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훌륭한 성적으로 첫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제 29일 '절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본토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갖는다.
이정후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박효준 또한 1타수 무안타로 시범경기를 모두 마쳤다.
이정후는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샌프란시스코와 무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까닭. 샌프란시스코가 야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은 '레전드' 버스터 포지 이후 처음있는 일. 이정후는 곧바로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 계약에 부정적인 시선도 뒤따랐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를 놓친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패닉바이' 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이정후에게는 '오버페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 후 이정후에게 좋지 않은 수식어는 게 눈 감추듯 모두 사라졌다. 정규시즌의 긴 페넌트레이스는 아니지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가벼운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데뷔전이 늦어졌으나,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첫 경기 출전했다. 당시 이정후는 첫 안타를 신고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고, 두 번째 출전에서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렇게 지난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좋은 기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정후는 지난 2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멀티히트 경기를 펼친데 이어 23일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에서도 두 개의 안타를 생산,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는 '정교함'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다만 전날(26일) 오클랜드와 시범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 이날 또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이정후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2도루 타율 0.343 OPS 0.911로 마무리하게 됐다.
이날 이정후는 오클랜드의 선발 폴 블랙번과 맞대결을 가졌다. 이정후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블랙번을 상대로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높게 형성된 90.5마일(약 145.6km) 커터에 방망이를 내밀었는데,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첫 번째 타석을 마쳤다. 그리고 0-1로 뒤진 3회말 2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3B-2S의 풀카운트에서 다시 한번 커터에 1루수 땅볼로 침묵했다.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결국 블랙번을 상대로 웃지 못했다. 이정후는 0-3으로 뒤진 6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블랙번과 5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다. 그런데 몽고메리의 5구째 85.2마일(약 137.1km)의 체인지업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끄트머리에 걸쳤고, 루킹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다소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명백한 스트라이크였다. 그리고 이정후는 6회초 수비에서 앞서 대수비와 교체되면서 정규시즌을 앞둔 마지막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정후가 교체된 후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박효준이었다. 2022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이후 빅리그 커리어가 단절된 박효준은 보스턴 레드삭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거쳐 지난해 11월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박효준은 그야말로 최근까지 메이저리그를 폭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스프링캠프 성적은 22경기에서 21안타 1홈런 타율 0.488 OPS 1.163을 기록했다.
박효준은 뜨거운 타격감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합류가 매우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27일 경기에 앞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박효준이 오클랜드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실력적인 문제가 아닌, 로스터 구성의 문제였지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의 좋은 흐름을 트리플A에서도 이어가지 못한다면,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확정됐지만, 박효준은 이날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7회말 대수비로 출전한 박효준은 8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효준은 언더핸드 타일러 로저스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2B-2S에서 5구째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박효준은 타율 0.477 OPS 1.137로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됐다.
이날 경기는 오클랜드가 잡았다. 오클랜드는 3회 카를로스 페레즈의 볼넷과 라이언 노다의 2루타로 만들어진 2, 3루 찬스에서 J.D. 데이비스의 땅볼로 가볍게 선취점을 손에 넣었다. 이어 오클랜드는 4회 로렌스 버틀러와 닉 알렌의 안타와 더블스틸, 대럴 에르나이즈의 볼넷으로 마련된 만루 찬스에서 에스테우리 루이즈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그리고 6회 알렌의 희생플라이로 3-0까지 간격을 벌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오클랜드보다 더 많은 안타를 터뜨렸다. 특히 9회말 경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추격에 나섰지만,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2-3으로 패하며 15승 12패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28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미국 본토 개막전을 갖는다. 따라서 이정후와 김하성이 정규시즌 첫 경기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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