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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스코프] 내셔널리그 개인상 정리

드루와 0

 


초미니 시즌으로 치러진 올해는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암울했던 이번 시즌도 빛내준 인물들이 있었다.
 
한 주 동안 진행된 개인상 수상자가 오늘 모두 발표됐다. 신인왕 감독상 사이영상에 이어 마지막 MVP까지 주인공이 가려졌다. 경력자들이 강세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처음 이름을 올린 수상자들이 감격을 누렸다.
 
 
그동안 개인상과 인연이 없었던 프레디 프리먼이 생애 첫 MVP 영광을 안았다. 프리먼은 1위표 30장 중 28장을 휩쓸어 예상보다 쉽게 MVP를 수상했다(총점 프리먼 410점, 베츠 268점, 마차도 221점). MVP 투표가 시작된 1931년 이후 애틀랜타 MVP는 프리먼이 7번째다(1947년 밥 엘리엇, 1957년 행크 애런, 1982-83년 데일 머피, 1991년 테리 펜들턴, 1999년 치퍼 존스).
 
브라이스 하퍼는 시즌 중 프리먼에 대해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먼은 이 수식어가 선수 시절 내내 따라붙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 경기에 출장해 .341 .462 .640 13홈런 53타점을 올려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 팬그래프 승리기여도 3.4 역시 베츠(3.0)와 마차도(2.6)보다 높은 리그 1위였다.
 
물론 애틀랜타는 뛰어난 타자들이 즐비하다. 오수나(.338 .431 .636)는 18홈런 56타점으로 리그 1위에 올랐으며, 아쿠냐(.250 .406 .581)와 다노(.321 .386 .533)도 올해 실버슬러거 수상자다. 그러나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수는 바로 프리먼이다. 프리먼이 해결사 역할을 맡아주면서 나머지 동료들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올 시즌 프리먼은 72타석 들어선 득점권에서 타율 0.423를 기록했다. 득점권 OPS 1.468은 전체 1위. 이는 50타석 이상 들어선 단일 시즌 득점권 OPS에서도 전체 7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1위는 4년 연속 MVP를 달성했던 2004년 배리 본즈다(1.698).
 
올해 프리먼은 시즌 출장을 장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매일밤 40도 고열과 싸우면서 "아직 나를 데려가지 말아달라"는 기도를 수없이 했다고 한다. 다행히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돌아왔지만, 서머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후 가장 뛰어난 시즌을 만들어냈다.
 
한편 호세 아브레유에 이어 프리먼이 MVP가 되면서 모처럼 1루수들이 MVP 투표에서 웃었다. 같은 시즌 1루수 두 명이 MVP를 받은 것은 4번째. 2006년 저스틴 모어노와 라이언 하워드 이후 14년 만이다. 1979년에는 외야수 돈 베일러가 아메리칸리그 MVP였지만, 내셔널리그 1루수 키스 에르난데스와 윌리 스타젤이 공동 수상을 했다(나머지 1994년 프랭크 토마스 / 제프 배그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다. 짠물 피칭을 한 트레버 바우어(5승4패 1.73 73이닝 100삼진)와 아시아 최초의 사이영상을 노리는 다르빗슈(8승3패 2.01 76이닝 93삼진) 그리고 3년 연속 사이영상에 도전한 제이콥 디그롬(4승2패 2.38 68이닝 104삼진)이 맞붙었다. 결과는 1위표 27장을 가져간 트레버 바우어의 승리였다(총점 바우어 201점, 다르빗슈 123점, 디그롬 89점).
 
바우어는 지난해 신시내티 이적 후 성적이 곤두박질쳤다(10경기 2승5패 6.39). 그러나 FA를 앞둔 올해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리그 1위에 오른 평균자책점과 WHIP(0.79)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바우어는 타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278타석에서 허용한 피안타율은 겨우 0.159. 이는 규정이닝을 충족한 투수 중 단일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 0.167). 이전보다 제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3.09였던 탈삼진/볼넷 비율이 올해 5.88로 바뀌었다(9이닝당 14.1삼진, 2.1볼넷).
 
바우어의 또 다른 변화는 회전수였다. 일찍이 회전수에 대한 연구를 심도있게 한 바우어는 포심 평균 회전수가 지난해 2412회에서 올해 2776회로 급증했다. 포심 뿐만 아니라 커브(2549→2933회) 슬라이더(2736→2941회) 커터(2640→2908회)도 300~400회 정도 늘어났다. 평소 회전수가 늘어나면 더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던 바우어는 실제로 더 무시무시한 공을 던졌다. 지난해 0.273였던 포심 피안타율은 올해 0.140로 하락. 포심 못지 않게 커브(0.184) 슬라이더(0.075) 커터(0.194)도 난공불락이었다. 다만 훈련으로 회전수를 높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회전수가 늘어난 부분은 아직 미스터리다.
 
재무장한 바우어는 신시내티 역대 첫 사이영상 투수가 됐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투수가 없었던 신시내티는 마침내 그 한을 풀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이 클리블랜드에서 나온 올해는 오하이오주 두 팀이 사이영상 투수를 배출. 같은 시즌, 같은 주에서 사이영상 투수가 나온 것은 1974년 캣피시 헌터, 마이크 마샬(캘리포니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고 보니 바우어와 비버는 2018-19년 클리블랜드에서 함께 지냈는데, 전 동료 두 명이 함께 사이영상을 받은 건 세 번째다(1992년 그렉 매덕스 / 데니스 에커슬리, 2016년 릭 포셀로 / 맥스 슈어저).
 
바우어의 사이영상은 시즌 후반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9월 첫 등판을 할 때만 해도 바우어는 3순위에 가까웠다. 그러나 다르빗슈는 마지막 4경기에서 주춤했고(1승2패 3.12) 디그롬도 부상 교체가 있었던 마지막 4경기를 망쳤다(1승1패 4.05). 반면 바우어는 마지막 4경기에서 2승1패 1.24로 치고 나갔다. 또한 9월10일 다르빗슈와의 맞대결에서 7.2이닝 10K 무실점으로 우위를 점했다(다르빗슈 6이닝 9K 3실점). 세 선수의 희비는 이 마지막 4경기에서 갈렸다.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격전지였다. 최종 후보가 불펜 투수 데빈 윌리엄스와 야수 알렉 봄, 제이크 크로넨워스로 압축됐다. 엄청난 성적을 거둔 윌리엄스(22경기 0.33)는 보직에 의한 약점이 있었다. 봄과 크로넨워스는 임팩트가 조금 떨어졌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던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데빈 윌리엄스의 몫이었다. 1위표 14장을 확보한 윌리엄스(95점)가 총점이 같았던 두 야수를 제쳤다(봄&크로넨워스 74점). 불펜 투수 신인왕은 2011년 크렉 킴브럴이 있었는데, 마무리가 아닌 불펜 투수는 1999년 스캇 윌리엄슨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당시 전천후로 나왔던 윌리엄슨이 19세이브를 거뒀던 반면, 윌리엄스는 세이브가 단 하나도 없었다. 세이브 없이 신인왕을 손에 넣은 투수는 윌리엄스가 유일무이하다.
 
윌리엄스가 기존의 수상 기준을 뒤흔들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던진 싱커를 버리고 올해 포심 체인지업 투 피치 투수로 변신. 그리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체인지업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체인지업과 달리 평균 회전수가 2852회에 육박하는 윌리엄스의 체인지업은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타자들의 스윙을 피하기 보다는 정면으로 맞선 것. 하지만 타자들은 윌리엄스의 체인지업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는데, 전체 레퍼토리의 52.7%를 차지한 체인지업은 62타수2안타(0.032)라는 엽기적인 성적을 남겼다. 윌리엄스는 이 체인지업을 앞세워 100타자 중 53타자를 삼진으로 제압. 삼진율 53%는 2014년 아롤디스 채프먼(52.5%)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악마의 구종을 손에 넣은 윌리엄스는 전체 헛스윙률도 1위에 올랐다(윌리엄스 51.8%, 디아스 48%).
 
밀워키 신인왕은 1992년 팻 리스타치, 2007년 라이언 브론에 이어 세 번째. 윌리엄스에게 가로막힌 봄(.338 .400 .481)과 크로넨워스(.285 .354 .477)는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180타석 이상 들어선 내셔널리그 81타자 중 타율 4위였던 봄은 규정타석을 넘겼다면 더 지지 기반이 두터울 수 있었다. 다저스 영건 듀오 토니 곤솔린(11점)과 더스틴 메이(8점)가 4,5위에 위치한 가운데 김광현은 표를 얻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내셔널리그 감독상은 돈 매팅리가 품었다. 2013년 다저스 시절 감독상을 놓쳤던 매팅리는 첫 수상(2013년 1위 클린트 허들, 2위 매팅리). 리그 승률 2위 샌디에이고의 제이스 팅글러와 감독 데뷔 첫 해를 보낸 시카고 컵스의 데이빗 로스를 여유롭게 눌렀다(총점 매팅리 124점, 팅글러 71점, 로스 25점).
 
지난해 105패 팀 마이애미는 올해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11년 만에 위닝 시즌을 재현한 데 이어 팀 역대 세 번째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해냈다. 앞선 두 번의 포스트시즌과 달리 월드시리즈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꼴찌 후보였던 마이애미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놀라운 반전이었다.
 
올해 마이애미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팀 중 하나였다. 시즌 초반 확진자 18명이 쏟아지면서 팀 운영에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매팅리가 선수단을 추슬렀다. 매팅리는 신인 25명이 포함된 61명의 선수를 기용해 위기를 헤쳐나갔다. 선수 시절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에 눈을 뜬 것. 선수들도 매팅리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는데, 감독 직함을 지우더라도 매팅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왕년의 스타는 감독으로서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다. 과연 매팅리가 이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일단 역대 4명밖에 없었던 MVP 출신의 감독상 수상자가 되는 건 성공했다(프랭크 로빈슨, 돈 베일러, 조 토레, 커크 깁슨).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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