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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우즈벡 용병’ 김보용, “여전히 내 꿈은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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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FC 김보용이 지난 1일 끄라비FC와의 경기에서 돌파하고 있다. 치앙마이FC 공식 SNS 캡처

 



한국 K3리그와 K리그2, 우즈베키스탄 1부리그와 2부리그를 모두 거쳐 태국 2부리그까지 왔다. 김보용(25·치앙마이FC)이 선수 생활 4년 동안 쌓은 화려한 전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이름 석 자보다 ‘우즈벡 용병’이라는 독특한 유튜브 채널명으로 더 잘 알려졌을 수도 있다.

해외 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가 자신을 ‘용병’이라고 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한국 선수의 해외 진출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나 분데스리가 같은 유럽 리그, 혹은 일본의 J리그나 중동 축구 강국의 리그로 상상된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의 경험을 쌓고자 하는 ‘유학’, ‘도전’ 등의 수식어와 어우러지곤 한다.

김보용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우즈벡 용병’에서 통념과는 사뭇 다른 해외 리그 생활을 보여 준다. 그의 영상에 담긴 날것의 ‘용병 생활’은 현실적이다 못해 열악하다.

“우즈벡에 처음 갔을 때,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가 불쌍하더라고요. ‘우즈벡 용병’이라고 지은 유튜브 채널명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저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김보용은 태국으로 팀을 옮긴 지금도 유튜브 채널명을 바꾸지 않고 있다.

김보용은 숭실대학교 축구부의 ‘에이스’였지만, 프로 진출이 비교적 늦었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친 뒤에야 K3리그 화성FC에 입단했고, 이듬해인 2020년 K리그2 전남 드래곤즈가 실시한 공개 테스트에서 200:1의 경쟁률을 뚫으며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달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김보용은 데뷔 시즌인 2020년 전남에서 리그 9경기를 뛰었지만,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당장 2021시즌에 뛸 팀이 없었다.

“K리그 다른 팀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시즌 개막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었고, 심적인 압박감도 크니까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30명쯤 되는 해외 에이전트들에게 무작정 영어로 자기소개서를 보냈죠.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서 우즈벡 리그를 소개받았어요.”

지금까지 우즈벡 리그에서 뛴 한국 축구선수는 김보용을 포함해 4명뿐이다. 김보용은 “우즈벡에서 뛰어 본 동료가 주변에 없어서 조언을 들을 수가 없었다. 힘들 텐데 가지 말라는 만류만 많이 들었다”면서도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너무 간절했다”고 말했다.

김보용이 입단한 FK투론은 구단 자체 훈련 시설이 미비해 선수가 사비로 외부 헬스장에 등록해 다녀야 했을 뿐 아니라 영양 보충을 위한 식단도 충분치 않았다. 그는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 마땅치 않아 고수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원정 경기를 위한 여정 역시 험난했다. “4-5명이서 승용차를 타고 10시간 이상을 가는데, 다리도 피로하고 경기하는 데에 영향이 생기거든요.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어요.”

김보용은 FK투론 이적 후 첫 시즌에 리그 22경기, 컵대회 포함 4득점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투론은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2부리그로 강등됐다. 1부 리그 시절 팀에서 활약했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떠났고, 2부로 내려오자 통역 지원도 끊겼다. 투론에 홀로 남은 ‘용병’이 된 김보용은 또다시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지난 5월, 구단과의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에 돌아온 김보용은 다시 한 번 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 목적지는 태국 2부리그의 치앙마이FC였다.

“우즈벡에서 힘들게 용병 생활을 했는데, 한번 제대로 된 용병 생활을 하고 한국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올해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태국 팀인 BG 빠툼 유나이티드가 선전했거든요. 그래서 동남아 리그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태국 리그의 시즌은 여름에 시작한다. 한국과도, 우즈벡과도 다른 습하고 더운 날씨다. 입단 직후인 2022시즌 초반 김보용은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그는 “태국 리그가 처음이다 보니 날씨와 잔디에 적응이 안 됐고, 팀의 방향성이 뭔지도 조금 헷갈렸다. 처음에는 출전 시간도 적어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도 초반에는 최악의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치앙마이FC의 한국인 팬들이 “치앙마이FC 화이팅”이라고 한국어로 쓰인 걸개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치앙마이FC 공식 SNS 캡처

 



산전수전을 극복해 온 근성으로 김보용은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프래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시즌 첫 공격포인트를 작성했고, 팀의 2-1 승리에 이바지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끄라비FC와의 경기에도 선발 투입돼 풀타임을 뛰었다. 김보용이 입단한 이후 치앙마이에는 “치앙마이FC 화이팅”이라고 한국어로 쓰인 걸개를 들고 그를 응원하러 오는 한국인 팬들도 생겼다.

김보용은 “치앙마이에서 이번 시즌 10골 이상을 넣어서 팀을 승격시키는 게 이번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좀 더 멀리 보면, 그는 여전히 K리그를 꿈꾼다. 김보용은 “시즌이 끝나면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 경기를 하고 싶다”며 “K리그에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밝혔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이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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