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의 미들블로커 이주아(IBK기업은행)와 2006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목포여상)가 성인 대표팀에서 만났다.
두 명의 이주아는 지난 14일 성인 여자배구대표팀에 소집됐다. 약 10일간 훈련을 마친 뒤 24일에는 유럽 전지훈련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크로아티아로 떠났다. 대표팀은 24일부터 30일까지 크로아티아,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루마니아 대표팀을 만나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나란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고교생 이주아의 발탁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183cm 이주아는 올해 V-리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U20 대표팀으로 아시아선수권을 치른 뒤 성인 대표팀까지 합류했다. 미들블로커 이주아도 2018년 원곡고 3학년 재학 중 미들블로커 정호영(정관장)과 함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된 바 있다. 대표팀 동료들은 ‘큰 주아’, ‘작은 주아’라고 부른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은 ‘작은 주아’ 발탁을 놓고 “인상적이다. 좋은 자질들을 갖고 있다. 이것들이 다듬어진다면 하이 레벨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면서 “더 빨리 이러한 환경과 강도에 노출이 돼야 선수가 빠르게 익숙해질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다.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이주아에 대해서는 “일단 문진희 통역이 빨리 눈치를 채려고 하는 편이다. 한국 선수들은 큰 주아, 작은 주아라고 부른다. 나도 Older 주아, Baby 주아라고 구분해서 부르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큰 주아’, ‘작은 주아’도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큰 주아’는 “목포여상에 이주아가 있다고 들었다. 또 내가 흥국생명에 있었을 때 청소년 대표팀에 있던 주아를 보기도 했고, 올해도 IBK기업은행 전지훈련으로 목포여상으로 갔다 왔다”고 했고, ‘작은 주아’는 “당연히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의 한자 이름도 비슷하다. ‘큰 주아’는 “오얏리, 지을 주, 예쁠 아로 쓴다”고 했고, ‘작은 주아’도 “오얏리, 붉을 주, 예쁠 아다”고 전했다.
올해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5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끝으로 대회가 없다. 유럽 전지훈련이 2024년 마지막 일정이다. 그럼에도 ‘작은 주아’의 발탁은 의미가 있다. ‘작은 주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처음에 목포여상 감독님, 청소년 대표팀 감독님한테 소식을 들었다. 오기 전부터 엄청 떨렸다”면서 “여기 와서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았다. 외국인 감독님은 또 처음이라서 배우는 것이 달랐다. 감독님이 얘기하셨던 것을 머리 속에 다 넣기는 힘들었지만, 자신있게 하는 것을 원하신다. 공격을 할 때도 여러 각도로 때리라고 말하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은 주아’는 “매일 구단 SNS나 TV 중계로 보던 언니들을 여기에 있어서 멀게만 느껴졌다. 아직까지 난 잘 안 풀리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흔들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하는 것들을 보고 배우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큰 주아’도 2018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직 고등학생처럼 긴장한 표정이 잘 드러난다. 주아 앞에서 호영이랑도 얘기를 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난 호영이랑 함께 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주아는 지금 동기가 혼자다. 낯설고 무서울 수 있는데 언니들이랑 친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은 신장이 좋은 유럽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2025시즌을 구상할 계획이다. 앞서 강소휘, 김다인도 “이렇게 파워나 신장이 좋은 유럽팀들과 맞붙을 기회가 흔치 않다. 이 기회를 잘 살려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큰 주아’도 “모두 안 다치고 잘 마무리하고 오겠다”고 했고, ‘작은 주아’는 “프로 언니들이랑 같이 뛰는 것이 처음이다. 더 자신있게 하고 오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현재이자 미래인 두 명의 이주아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란히 코트 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사진_더스파이크DB(이보미 기자)
이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