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이리 어렵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하는 흥국생명은 지난 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르고도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던 흥국생명, 이번에는 현대건설 벽을 넘지 못하며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영구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영구 기자
모든 선수가 아쉽겠지만, 가장 아쉬움이 큰 선수 중 한 명은 김연경일 터. 김연경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김연경의 선택은 현역 연장이었다. 흥국생명과 1년 7억 7억 7500만원(연봉 4억 7500만원·옵션 3억원)이었다. 몇 팀의 오퍼가 있었으나 흥국생명에 남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절친인 김수지도 잡으며 전력 보강도 꾀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고, 또 팬들의 염원도 있었다.
올 시즌 힘든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챔프전 준우승을 함께 했던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가 태도 논란을 일으키며 교체됐다. 정규 시즌 단 한 세트도 쉬지 못하고 모든 세트를 다 뛰었다. 정규 시즌 36경기(140세트) 775점 공격 성공률 44.98% 리시브 효율 42.46%로 맹활약했다. 공격 성공률 2위, 리시브 효율 5위, 득점-서브 6위, 디그 7위, 수비 8위로 공수 대부분의 지표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리그 여자부 유력 MVP 후보다.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영구 기자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23점 공격 성공률 40.38% 리시브 효율 52.94%, 2차전 22점 공격 성공률 50% 리시브 효율 16.67%, 3차전 21점 공격 성공률 54.55% 리시브 효율 62.5%를 기록하며 팀을 챔프전 무대로 이끌었다.
챔프전에서도 1차전 23점 공격 성공률 42.55% 리시브 효율 33.33%, 2차전 28점 공격 성공률 59.57% 리시브 효율 40.91%, 3차전 23점 공격 성공률 31% 리시브 효율 43.48%로 활약했지만 웃지 못했다.
김연경은 총 세 번의 우승 경험이 있다. 2005-06, 2006-07시즌 통합 우승을 챙겼다. 마지막 V-리그 우승은 2008-09시즌. 당시 정규리그 3위로 올라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세 시즌 모두 챔프전 MVP에 자리했다.
이후 긴 시간 일본, 튀르키예, 중국리그에서 시간을 보낸 후 2020-21시즌에 한국에 돌아왔다. 2020-21시즌 ‘흥벤져스’란 말이 있을 정도로 김연경-이재영-이다영을 보유한 흥국생명은 1, 2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그해 불거진 이다영-이재영 학교폭력 논란 속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갔으나 GS칼텍스 벽을 넘지 못했다.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영구 기자
2021-22시즌은 중국에서 뛴 후, 2022-23시즌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매 경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고 경기력 역시 좋았다. 팀도 순항했다. 그러나 권순찬 감독 경질 사태에 이영수 수석코치가 대행 한 경기만을 소화한 후 나가고, 신임 감독으로 오기로 했던 김기중 감독은 부담감 속에 감독 선임을 고사했다.
튀르키예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아본단자 감독이 왔고, 흥국생명은 다시 힘을 냈다.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가져왔다. 챔프전 1, 2차전도 모두 잡으며 우승 100% 확률. 그러나 이번에는 도로공사 기세에 완전히 밀리며 3, 4, 5차전을 내리 내줬다. 사상 첫 리버스 스윕으로 상대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번에도 현대건설과 엎치락뒤치락 1위 싸움을 펼쳤으나 6라운드에 꼴찌 페퍼저축은행에 완패한 게 컸다. 2위로 마쳤다. 정관장을 꺾고 갔으나 이미 지친 김연경도 흥국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했지만 FA 자격을 얻는 건 아니다. 앞으로 두 시즌은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선수 생활을 연장한다면 팀과 연봉만 상의하면 된다.
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영구 기자
김연경은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 시상식 종료 후 “계약기간 3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1년, 1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했었다.
과연 김연경을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 뛴다면 내년에는 한을 풀 수 있을까.
기사제공 MK스포츠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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