하혜진을 상대로 두 차례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미들블로커 간의 수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것. 그는 “분석 팀에서 만들어준 자료를 토대로 (하)혜진 언니를 분석했을 때 B-앞차 공격 상황에서의 코스가 하나라서, 실전에서 보이자마자 그 코스만 틀어막았다.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며 철저한 분석이 비결이었음을 밝혔다.
블로퀸 최정민은 물론 타이틀 방어를 원하고 있다. 그는 블로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지키고 싶긴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최정민은 “하지만 다른 팀에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블로킹을 잡으려고 욕심을 내고 들어가기보다는 자리를 잘 지키면서 수비수들한테 길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지난 시즌에 비해 손을 집어넣거나 버티는 플레이가 잘 안 되고 있어서, 이 부분도 더 신경 쓰려고 한다”며 블로킹에 대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는 플레이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최정민은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블로킹과는 달리, 공격에서는 아직 천신통과의 호흡을 더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했다. 최정민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 폰푼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에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한 거 보면 지난 시즌이랑 다를 게 없는 거 같다(웃음). 라운드가 지날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은 최정민이었다.
본인이 말한 대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정민과 천신통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정민은 “잘 맞지 않아도 계속 때려보려고 하고 있고, (천)신통 언니한테도 부담 가지지 말고, 계속 공을 달라고 하고 있다. 코치님들한테는 ‘좀 떨어져서 공격을 뜨라’는 조언을 듣고 있다”며 공격 작업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근황을 소개했다. 또한 지난 시즌과 달리 세터와 떨어져 도는 자리에서 뛰는 것에 대해서도 “공격 옵션이 두 개일 때보다 세 개일 때 뛰는 게 부담이 덜해서, 오히려 편하다.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없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전했다.
최정민과 IBK기업은행의 다음 상대는 현대건설이다. 16일에 치러진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경기에서 이다현이 무려 11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만큼, 디펜딩 블로퀸 최정민과 무서운 시즌 초반 기세를 보이고 있는 이다현의 전위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이는 경기다.
이다현의 이야기가 나오자 머쓱한 웃음을 지은 최정민은 “(이)다현 언니가 블로킹을 못 잡게 피해서 때리겠다”며 정면 승부가 아닌 영리한 승부를 예고했다. 또한 최정민은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이 공격의 부담을 혼자 짊어지기보다는 사이드와 중앙에서 짐을 덜어주는 경기를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언제나 IBK기업은행을 든든하게 지키는 방패 최정민이 블로퀸 타이틀 방어를 위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과연 다가오는 21일 수원에서 맞붙게 될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에서도 최정민은 팀의 승리를 지키는 방패를 드높이 들어올릴 수 있을까.
사진_KOVO
화성/김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