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최초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이동률(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2019시즌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볼 보이를 하던 소년이 프로축구 선수로 데뷔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제주 유니폼을 입고서다.
이동률(20)은 프로 2년 차인 2020시즌 K리그2 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부상으로 K리그2 12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야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렀지만 빠른 적응과 놀라운 결정력 등을 선보이며 팀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에 이바지했다. 올 시즌 이동률의 기록은 14경기 출전 5골 3도움.
이동률은 제주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K리그2 최초 영플레이어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엠스플뉴스가 이동률을 만났다.
- “수원 FC와 올 시즌 마지막 대결 앞두고 한숨도 못 잤습니다” -
올 시즌 K리그2 14경기에서 뛰며 5골 3도움을 기록한 이동률(사진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팀은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일궜습니다. 개인적으론 K리그2 최초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웃음). 올 시즌 초반에 팀과 개인 모두 좋은 흐름이 아니었어요. 팀은 개막전 포함 3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했죠. 저는 개막하자마자 다쳤습니다. 팀 전력에서 이탈했어요. 지난해보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준비를 많이 했다?
동계훈련에 누구보다 착실히 임했습니다. 5월 9일 서울 이랜드전(1-1)부터 출전 기회를 얻고 싶었죠.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어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 재활에 매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7월 26일 K리그2 12라운드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올 시즌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8월 23일 K리그2 16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전부터 27라운드 충남아산프로축구단전까진 모두 출전하며 올 시즌을 마쳤습니다.
경기장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든 팀 승리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뛴 것 같습니다(웃음). 공격 포인트를 올린 날에도 크게 들뜨지 않았어요. 팀 선배들이 축구를 아주 잘해요. 현 상황에 만족하면 금세 자리를 잃어버릴 것 같았죠.
축구계는 올 시즌 K리그2 최고의 경기로 25라운드(10월 24일) 수원 FC전을 꼽습니다. 올 시즌 K리그2 결승전으로 불린 경기였습니다.
수원 FC전 포함 3경기를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K리그2 우승을 확신하지 못했어요. 수원 FC와 마지막 대결에서 패하면 2위로 내려앉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수원 FC전을 앞두고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축구 생각을 하면 잠을 못 잡니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경기 장면이 떠오르죠. 잠자리에 들 땐 축구 생각을 안 하려고 해요. 올 시즌 수원 FC와 마지막 대결 전까지 축구 생각을 한 적이 없었죠. 그런데 하필 수원 FC전 전날 잠을 못 잤어요(웃음).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내일 경기 상황이 막 떠오르는 겁니다.
한숨도 못 잔 겁니까.
잠자는 걸 포기했습니다(웃음). 수원 FC전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하나하나 생각했어요. 다행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골을 넣으면서 팀 승리에 이바지했어요. 올 시즌 가장 인상 깊은 경기였습니다.
지난해엔 K리그2 강등을 경험했습니다. 1년 새 지옥과 천당을 오갔습니다.
무승부를 기록한 날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무승부를 기록한 날이요?
지난해엔 무승부를 기록하면 패한 것처럼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어요. 아무도 고갤 들지 못했습니다. 말도 쉽게 내뱉을 수 없었죠. 조용했습니다. 올 시즌엔 달랐어요. (정)조국이 형, (이)창민이 형을 중심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끔 신경 썼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늘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자신감도 잃지 않았고요.
- “K리그1 영플레이어상 도전이요? 일단 부딪쳐 봐야죠” -
제주 유나이티드 이동률(사진=엠스플뉴스)
학창 시절 제주 유나이티드 홈구장에서 볼 보이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 유소년 팀에서 성장했습니다. 볼 보이를 하면서 제주 축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죠. 제주는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내는 팀이었어요. 뒤집는 경기가 많은 팀이었죠. ‘하루빨리 제주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프로 데뷔 시즌인 2019시즌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습니까.
2018시즌 후반기부터 팀에 합류했어요. 훈련을 같이했죠. 팀 적응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선배들도 잘 도와준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죠. 문제는 부상이었어요.
부상이요?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가락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처음엔 별것 아닌 거로 판단했어요. 하루빨리 데뷔전을 치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겁니다. 부상이 반복되면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프로 데뷔 시즌 강등까지 경험했습니다.
데뷔 시즌 K리그1 5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죠.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끝났습니다. 허무했죠. 솔직히 실감도 안 났어요. 제주는 볼 보이 시절부터 K리그1 최고의 팀이었습니다. K리그2로 내려갈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동안 멍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제주가 1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자기 역할에 온 힘을 다한 결과가 아닐까요(웃음). 그리고 남기일 감독님이 승격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뭡니까.
훈련량이 차원이 다릅니다(웃음). 동계훈련부터 아주 힘들었어요. 그리고 엄하십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끈 날에도 별말 안 하세요. 칭찬은 항상 언론을 통해서 하죠.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랐을 때도 딱 한 마디 했습니다.
어떤?
“그거 받아서 뭐 해”라고(웃음). 감독님이 계속해서 자극을 줬어요.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게 했죠. 감독님 덕분에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만...
네?
감독님이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너무 엄하게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내년엔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서 감독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K리그1에 다시 도전합니다.
바라는 건 딱 하나에요. 프로 첫 시즌부터 잔 부상이 많았습니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20경기 이상 뛰면서 팀이 K리그1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태극마크 달 날도 오지 않을까요(웃음).
태극마크요?
프로축구 선수를 꿈꾼 날부터 태극마크를 잊어본 적이 없어요. 제주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팬들이 ‘제주 볼 보이가 태극마크까지 달았네’라며 웃을 수 있도록 내년엔 더 땀 흘리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