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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포스투잇] 에토에 원피스 유니폼 입힌 '미친' 브랜드

드루와 0

사실은 딱딱하고 재미 없지만, 그 뒤에 있는 말랑말랑한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포포투는 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세상 이야기를 재미있으면서도 깊게 다루는 ‘포스투잇(포포투 스토리 투나잇’)을 준비했습니다.



축구는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보수적인 스포츠지만, 재미있는 일탈을 꿈꾸는 이는 항상 있습니다.

한 스포츠 용품 브랜드는 카메룬 대표팀에 기존 상의와 하의로 된 유니폼이 아닌 원피스 유니폼을 제공했습니다. 카메룬 대표팀은 2002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과 2004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원피스 유니폼을 착용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사뮈엘 에토도 이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원피스 유니폼은 정말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퍼는 어깨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FIFA는 격노했습니다. 당시 회장이었던 제프 블라터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벌금을 부과하고 ‘2006 독일 월드컵’ 아프리카지역 예선 승점을 감점하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벌금은 몰라도 월드컵 예선 승점 감점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카메룬은 정말 징계를 받았을까요? 아닙니다. 카메룬은 독일월드컵에 나서지 못했지만, 승점 감점이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이 발칙한 유니폼을 만든 업체는 푸마였습니다. 푸마는 카메룬을 돕기 위해서 FIFA에 읍소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잘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이들은 ‘축구를 구하자(Save the Game)’라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100만 명이 푸마와 카메룬 징계를 반대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축구를 구하려면 카메룬을 구하라는 뜻이었죠. 결국 이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푸마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든 적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에서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스포츠 마케팅 사상 초유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펠레는 결승전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에 주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축구화 끈을 고쳐 묶었고, 자연스럽게 모든 중계 카메라는 선명한 푸마 로고가 새겨진 펠레의 신발을 잡았습니다. 후에 이 일은 푸마와 펠레가 사전에 협의해서 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방송사는 더 이상 이럴 때 축구화를 잡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푸마는 화려하게 성장했으나 1980년대 중반 어려움을 겪기 시작합니다. 외향적으로 보면 테니스 슈퍼스타인 보리스 베커와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를 후원하고 있으니 좋아 보였죠. 1986년에는 베커가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고 마라도나도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모두 푸마와 함께했죠.

포장지는 좋았으나 내용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푸마는 1986년에 수익이 0, 제로였습니다. 1987년에는 7500만 마르크 적자를 봤습니다. 유한회사로 성장하면서 주식 발행가가 과대 평가됐고, 미국에서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디다스가 아닌 나이키와 리복이 푸마를 몰아 붙였습니다.

파산 직전의 푸마를 살린건 당시 만 29세였던 요헨 자이츠였습니다. 그는 1993년에 푸마 CEO가 됐고, 과감하게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자이츠는 구조조정 이후 주식 가치를 5000% 성장시켰고,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순 이익은 200배나 늘렸습니다. 자이츠는 구조조정으로 푸마를 살린 게 아닙니다. 회사 방향을 완전히 돌려놨습니다. 자이츠는 품질을 넘어서는 가치를 찾았습니다.

<푸마 리턴>이라는 책에는 푸마가 미래를 선택한 순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은 폭스바겐과 포르쉐입니다. 폭스바겐이 덩치도 크거 더 많은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합니다. 포르쉐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더 특별한 차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이츠는 폭스바겐이 아니라 포르쉐가 되길 바랐습니다. 양이 아닌 질을 추구하면서 스포츠 브랜드에서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명품 브랜드 질 샌더가 푸마 운동화 킹을 런웨이에 세울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두 회사의 협업으로 나온 킹은 명품 대접을 받습니다.

푸마는 2003년에 유명 디자이너 닐 바렛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합니다. 닐 바렛은 푸마에서 2006 독일월드컵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대표팀 유니폼과 용품 일체를 디자인합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를 보유한 프랑스 PPR그룹(현 케링 그룹)이 푸마를 인수한 것도 푸마가 지닌 독특함 때문이었습니다.

요헨 자이츠는 2010년 모회사라고 할 수 있는 케링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0년부터는 할리데이비슨 CEO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자이츠는 푸마를 떠났으나 푸마가 지닌 특별함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산이 되기보다는 가장 특별한 산이 되겠다는 다짐을 지속하고 있는 거죠.


 

기사제공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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