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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준우승' 흥국, 얼마 안 남은 '김연경의 시간'

드루와 0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②]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올해 KBO리그는 역대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출범 43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남자 야구와 달리 여자 야구의 경우 프로 리그는커녕 공식적인 실업팀조차 없다. 이밖에 축구와 농구 등 대부분의 종목들은 세계적으로 아기자기한 여자 경기보다 빠르고 힘이 넘치는 남자 경기가 더 인기가 높다. 하지만 배구만큼은 국내에서 남자보다 여자 경기의 인기가 더욱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한국배구연맹이 공개한 2023-2024 시즌 V리그 시청률 및 관중 수치에 따르면 여자부의 평균 시청률은 1.22%, 남자부는 0.56%를 기록했다. 여자부가 남자부보다 2배 이상 높은 관심을 얻었다는 뜻이다. 관중 역시 남자부가 25만 1498명을 동원한 것에 비해 여자부는 이보다 30% 이상 높은 33만 5016명의 관중을 동원했고 평균 관중도 여자부가 2500명으로 남자부(1877명)를 여유 있게 앞섰다.

여자 배구의 인기를 주도한 구단은 단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여자부 최고 시청률 1~5위를 싹쓸이하며 V리그 남녀부 합쳐 최고 인기구단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연속으로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하면서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흥국생명에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이 절실한 이유다.

최근 네 시즌 동안 준우승만 3회

 

▲  김연경은 V리그에서 활약한 7시즌 동안 무려 6개의 정규리그 MVP를 독식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20년 11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김연경이 흥국생명으로 복귀했을 때 배구 팬들은 흥국생명의 독주로 여자부의 흥미가 떨어질 거라 전망했다. 실제로 김연경은 중국 리그로 돌아간 2021-2022 시즌을 제외하고 지난 네 시즌 중 세 시즌을 흥국생명에서 활약했고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함께 한 세 시즌에서 모두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아직 유니폼에 5번째 별을 새기지 못했다.

흥국생명 복귀 후 김연경의 활약은 한마디로 '명불허전'이었다. 김연경은 국내 복귀 후 V리그에서 활약한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정규리그 MVP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같은 기간 V리그에는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벨레디에르 스포르),레티치아 모마 바소코(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같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경만큼 공수 균형이 완벽한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를 보유하고도 2020년대 들어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시즌 후반기 '쌍둥이 자매'가 팀을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던 2020-2021 시즌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V리그 최초의 '리버스 스윕'이라는 굴욕을 당했던 2022-2023 시즌은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흥국생명은 2022-2023 시즌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작년 FA시장에서 김연경의 절친이자 2020 도쿄올림픽까지 국가대표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했다. 여기에 가나계 일본인으로 일본과 핀란드 리그를 오가며 활약했던 아시아쿼터 레이나 도코쿠 역시 일본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늦은 지명 순서(7순위)에 비해 좋은 지명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며 현대건설과 선두를 다투던 흥국생명은 후반기 외국인 선수를 윌로우 존슨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건설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준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올랐지만 3연패로 현대건설에게 우승을 내줬다. 물론 3경기에서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3연패 준우승'이라는 결과뿐이다.

주전 5명 바뀌며 변화 단행한 흥국생명

 

▲  흥국생명의 아시아쿼터 황루이레이는 컵대회에서 세트당 0.50개의 블로킹과 50%의 속공성공률을 기록했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흥국생명은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기록한 후 2018-2019 시즌 흥국생명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미친 디그' 김해란 리베로가 두 번째로 은퇴를 선택했다. 흥국생명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국가대표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이주아는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여기에 김나희와 박현주, 박은서(이상 수원시청)도 자유신분 선수로 공시되며 나란히 실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수 이탈이 적지 않았지만 흥국생명이 2024-2025 시즌에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김연경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득점 6위(695점)와 공격성공률 2위(44.98%), 리시브 효율 5위(42.46%)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김연경은 컵대회에서도 3경기에서 출전해 52.46%의 성공률(1위)로 73득점(4위)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로서 폭발력이 아쉬웠던 윌로우 존슨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튀르키예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를 지명했다. 그리고 이주아의 공백에 대비해 아시아쿼터로 196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중국 출신의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를 데려왔다. 김연경 혼자 모든 공격을 책임질 수 없는 만큼 오른쪽과 중앙에서 투트쿠와 루이레이의 활약이 필요하다.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세터를 이원정에서 경험이 더 많은 이고은으로 교체한 흥국생명은 기업은행과도 트레이드를 성사해 미들블로커 김채연을 보내고 신연경 리베로를 데려왔다. 2019-2020 시즌까지 흥국생명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신연경은 2020년 기업은행 이적 후 리베로로 변신했고 4년 만에 흥국생명의 수비를 책임지기 위해 친정으로 복귀했다.

흥국생명은 2024-2025 시즌에 주전 활약이 유력한 7명의 선수 중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는 김연경과 김수지밖에 없다. 조직력이 매우 중요한 배구의 특성상 호흡을 맞춘 기간이 짧은 선수들로 구성된 흥국생명은 핸디캡을 안고 시즌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른 시기에 조직력이 완성된다면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에도 우승에 도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력을 갖출 것이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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