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왼쪽)과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올 시즌 프로배구 V리그 판도가 예년과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녀부 모두 양강 구도는 여전하지만 복병들의 등장에 매 경기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여자부 ‘만년꼴찌’ 페퍼저축은행의 선전이 리그 ‘전력평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28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4위(승점 4·1승1패)에 자리했다. 아직 1승1패지만 두 경기에서 보여준 변화는 의미가 남다르다. 개막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첫 승을 올린 후 정관장에도 풀세트 접전 끝 아쉽게 패배하면서 새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여자부 최다 연패(23연패) 불명예 기록을 쓴 지난 시즌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일단 주장 박정아가 살아났다. 첫 경기부터 14점 공격성공률 63.64%로 화력을 뽐내더니, 이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팀 내 최다득점(21점)과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50%)을 책임지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장소연 신임 감독 체제에서 조직력도 갈고닦았다. 지난 25일 정관장전에선 비록 패배했으나 끈질긴 뒷심을 보여줬다. 1, 2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린 페퍼저축은행은 3, 4세트를 따라붙어 승점 1점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경기에선 범실 25개에 그치는 등 잔실수도 눈에 띄게 줄였다.
남자부에선 한국전력이 의외의 복병으로 선전 중이다. 대한항공, 삼성화재를 상대로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현재 3위(승점 4·2승)로, 승수에선 2위 대한항공(승점 5·1승2패)보다도 앞선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엘리안의 기복을 줄이는 게 상승세를 잇기 위한 관건이다. 엘리안은 ‘제2의 레오’를 꿈꾸는 2000년생 쿠바 출신 공격수다. 상대 블로커를 가뿐히 뚫어내는 타점 높은 공격이 그의 무기다. 지난 삼성화재전 1세트에선 전위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엘리안은 5세트 들어 공격성공률(88.89%)과 공격점유율(75%)이 급격히 치솟으며 승리의 선봉에 섰다.
반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긴 팀도 있다. 지난 시즌 남자부 준우승팀 OK저축은행과 ‘연봉퀸’ 강소휘를 품은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나란히 첫 승을 거두지 못한 상태다. OK저축은행은 프로 2년 차 세터 박태성의 경험 부족과 공격수들의 부진이 맞물려 고전 중이다. 지난 2경기 득점(138점), 공격 종합(40.40%)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야심 차게 영입한 강소휘가 7세트 17점, 공격성공률 29.41%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