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

누울 자리 아는 커 감독, 우승 향해 발뻗는다

드루와 0

‘3점슛으로 흥한 자, 3점슛으로 더욱 흥한다?’

올 시즌 NBA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팀을 꼽으라면 단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1순위일 것이다. 역대급 왕조로 잘 나가다가 핵심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꾸라졌던 것도 잠시 2시즌 만에 다시금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잠깐의 리빌딩 기간 동안 여러 유망주들이 경험치를 쌓으며 성장했던지라 지난 2시즌보다 나은 성적이 예상됐지만 단숨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는 점은 여러모로 팬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왕의 귀환’인 것이다.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33·190.5cm)는 여전하다. 특유의 신바람 농구를 이끌며 ‘커리가 살아야 골든스테이트도 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15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뉴욕 닉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는 기존 레이 앨런(46·196cm)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 3점슛 기록(2,973개)까지 넘어서며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팀 성적에 개인기록까지, 그야말로 다시금 전성기 모드에 들어섰다.

여기에 더해 조던 풀, 케번 루니, 앤드루 위긴스, 게리 페이튼 2세 등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으며 드레이먼드 그린, 네만야 비엘리차 등이 베테랑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클레이 탐슨, 제임스 와이즈먼 등이 빠져있음에도 잘 돌아가고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NBA 명장계보 이어가는 GSW 왕조의 또다른 간판

골든스테이트 부활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명있다. 존재감, 공헌도에서는 커리와 비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다름아닌 팀의 수장 스티브 커(56·191cm)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커는 3점슛, 스페이싱 등으로 대표되는 골든스테이트의 농구를 완성한 설계자다. 커리는 리그 트랜드를 바꿨다는 점에서 ‘혁명가’로 불리고 있는데 거기에는 커 감독의 지분 역시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구태여 강조 하지 않아도 커가 성공한 지도자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유타 재즈의 제리 슬로언,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등 특정팀을 언급할 때 어지간한 선수보다 먼저 떠오르는 감독이 일부 존재하는데 커 역시 그러한 감독 중 하나이다. 역사에 남을 명장 중 한명이 되었음은 물론 골든스테이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명성을 굳혀가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현지 언론에서는 2023 농구월드컵, 2024 파리올림픽까지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을 이끌 감독으로 커가 선정될 예정이다고 보도했다. 몬티 윌리엄스 피닉스 선즈 감독, 에릭 스폴스트라 마이애미 히트 감독, 마크 퓨 곤자가대학 감독 등이 코칭스태프로 선임된 가운데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는 팀을 커가 지휘하게된다. 시대가 인정하는 최고의 감독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이다.

커는 불사조같은 선수 시절을 보냈다. 1988년 NBA 드래프트 2라운드 50순위로 피닉스 선즈에 지명된 이후 피닉스 선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올랜도 매직, 시카고 불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등을 거치며 2003년까지 살아남았다. 대부분의 경기를 식스맨으로 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타는 커녕 주전으로도 한계를 보였지만 30대 후반까지 NBA에서 살아남았을만큼 열정과 끈기가 대단했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190cm를 겨우넘는 신장에 마른 체형을 가졌던 커는 운동신경, 스피드마저 리그 하위권이었다. 그렇다고 드리블, 돌파, 패싱능력 등이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이즈, 신체능력 등이 부족한 백인 가드(포인트가드 겸 슈팅가드)가 세부적인 기술마저 떨어졌던 것이다. 그야말로 NBA에서 뛰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조던에게 클러치 상황에서 패스를 요구했던 사나이

3점슛의 팀 골든스테이트의 수장답게 커의 현역시절 경쟁력은 3점슛이었다. 유일하다시피한 무기였으며 대부분이 수비수를 제치거나 달고쏘는 슛이 아닌 오픈찬스에서 받아먹는 패턴으로 던졌다. 여기에 대해 폄하하는 의견도 있지만 어찌보면 더욱 대단하다. 아무리 식스맨이라고 하지만 사이즈, 신체능력도 되지않고 잔기술도 없다시피한 선수가 3점슛 하나로 NBA에서 경쟁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사의할 정도다.

커의 오픈찬스에서의 성공률은 엄청났다. 통산 45.4%의 3점슛 성공률은 한시즌으로만봐도 상당한 수치다. 커는 그러한 성공률을 선수생활 내내 가져갔다. 더욱이 벤치멤버라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아무리 뛰어난 슈터라도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슛감이 오르락 내리락할 수 있다. 때문에 주전급 선수들은 슛감이 좋지 못한 날은 페넌트레이션, 리바운드 등 다른 플레이를 하면서 시간을 두고 슛감을 찾아간다.

백업멤버 커는 그렇게 슛감을 찾아가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출장시간도 길지않았을 뿐더러 다른 플레이 자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 출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와 슛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개를 쏴서 1개 정도를 성공했다는 것은 가히 미친 성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팀에서 그를 원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커를 많은 팬들에게 알린 것은 역시 시카고 불스 시절이다.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를 이끌던 시절에는 2명의 출중한 전문슈터가 있었다. 1차 왕조 때는 존 팩슨이 활약했고 2차 왕조에서는 커가 뒤를 이었다. 커는 매우 영리했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캐치했고 그것을 이루고자하는 강한 열정까지 갖추고 있었다.

올랜도 매직에서 나온 후 아무도 불러주지않고 오갈데없던 상황에서 낙담하기보다 스스로 시카고 구단에 전화를 걸어 ‘조던의 패스를 받아 외곽에서 3점슛을 쏠 선수가 필요하지않냐?’고 물었고 최저연봉까지도 감수했다. 그리고 시카고 왕조의 구성원으로 전문 슈터 역할을 120%수행하며 알짜 슈터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다.

커는 겸손한 성격이었지만 경기에서만큼은 달랐다. 단 몇초를 뛰더라도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고 슛에 대해서만큼은 스스로를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유타재즈와의 1997년 NBA 파이널 6차전이 대표적 예다. 86대 86으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경기종료 28초전 작전타임이 불렸고 언제나처럼 필 잭슨 감독은 조던에게 마지막 공격을 맡긴다. 그때 백인가드 한명이 조던에게 소리친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테니 패스해줘” 다름아닌 커였다.

넘치는 자신감만큼이나 커의 슛은 팀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유타 수비는 당연스레 조던에게 잔뜩 달라붙었고 이에 외곽 빈공간에서 기다리고있던 커의 손에 패스가 날아든다. 커는 지체하지않았다. 자신감있게 슛을 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림을 갈랐다. 농구황제가 믿고맡길만한 슈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때의 결정적인 한방으로 커는 시카고 2차 왕조가 언급될 때마다 함께 회자되는 공신이 됐다. 더불어 당시의 활약으로 명성을 높혔고 이후 여러팀에서 러브콜을 받게 된다. 시카고 이후 커가 선택한 팀은 샌안토니오였다. 그는 시카고 시절 수비수 둘 셋을 끌고다니던 조던의 위력을 보았다. 자신같이 받아먹기를 잘하는 슈터에게는 환상의 파트너였다. 샌안토니오 역시 그랬다. 데이비드 로빈슨, 팀 던컨의 ‘트윈타워’는 리그 최고의 골밑 파워를 자랑했던지라 자신이 3점슛을 쏘기 딱 좋은 환경의 팀이었다. 그결과 2번의 우승을 함께하며 다섯손가락에 모두 챔피언반지를 끼게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이후에도 커는 당장의 이익보다 상황을 크게보고 팀과 자신의 궁합을 잘 파악했다. 2014년 시카고에서 함께 했던 은사 필 잭슨이 뉴욕 닉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에게 감독 자리를 권한다. 잭슨이라는 든든한 인맥을 등에 업고 뉴욕 구단의 지원까지받으며 제대로 지도자 생활을 해볼 수 있던 기회였다. 하지만 커는 골든스테이트에서도 제의가 들어오자 큰 고민없이 후자를 택한다. 당장은 뉴욕행이 달콤한 열매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선수시절 그랬듯 자신의 역량을 더 잘 펼칠 수 있는 팀은 골든스테이트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커 감독은 탐슨의 장기 이탈 이후 커리마저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했을 때도 단순히 간판급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기보다 계속해서 선수를 모으고 유망주를 성장시켰다. 더불어 그들을 팀 시스템에 녹아들게 하려고 애썼다. 핵심 전력이 복귀했을 때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팀을 다져놓은 것이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올시즌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3점슛으로 흥했던 커 감독이 3점슛의 팀 골든스테이트를 이끌고 올 시즌 정상 재등극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NBA미디어센트럴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기자

, , , , , , , , , , , , , , , , ,

0 Comments
번호 제목
Categ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