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30대 남성, 응급실 의사 없어 병원 전전하다가 숨져

근처 병원 응급실 이송하려했지만 입원불가 통보 / 당시 근처 병원 관계자 “집단 휴진 영향준 듯 보여” / 전날 부산에서도 약물 중독 남성 3시간 배회후 숨져


새벽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30대 남성이 응급실 의사가 없어 병원을 전전하다가 끝내 숨졌다.

2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서 A(39)씨가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5시 26분쯤 도착한 119구급대는 A씨를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려 했지만 “의사가 없어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구급대는 의정부 시내 여러병원에 연락해 병원 측과 수용여부를 타진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우여곡절끝에 오전 5시 43분쯤 양주시의 한 병원에 도착했지만 끝내 A씨는 호흡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근처 병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응급실 당직의를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집단휴진 영향으로 휴무인 의사들도 대체 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전국적으로 야간 응급수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경찰서는 A씨의 사망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A씨의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고 유가족들로부터 사건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전날 부산에서도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가 울산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재 의사측은 정부를 향해 강경 투쟁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날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자 무기한 총파업 돌입 등 강경 투쟁을 시사했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전임의 대상 업무개시 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 적용해 즉시 환자 진료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고 업무개시 명령을 지키지 않은 의사 10명은 경찰에 고발 조치키로 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 파업에 들어가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31일부터는 중환자실 전문의 등이 담당 이외의 환자도 볼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 병원은 응급 환자 대응이나 수술과 같은 중증 진료에 집중하도록 경증 환자 진료는 축소할 방침이다.

양다훈 기자

2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