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핫피플]'파울 1위·볼넷 9위' 한화 이용규, 35세 노장의 여전한 클래스

드루와 0 08.31

한화 이용규가 적시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용규놀이'는 올해도 건재하다. 1년의 공백기는 이용규에겐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볼넷은 롱런하는 타자의 보증수표다. 뛰어난 선구안과 더불어 상대 투수의 두려움을 부르는 타격 능력을 겸비해야한다. KBO리그 통산 볼넷 1위는 양준혁(1278개)이다. 김태균 장성호 박한이 박경완 이승엽 김기태 등이 양준혁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볼넷 개수를 늘리는 선수들도 있다. 날카로운 선구안과 수준급의 컨택 능력을 장착하고, 리드오프다운 끈질김과 주루플레이로 투수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유형의 선수다. 대표적인 선수가 통산 볼넷 12위에 이름을 올린 전준호(861개)다. 현역 선수 중에는 이용규(743개, 24위)가 있다.

KBO리그 팬들은 치기 좋은 공 또는 볼이 나올 때까지 커트를 거듭하는 타자의 행동을 '용규놀이'라고 부른다. 명성에 걸맞게 이용규는 2년전 539개의 파울을 기록, 이 부문 3위(1위 박해민, 2위 나성범)였다. 올시즌에는 현재까지 360개로 나성범(356개)에 4개 앞선 1위다. 그 결과 48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이 부문 9위에 올라있다.

2할8푼5리의 타율, 3할9푼의 출루율이 돋보인다. 팀 타율 최하위(0.236) 한화의 공격을 이끄는 위치를 감안하면 가중치가 필요하다. 올시즌 내내 꾸준하게 활약중인 점도 클래스를 입증하는 요소다. 부상으로 이탈한 정은원을 제외하면, 한화에서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소화중인 타자다.

6~7월 다소 하향 곡선을 그리던 타율을 8월 들어 다시 끌어올렸다. 8월만 놓고 보면 타율 3할1푼3리(80타수 25안타) OPS 0.795로 한층 돋보인다. 한화가 최근 10경기 4승6패를 기록하는 등 작게나마 반등을 이룬 것은 이용규의 컨디션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팀의 주장으로서 장기화된 부진 속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팀 분위기도 잘 다독이고 있다.

30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도 이용규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이날 한화가 기록한 안타 6개 중 3개는 이용규, 2개는 노수광이었다. 중심타선이 무안타에 그치며 패했지만, 적어도 테이블세터가 차려놓은 '밥상'은 훌륭했다.

시즌 전만 해도 이용규에 대한 전망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 하향세의 기량에 1년의 공백은 치명적일 거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이용규는 부정적 예측과 구설을 이겨내고 실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