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이 26일 잠실구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삼성 원태인(24)은 지난 22일 열린 2024시즌 개막 미디어데이를 마치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도전에 대한 공표까지는 아니었지만 원태인의 생각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원태인은 이전까지는 미국보다는 일본을 바라봤다. “나는 메이저리그에 통하지 않는다”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삼성의 토종 에이스로서 활약하고 있음에도 원태인은 자신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 계기가 생겼다. 원태인은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24 MLB 서울시리즈 연습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상대를 했다. 샌디에이고 중심 타자인 매니 마차도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이 원태인의 꿈을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려두었다.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원태인은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라며 “미국은 아예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나 더 좋은 선수가 됐을 때 똑같은 조건이라면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를 꺼냈다”라고 밝혔다.
삼성 원태인이 26일 잠실구장에서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서울시리즈의 영향이 컸다. 원태인은 “자신감은 물론이고 시야도 커지고 야구를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게 다 바뀌었다”며 “단 두 경기였지만 많은 걸 바꿔놓았다”고 했다.
마차도를 상대할 때 만면에 미소를 띄었던 원태인은 그 당시의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모든게 내가 진짜 생각했던 대로 갔다. 볼카운트가 2볼로 몰렸을 때 직구를 던지면 무조건 홈런이 될 거 같아서 체인지업을 던지자고 했는데 스윙이 나오더라. 그 뒤에도 공의 궤적과 스피드와 위치 모든게 생각대로 갔다. 거기에 헛스윙 삼진이 나오니까 그리는대로 됐어서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고 당시를 돌이켜봤다.
다음날 마차도는 3점 홈런을 쳤다. 원태인은 “그 전까지 계속 안 좋다가 결국에는 해주는 걸 보고 왜 저 선수의 팬들이 열광하는지 알것 같았다. 좀 멋있으면서도 나는 저 선수를 잡았기 때문에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라며 웃었다.
실전 경기 전에인 지난 16일에는 LA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유소년 야구 클리닉에서 만남을 가졌다.
원태인은 “누가 나오는지 몰라서 봤는데 피지컬을 봤더니 글래스노우더라”며 “진짜 많은 걸 물어봐야겠다고 했는데 선뚯 말해주기도 하고 내가 궁금한 거에 정말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진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2024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앞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유소년 클리닉에서 LA 다저스의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팀 코리아 원태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뷰캐넌과도 종종 영어로 대화했던 원태인이었기에 글래스노우와의 대화도 어렵진 않았다. 원태은 최근 뷰캐넌의 연락에 “마차도에게 삼진 잡아봤느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는 “글래스노우가 내가 못 알아 들으면 조금 더 쉽게 말도 해줘서 거의 다 알아들었다”며 “녹음을 하지 않아도 다 외웠다. 두번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선수가 했던 말들은 아직까지 계속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원태인은 스스로를 계속 과소 평가한 이유로 “진짜 안 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도 문동주(한화), 안우진(키움) 등 강속구 투수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아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가한 삼성 원태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구속이 다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원태인은 “우리 팀 선수들이 100마일을 던진다고 해서 못 치는 것도 아니고 90마일을 던져도 정말 못 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더라”며 “변화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좀 더 잘 갈고 닦으면 좋을 것 같았다. 미국에는 좋은 체인지업이 있지만 이렇게 느린 체인지업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분석이 되면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이제 통한다는 걸 알아서 생각도 바뀌었다. 계속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꿈이 커가는 원태인은 삼성 마운드의 기둥이기도 하다. 2019년 입단한 원태인은 데뷔 첫 해부터 선발진에 합류했고 2020시즌부터 토종 1선발로 활약 중이다. 이런 원태인은 삼성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에 대한 꿈을 키우는 그에게 ‘전제조건’이 달렸다.
원태인은 “이종열 단장님이 우승시키고 가라고 하셨다”라며 “일단 우승할 때까지는 못 갈 거 같다”며 웃었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잠실 |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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