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낭만적인 결정이다. 파울로 디발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적 대신 AS로마 잔류를 선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서 활동하는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디발라가 로마에 남는다. 알카디시야의 제안은 거절당했다. 디발라는 알카다시아가 제안한 7500만 유로(약 1118억원)에 3년 계약을 거절했다. 그는 로마에 남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유력 언론인 지안루카 디마르지오 역시 "디발라가 로마에 남는다. 디발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을 거절했고, 계속해서 로마의 셔츠를 입을 것이다. 알카디시야의 엄청난 제안에도 불구하고 디발라는 로마 팬들에 대한 사랑과 팀에 대한 애정 때문에 로마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디발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마워요 로마, 일요일에 봐요"라며 주말에 예정되어 있는 엠폴리와의 2024-2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팬들과의 만남을 예고했다.
2011년 프로 데뷔한 디발라는 줄곧 세리에A에서만 활약했다. 팔레르모를 거쳐 2015년 이탈리아 최고의 명문 구단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뒤 이탈리아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고, 유벤투스의 레전드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에 이어 유벤투스를 대표하는 '판타지 스타'로 자리잡았다.
디발라의 잘생긴 외모도 크게 작용했지만, 디발라는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장점으로 갖고 있는 데다 공격적인 능력도 전반적으로 좋은 스타일의 공격 자원이다. 공격 작업에 관여하는 플레이 메이커이자 슈팅 각도가 나오면 직접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디발라다. 디발라는 2018-19시즌 부진에 빠지기 전까지 줄곧 유벤투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7년간 유벤투스에서 세리에A 우승 5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 4회,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 우승 3회를 차지한 디발라는 지난 2022년 로마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로마를 이끌던 조세 무리뉴 감독의 부름을 받아 로마 유니폼을 입은 디발라는 다시 펄펄 날았다.
입단 첫 해였던 2022-23시즌 12골 6도움, 두 번째 시즌에는 13골 9도움을 올리며 로마 공격을 이끌었다. 2022-23시즌에는 로마의 최다 득점자로서 팀의 득점을 책임졌다면 지난 시즌에는 임대생 로멜루 루카쿠와 함께 로마의 화력을 담당했다. 로마는 디발라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 시즌 연속 리그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자신을 데려왔던 무리뉴 감독이 시즌 도중 로마를 떠나면서 디발라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마침 지난해 여름에 이어 유럽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노리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의 레이더에 디발라가 들어왔고, 지난 시즌 사우디아라비아 2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승격을 이뤄낸 알카디시야가 디발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로마노는 지난 14일 알카디시야가 디발라와의 3년 계약에 근접했다며 디발라가 알카디시야와 개인 합의를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로마노에 따르면 알카디시야와 디발라는 연봉을 포함한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는 끝났고,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었다.
디발라는 훈련장에서 팬들과 팀 동료들, 그리고 구단 코칭 스태프들에게 작별 인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알카디시야로 이적하는 대신 로마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풋볼 이탈리아'는 "어떤 사람들은 디발라가 3년 동안 7500만 유로의 연봉을 받는 걸 거부했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로마가 디발라에 대한 이적료를 적게 받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며 구단이 디발라 매각을 거절했는지, 디발라가 합류를 거부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과정을 떠나 디발라의 선택은 낭만적이다. 많은 선수들, 심지어 커리어가 한창인 20대 선수들조차 막대한 연봉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을 선택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케빈 더브라위너가 말했던 것처럼 디발라 역시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해 평생 만지지 못할 돈을 벌어서 은퇴 이후 편안한 삶을 누리는 방향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디발라는 돈보다 낭만을 선택했다.
한편 디발라는 한국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선수다. 리오넬 메시와 같은 아르헨티나 국적이라는 점이나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라는 점 외에도 디발라의 인기를 높이는 건 그의 태도다.
남아메리카 출신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무지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최고 수준에서 뛰는 선수들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같은 팀 동료이자 주장인 손흥민을 두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지하지 못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나 과거 자신에게 선물을 준 팬에게 "깜둥이"라고 칭한 에딘손 카바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디발라는 달랐다. 디발라는 지난 2020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인종차별주의의 성향을 띄고 있다. 마리오 발로텔리나 미랄렘 피야니치에게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며 "이탈리아 내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벌 수위가 낮아서 사람들이 대담하게 행동하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디발라는 "피부색만이 아니라 출신 국가로도 인종차별을 당한다. 유스 시절 아시아 출신 동료들이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슬펐다"며 흑인들과 달리 인종차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시아인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는 미국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축구계에서도 다시 한번 인종차별 퇴출의 바람이 불던 시기였다. 때문에 디발라의 발언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디발라는 같은 해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여러 나라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마스크 착용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디발라가 올린 사진 중에는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 디발라의 인기를 올리는 하나의 사건이 됐다.
사진=디발라 SNS, 연합뉴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