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너, 나가"
한국 야구가 점점 이상해져간다. KBO리그에서도 일명 '덕아웃 직캠'을 보면 선수들이 득점의 기쁨을 만끽한다. 여기, 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을 '과한 행동'으로 제한을 둔 채 퇴장 지시를 내리는 곳이 있다. 바로 아마추어 야구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는 올해 '전국대회 위반 행위 및 제재' 규정에 '지나친 응원' 제재 조항을 신설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상대 투수의 투구를 비난하는 말 또는 행위, 상대 팀 야유, 예의에 벗어난 말 또는 행위 그리고 춤추기가 있었다.
해당 규정 내용.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주심은 1차 경고 후 퇴장을 지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1~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KBSA 고위 관계자는 지난 28일 MHN스포츠와 전화에서 "선수들이 학생다운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해당 규정을 신설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보여준 세리머니 부분도 너무 과한 부분이 여럿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이 같은 행동이 향후 국제 대회에서도 문제가 된 것이라고 협회는 생각하고 있다"며 "프로 선수를 모방하고 야구 실력 부분이 아닌 안 좋은 것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규정 신설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해당 규정에서 허점이 여럿 발생했다. 특히 현장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제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친 응원'의 제재 내용의 기준이 비하 발언이 아닌 춤추기, 혹은 일반적인 응원이었음에도 퇴장을 당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또 한 팀에서 다수의 선수가 퇴장 당하는 등, 과연 해당 조항이 학생 선수의 '기본'을 요구하는 것인지, 혹은 심판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MHN스포츠 취재 결과 지난주 고교야구 경기도 권역 주말리그에서 A고교는 해당 '지나친 응원'으로 대거 퇴장당했다. 이어 지난 23일(토요일)에도 경기 남부 모 야구장에서 열린 주말리그 경기에서 B 고등학교 선수 한 명이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퇴장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 고교 퇴장의 경우에는 상대 팀 비하,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닌 팀의 첫 득점 후 선수가 기쁨을 만끽하는 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심이 경고를 하긴 했으나, 경고 조치 후 시간 차 없이 2루심이 곧바로 "너, 나가"라고 말하며 일방적인 퇴장을 한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프로에서도 어떠한 이유든 한 번 경고 조처를 내리면, 일정한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그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면 퇴장 조처를 내리는데, 고교야구에서 곧바로 퇴장 조처를 한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보인다.
해당 기록지엔 퇴장에 당한 내용은 물론, 기본적인 퇴장 내용 역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모자이크 처리 된 부분은 학교 이름, 라인업 선수 이름임을 알려드립니다)
또 B 고교 선수의 해당 퇴장은 공식 기록지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보통 경기 중 선수가 퇴장당한다면 기록지에 명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지가 입수한 기록지에는 선수 퇴장과 관련한 그 어떠한 내용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심판 재량으로 둔갑한 심판의 횡포'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해당 소식을 들은 야구계 한 원로는 "우선 선수들의 응원 문화를 막는 것 자체가 의문인 조항이다. 상대 팀 비하 발언은 제재하는 것이 맞으나, 득점 이후 혹은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과정 자체를 '아이들의 기본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2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경기를 협회 측에서 봤는지 모르겠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불리는 그들도, 팀 득점 상황에선 춤을 추면서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선수들의 해당 행위들이 과연 '학생 선수 다운 야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오히려 심판진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조항으로 보인다. 아마야구가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KBSA의 또 다른 관계자는 "B 고교의 해당 퇴장의 경우, 심판부에 확인을 해본 결과 주심이 1차 경고를 지시한 뒤 2루심이 퇴장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렇다면 왜 공식 기록지에 명시되어 있지 않느냐'와 '현장에선 시간 차를 두지 않고 곧바로 퇴장을 명령, 선수에게 강한 어조로 퇴장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라는 본 기자의 질문에는 "현재 해당 경기의 보고서가 올라오지 않았다. 협회에서도 사실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야구의 '지나친 응원' 제재 조항은 꼭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고교야구 감독자 대표를 맡고 있는 율곡고야구단의 문용수 감독은 "경기하다 보면 상대 팀 선수의 지나친 비난과 야유 탓에 선수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때가 있다. 또 상대 팀에게 안 좋은 말을 뱉는 것은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 해당 규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이 상호 예의를 지킬 줄 아는 것이 지도자로서 바램"이라고 찬성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다만 현장에서 해당 규정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빈번하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인데, 기준 없이 퇴장당한다면, 이는 좋은 분위기를 다운 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심판 재량으로 이루어지는 조항이다 보니 이는 악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덕아웃 분위기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는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경기에 나서지 않는 후보 선수가 퇴장을 당하더라도 이는 충분히 분위기를 장악 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아마추어 야구의 본질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언제나 파이팅넘치는 플레이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욕설, 비난 등의 모습은 당연히 제재받고 선수들 역시 반성해야 하는 모습이다. 다만 고교야구 일종의 특유 문화였던 춤 추기, 응원 열기를 막는 것은 오히려 자라나는 선수들의 열정을 죽이는 행동이 아닐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한편 KBSA는 "향후에도 해당 규정에 대해 엄격하게 운영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경고 조치가 확실히 있었는지, 또 퇴장을 당할 만한 사유였는지 등의 내용 역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협회가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MHN스포츠 DB
기사제공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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