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대표팀 감독 선임에 핵심 임무를 맡은 전력강화위원조차 몰랐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7일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를 선임한 직후부터 후폭풍이 거세다. 의문점이 1, 2개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단체인 전력강화위원회에 있었던 박주호의 내부 고발은 화룡점정이었다.
박주호는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방송 도중 홍명보가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주호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진작에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니 (위원회가)필요 없다는 생각이, 확신이 든다"고 입을 열었다.
홍명보 감독의 부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한 투명한 절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주호는 "사실 내부에선 홍명보 감독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계속 홍명보 감독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도 난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을 안 한다 했고, 외국 감독을 뽑으러 축구협회가 나갔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겠다 생각했다. 유로나 코파 대회가 끝나갈 무렵이다. 차라리 감독 선임까지 한 달 밀리더라도 풀을 넓게 볼 수 있겠구나 했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은 안 한다 했으니까. 이렇게 되면 울산 팬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폭로는 계속됐다. "정확한 절차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내가 안에 있었지만 모르겠다. 설명할 수가 없다.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 (홍명보 감독이)안 한다고 했다가 된 거고, 며칠 안에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왜 외국에 나가 감독 후보 4, 5명을 만난 건가. 이임생 총괄 이사는 유럽에 왜 간 것인가.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호는 "지난 5개월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고, 진짜 허무하다"며 "누가 됐든 절차에 맞게, 게임 플랜과 한국축구에 맞는 사람이면 되는 거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왜 홍명보 감독이 됐는지 정도는 알아야 되는 것 아닌가. 난 모르겠다. 이제까지 (전력강화위원으로)5개월 일했는데 너무 허무하다"고 밝혔다.
전력강화위원 회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은 위원들은 개인 욕심까지 채웠다고 했다. 박주호는 "어떤 위원들은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감독 빈 자리에 들어가려고 한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나 국가대표 임시 감독 말이다"라고 폭로했다.
축구 팬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쟁점은 크게 두 개다. 하나는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럽고 무책임한 태도 변화. 또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몇몇 힘 있는 사람의 힘으로 작동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외국 감독 선임을 중점에 두고 협회 주요 간부들이 해외 출장을 하며 쓴 지난 5개월의 시간은 무엇이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5개월 내내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대한축구협회의 시스템 부재를 비판하며 완고하게 고사했다.
더구나 K리그 현직 감독으로 순위 결정에 아주 중요한 시기를 맞이할 때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무책임한 선택을 했다. 게다가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날 필요가 없다"던 말을 공개적으로 한지 몇 시간도 안 돼 접촉했고, 정식 제안을 받자 10시간 만에 마음을 바꿨다. 박주호도 단시간에 상황이 달라진 데 납득하지 못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을 높게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홍명보 감독의 원팀, 원 스피릿이 현재 시점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따라서 한국 축구가 유지해야 할 정신력, 조화,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 평가했다. 지난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의 교훈을 삼아 팀 내 자유로움 속에 기강은 필요하고 대표팀의 창의성 유지 및 원칙 확립을 위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홍명보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이다. 지도자로서도 연령별 대표팀부터 단계를 밟았다. 200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뤄냈고, 이 연령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지도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 A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다만 브라질 월드컵에선 실패를 경험했다.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자진 사퇴했다.
2021년 울산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정상에 올려 놓았다. 이번 시즌에도 울산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시즌 도중 감독을 잃은 울산 팬들의 분노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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