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역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였다. 한번 실수했다고 흔들리는 선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중견수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결과는 플라이 아웃이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타구는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인 오라클파크를 비롯해 10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펜웨이파크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홈런을 놓치고 말았다.
수비에서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4회말 1아웃에서 세단 라파엘라가 때린 타구는 중견수 이정후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그런데 이정후는 강한 햇빛 때문에 타구의 방향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결국 2루타를 허용하면서 팀에 위기를 초래했다.
보통 선수 같으면 멘탈이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이정후는 달랐다. 마침 제런 듀란의 잘 맞은 타구가 이정후에게로 향했고 이정후는 과감하게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다. 어떻게든 타구를 잡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끝내 몸을 날리는 호수비로 실점 위기의 팀을 구했다. 앞선 수비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은 호수비였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팀의 실점을 막는 호수비를 펼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경기는 샌프란시스코의 3-1 승리로 종료됐다. 하마터면 보스턴에 3연전을 스윕당할 뻔한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승리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날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은 이정후의 플레이를 주목했다. 먼저 '디 애슬래틱'은 "이정후의 몇몇 타구는 다른 구장이었으면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12타수 1안타로 3연전을 마쳤다"라고 이정후가 타석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정후는 보스턴과의 3연전에서 매 경기마다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결과는 매번 플라이 아웃으로 이어졌다.
이어 '디 애슬래틱'은 "이정후는 햇빛에 뜬공의 방향을 잃었지만 듀란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헤드퍼스트 다이빙으로 잡았고 주먹으로 잔디에 펀치를 날리기도 했다"라면서 이정후가 다이빙 캐치로 수비 실수를 만회한 순간을 생생하게 전했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이정후의 '강철 멘탈'이었다. 이정후는 '디 애슬래틱'과 인터뷰에서 "(타구를 놓친) 첫 플레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었다"라면서 "내가 볼을 놓치고 나서 다음 공이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꼭 잡아서 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라고 밝혔다. 수비에서 실수를 하고 멘탈이 흔들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멘탈을 꽉 잡고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정후의 멘탈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또 다른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도 이정후의 호수비를 언급했다. 'SI'는 "이정후가 외야에서 당황스러운 실수를 했지만 자신이 직접 만회했다"라고 이정후가 자신의 실수를 호수비로 극복했음을 이야기하면서 "수많은 세대에 걸쳐 펜웨이파크의 구조는 많은 외야수들에게 골칫거리를 안겼다"라며 펜웨이파크가 외야수들이 수비하기 어려운 구장임을 강조했다. 이것도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라는 큰 무대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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