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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팬심'에 대표까지 바짝 엎드린 티빙… 시작부터 깨진 신뢰, 정상화 약속하고도 '꼴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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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설명회에서 최근 논란을 사과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을 약속한 최주희 티빙 대표 ⓒ티빙 제공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당초 자사의 화려한 '출정식'을 계획했던 자리였다. 향후 3년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주목받아야 했다.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엉망진창'이라는 표현에 가까웠던 서비스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성난 야구팬들의 여론에 당황한 티빙은 대표이사까지 바짝 엎드려 사과하고 서비스 정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야구팬들의 신뢰가 많이 깨졌다. 정상화 약속을 빠른 시일 내에 지킬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끊이지 않는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했는데 정규시즌 개막까지는 열흘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다. "야구의 육성형 OTT"냐는 조롱이 끊이지 않는다. '프로야구 중계 유료화'라는 격변의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티빙이 시작부터 휘청거린다.

티빙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다. 티빙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이하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에 뛰어들어 최종 승자가 됐다. 연간 450억 원, 3년간 총액 1350억 원을 베팅해 사업권을 따냈다. 종전 계약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티빙을 앞세운 OTT 사업이 정체기에 이른 CJ ENM이었다. 프로야구라는 킬러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처음에는 '유료화'가 논란이었다. 지금까지 팬들은 포털사이트나 통신사를 통해 무료로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었다. 태생이 OTT인 티빙은 달랐다. 입찰 당시부터 유료화를 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경쟁 업체(포털‧통신 컨소시엄, 에이클라 미디어그룹)의 무료화 유지와 결이 달랐다. 런칭 예정이었던 자사의 광고형 요금제와 결합하는 등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것부터 팬들의 반발이 거셌던 가운데, 정작 '유료화'를 표방한 티빙의 서비스가 기존 무료 서비스보다 질이 한참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자 팬들이 들고 일어섰다. 유료화만 신경을 썼지, 정작 그 유료화에 걸맞은 품질을 구축하는 건 뒷전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시범경기가 열린 지난 주말, 티빙이 런칭 이래 가장 집중적인 난타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실망이었다. 구체적인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었다. 뭐라도 잘못하면 굴지의 대기업 이미지까지 휘청거리는 무대다. 프로야구와 팬들이 만만하지 않다"고 뼈있는 충고를 던졌다.

◆ 야구도 모르고 1350억 원 썼나… 이러다 3년 내내 지뢰밭 기다린다

처음이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야구와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입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기술적 부분부터가 낙제였다. 라이브 방송에서 딜레이가 너무 심했다. 생동감이 생명인 스포츠 중계에서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광고형 요금제로는 기능 제한도 많았다. 화질도 떨어졌다. 무료로 보던 시절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었다. 3월 10일 삼성-한화전에서는 무음 송출이라는 대형 사고가 나오기도 했다. "돈 내고 보는 데 무료 시절보다 못하다"는 비판은 당연했다.

경기 영상을 다시 찾아보려고 해도 너무 불편했다. 드라마처럼 '1화', '2화'로 나눠 제공했다. 스포츠 이해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진 대목이다. 속도도 팬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오는 데까지 4~5시간이 걸렸다. 팬들은 물론 현장에서도 '이게 뭐냐'는 반응이다. 한 코치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 영상을 좀 보고 싶은데 계속 안 올라오더라. 결국 다음 날 아침에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 너무 늦다보니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구단에서도 불만이 컸다. 그렇다고 티빙과 구단 사이에 협의가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시범경기가 시작됐는데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 당초 부푼 청사진을 설명했어야 할 설명회는 티빙의 수준 이하 역량을 성토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티빙 제공
 
 



뒤늦게 올라온 영상에서도 수많은 오류가 쏟아졌다. 티빙이 주말 사이 조롱거리가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틀 사이에 지적된 오류만 수십 개에 이른다. '2루까지 완벽하게 SAVE', '22번 타자 채은성', '3루를 찍고 홈런', '3루수 득점' 등의 문구에 팬들이 아연실색했다. 야구에 조금이라도 이해가 있는 편집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문자 중계도 오류가 많아 아예 포털사이트 문자 중계를 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튜브 플랫폼에서도 사고를 제대로 쳤다. 3월 11일 LG-삼성전 시범경기 클립에 태그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멸칭이라고 할 수 있는 '칩성, 꼴데'가 그대로 들어가 해당 팀 팬들은 물론 10개 구단 팬들이 다 들고 일어서는 일대 사건을 만들었다. 해당 경기와 별로 관계가 없는 '손흥민' 태그 등은 현재 티빙과 자체 인력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최 대표가 설명회에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을 그때였다.

◆ 수습 안간힘 티빙, 이미 '관심병사' 전락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최주희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최 대표는 12일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유료를 말씀 드리기에 앞서서,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개막 전 제대로 된 서비스로 찾아뵙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사과했다. 티빙의 신뢰성을 결정적으로 깨뜨린 숱한 자막 오류에 대해서는 "20년 전에 야구에 입문할 때 볼넷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과 같은 실수를 한 것 같다. 저는 오랫동안 응원한 팀도 있고 좋아하는 선수도 있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개선 중이다.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과정을 최대한 하고 있다. 그런 실수는 없으리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티빙 측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시선에 대해 "개발자만 5~60명이 KBO 중계를 위해 붙어서 일을 하고 있다. 인력 보강을 계속하고 있다"고 항변하면서도 "클립 등을 제작하는 각각 파트너들의 전문성을 파악해 보겠다. 조금 미진했었다고 생각한다. 시간 안에 고쳐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서비스 품질 개선을 약속했다. 최 대표는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진심어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팬들이 보기에 '이렇게 차별화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다. 시즌 내내 보여 드리고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티빙 측은 "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서 안정화시키겠다. 계속 노력하는 진심을 담을 테니 시즌을 지켜봐 달라", "역대 최다 데이터 준비 등 스포츠 라이프와 스포테인먼트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걸 목표로 한다", "티빙이 선정되고 유료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선순환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등 다양한 청사진을 드러냈다. 구호는 좋았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을 다 지우지는 못했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적인 인력 충원에만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야 부랴부랴 이 부분의 확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날 설명회에서도 여전히 야구 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심차게 선보인 '슈퍼 매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1시간 전 그라운드 프리뷰 프로그램은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가 될 수 있을뿐더러, 찾아가겠다는 클럽하우스는 현재 미디어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를 들은 한 구단 관계자는 "누가 기획을 했을까, 구단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당황스러워했다.

 


 

▲ 프로야구 유료화가 산업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KBO는 정작 이번 논란에서 중재자 몫을 하지 못하고 뒤로 빠져 있다 ⓒ곽혜미 기자
 
 



중간에서 다리가 되어야 할 KBO가 너무 사태를 방치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KBO는 "티빙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KBOP 내 구단 이사들의 결정"이라며 뒤로 빠져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선협상기간이 한 달 이상 이어졌음에도 세부 사항 논의가 너무 느슨했다는 불만이 야구계 여기저기서 나온다. 당장 시범경기를 앞두고 구단들은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에게 티빙 계정이 제공되는가"를 질의했으나 KBO와 티빙 측은 "현재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회신했다. 정작 야구라는 콘텐츠를 만드는 선수들과 직원들의 시청을 위해 계정을 몇 개나 구매해야 하는지 취합하고 계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미 사고를 친 티빙의 향후 행보는 모든 것이 '관심병사'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괴로워졌다. 빠르게 정상화하고 팬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티빙의 정상적인 사업권 영위는 물론 궁극적인 야구 산업화도 가능하다. "투자금 회수가 당장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 팬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걸 제일로 한다. 이것이 저의 원칙이다"라고 말한 최 대표와 티빙의 약속을 프로야구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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