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 고우석(26·마이애미)은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전의 유니폼은 확실히 샌디에이고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험난한 여정 속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는 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라게 한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초반부터 순위표의 바닥을 기고 있는 마이애미는 올해 성적을 포기하는 대신 유망주를 수집하며 2~3년 뒤를 내다보기로 했다. 팀이 가진 가장 큰 자원 중 하나인 내셔널리그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를 샌디에이고에 보내고 총 네 명의 선수를 받는 트레이드에 도장을 찍었다.
마이애미는 아라에스의 올해 연봉 상당 부분을 보조하는 강수까지 써가며 유망주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1루수 네이던 마토렐라, 외야수 딜런 헤드와 제이콥 마시, 그리고 우완 불펜 자원인 고우석을 손에 넣었다. 고우석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는 샌디에이고 유망주 랭킹 'TOP 20'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고우석만 유망주가 아니다.
이 때문에 세간의 모든 시선은 타격왕을 손에 넣은 샌디에이고와 아라에스, 그리고 마이애미가 얻은 세 명의 유망주에게 쏠려 있다. 피터 벤딕스 마이애미 야구부문 사장 또한 트레이드 이후 화상 인터뷰에서 왜 마이애미가 아라에스를 트레이드했는지, 그리고 왜 이 세 선수를 영입했는지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고우석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같은 시간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 또한 왜 팀이 아라에스를 영입했는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반대로 보낸 고우석에 대해서는 별다른 발언이 없었다. 고우석은 심지어 프렐러 단장 자신이 영입을 주도하고 결재한 선수다. 2년 보장 450만 달러라는, 불펜 투수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을 들였다. 그런데 프렐러 단장은 고우석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는 듯했다.
1대4 트레이드에서 가장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선수가 고우석이었던 셈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라에스라는 선수가 워낙 거물이고, 마이애미가 그 대가로 얻은 방점이 유망주 세 명에게 찍혀 있었던 만큼 고우석은 다소 '애매한' 포지션에 있었던 것이다. 마이애미는 고우석을 메이저리그로 바로 올리는 대신 구단 산하 트리플A팀에 배정하며 컨디션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고우석으로서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다.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뒤 메이저리그 데뷔를 코앞에 두는 듯했던 고우석은 시범경기 난조 끝에 결국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구단은 트리플A가 아닌 더블A에 고우석을 배정하며 더 차분한 환경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길 바랐다. 하지만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고우석은 결국 샌디에이고에 확신을 주지 못한 채 트레이드 매물로 팔려 나갔다.
샌디에이고 메이저리그 팀 승격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고우석은 졸지에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으로 떠나게 된 셈이다. 집부터 새로 구해야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등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컨디션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고, 피치 디자인 등에서는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새로운 조언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 트레이드가 기회라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의 고우석에게는 시련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리빌딩 팀이고, 상대적으로 불펜에 구멍도 더 많다. 고우석이 트리플A에서 빨리 컨디션을 만든다면 조만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벤딕스 사장은 고우석에 대해 "메이저리그 불펜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고 있다"면서 믿음을 드러냈다. 트리플A에서 성적으로 증명한다면 선수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리빌딩 팀인 마이애미에서 충분히 기회가 온다.
올해 승격해 자리를 잡으면 내년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어 더 안정된 여건을 만들 수 있다. 마이애미가 거액을 들여 불펜을 보강할 가능성도 당분간은 없는 만큼 고우석으로서는 오히려 자신의 진가를 더 많이 보여줄 기회의 무대이기도 하다.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켄 로젠탈 또한 7일 자신의 칼럼에서 이번 트레이드를 분석하며 "마이애미는 아직 메이저리그에 나오지 않은 한국인 FA 고우석을 살리기(salvage)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고우석도 이번 트레이드의 한 축임을 강조했다.
다른 언론들도 이번 트레이드가 고우석에게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고우석이 한국에선 엘리트 마무리투수였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트레이드 당시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산하 더블A팀인 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뛰고 있었다. 고우석은 지난 오프시즌에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11피안타 9실점을 한 뒤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라며 고우석의 험난했던 지금까지의 과정을 묘사했다.
이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고우석은 더블A에서 2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 중이다. 탈삼진 비율은 28%, 볼넷 허용률은 7%를 기록했다. 고우석은 평균 수준의 패스트볼을 가졌으며 평균 이상의 커브, 그리고 평균 수준보다 낮은 커터를 던진다. 로우 레버리지 상황에 등판하는 불펜으로 활용될 것이라 점쳐진다"며 고우석이 필승조 수준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뛸 만한 자격은 갖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애미 구단 또한 "고우석은 지난 해 KBO 챔피언을 차지했던 LG트윈스에서 뛰었고 44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지난해 고우석은 9이닝당 탈삼진 12.1개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1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190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2피홈런을 기록했으며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179를 기록했다"면서 "지난 5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139세이브를 기록했으며 이 기간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해 (KBO리그의) 모든 마무리투수들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소개하며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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