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시리.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오타니의 40-40 기념구였다고? 전혀 몰랐다. 우리의 끝내기 패배만 생각했다."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역사적인 40홈런-40도루 기록에 성공했다. 그런데 기념구가 사라지고 말았다.
오타니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40번째 도루와 40번째 홈런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내야 안타를 친 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40호 도루였다.
경기 전까지 홈런 39개를 기록하고 있던 오타니는 40-40에 홈런 1개만을 남겨둔 상황. 그런데 그 40번째 홈런이 마치 야구 만화처럼 믿기지 않는 순간에 터졌다. 3-3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오타니가 좌완 투수 콜린 포체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그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믿기지 않는 홈런 상황이 공교롭게도 40-40 대기록과 연결돼 더욱 소름이 끼쳤다.
이로써 오타니는 역대 6번째로 40-40 클럽에 가입한 메이저리그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가 세운 역대 40-40 최소 경기 기록인 147경기를 21경기나 단축한 126경기 만에 대기록을 달성하며 최소 경기 신기록까지 세웠다.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다 동료들의 물벼락을 맞는 오타니 쇼헤이. USA TODAY 연합뉴스
문제는 이 역사적인 공이 사라졌다는 사실.
보통 기록이 걸려있는 공은 관중이 잡더라도 구단이 회수하거나, 되돌려 받아 보관하고 해당 관중에게 선물을 주는 형식으로 물물교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단이 먼저 이벤트를 내걸 때도 있다.
하지만 오타니가 친 40번째 홈런은 서로 공을 잡으려고 팔을 뻗은 관중들이 몰려들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튕겨져 나왔다. 그라운드에서 공을 주운 사람은 템파베이의 중견수 호세 시리.
그런데 공을 잡은 시리가 다시 외야 관중석으로 공을 던져줬고, 한 남성이 이 공을 낚아챘다. 시리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해 "오타니의 기념구인 것을 전혀 몰랐다. 우리의 끝내기 패배만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40호 홈런을 친 후 손을 번쩍 든 오타니 쇼헤이. UPI연합뉴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의 40-40 기념구를 잡은 남성 팬은 한 유명 야구 유튜버의 영상에 잡혔다.
공을 잡은 직후 인터뷰에 응한 남성은 "대단히 좋다. 최고의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소중히 챙겨서 집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남성은 외야에 배치된 구장 스태프에게 기념구 인증 마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인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가 최소 경기 40-40 신기록을 세운 기념구는 미국 내에서 최소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증 씰을 부착해야 가치가 더 올라가는데,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
하지만 팬들은 다저스 구단이 해당 관중을 다시 수소문해 선물을 주고, 기념구를 오타니가 되찾아야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다저스 구단은 올 시즌 오타니의 기록이 걸린 홈런구와 관련, 부적절한 대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 과연 40-40 기념구는 오타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나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