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FC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활용하지 못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2020시즌 강원 FC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강원은 상주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11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를 한 명도 활용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9년 7월 아시아 쿼터로 팀에 합류한 나카자토 타카히로(일본)가 있었다. 하지만, 나카자토는 부상과 부진으로 2020시즌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김병수 감독은 올 시즌 “나도 외국인 선수를 원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덧붙여 “내가 외국인 선수를 일부러 쓰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사실이 아니다. 구단 사정을 모두 이야기할 순 없지만 시·도민 구단의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1 27경기에서 9승 7무 11패(승점 34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파이널 A 진입에 실패했다. 축구계는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 선수의 부재를 꼽는다.
-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강원, 2020시즌 교훈을 얻었다 -
2020시즌 강원 FC는 굴곡이 심했다, 축구계는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 선수의 부재를 꼽는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계는 2020시즌을 앞두고 강원 FC를 눈여겨봤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확보는 물론이고 K리그1 우승 경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유가 있었다. 강원은 2019시즌 팀 역사를 새로 썼다. 2008년 10월 19일 창단한 이후 최다승점(50)을 획득했고, K리그1 최다승(14)과 최고 골득실(56골·58실점으로 -2)을 기록했다.
2019시즌 강원은 승강제 도입(2013년) 후 두 번째로 파이널 A에 진입했다.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한 3위 FC 서울과 승점 차는 크지 않았다. 6점이었다.
축구계는 2018년 8월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의 색깔이 녹아들면서 경기력과 결과 모두 잡아냈다고 평가했다. 강원은 어떤 팀을 만나든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공을 오랜 시간 소유하면서 공격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도전적인 패스를 요구한다. 백패스는 용납하지 않는다.
김지현은 “공을 공유하면서 빠르게 전진하는 게 강원 축구”라며 “감독님은 전술적으로 아주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했다.
“2018년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감독님과 2시즌 반을 함께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를 100% 이해하지 못했다. 더 땀 흘려야 한다. 분명한 건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우린 더 강해질 것이란 사실이다.” 2019시즌 10골 1도움(27경기)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강원 스트라이커 김지현의 얘기다.
강원은 어느 해보다 큰 기대를 받으며 2020시즌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선 외국인 선수 영입도 추진했다. 강원은 결정력과 스피드를 두루 갖춘 외국인 공격수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금액이 맞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에도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을 이어갔지만 팀 색깔에 맞는 선수를 찾는 데 실패했다.
강원은 2019시즌 스트라이커 우로스 제리치(14경기 4골·2019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경남 FC로 이적), 공격수 빌비야(6경기 2골 1도움), 중앙 수비수 발렌티노스(24경기 2골 1도움), 나카자토(11경기) 등을 활용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강원이 외국인 선수 영입에 고민을 거듭한 건 이 때문이다.
강원은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 선수 영입 자금을 내국인 선수 영입에 썼다. 전방에 화력을 더할 선수로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고무열을 영입했고, 전북 현대로부터 김승대를 1년간 임대해왔다. 후방엔 임채민, 신세계 등을 영입해 안정감을 더했다. 그러나 강원은 2019시즌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한국영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은 흐름일 때가 있고 뭘 해도 안 풀릴 때가 있다”며 “올 시즌엔 안 좋은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고 말했다.
“2019시즌의 흐름을 잇지 못한 원인은 명확하다. 우리가 부족했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상대는 강원을 철저히 분석했고, 우리의 약점을 끊임없이 공략했다. 이에 대처하지 못했다. 강원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뤄 성적을 낼 팀이 아니다. 팀 색깔을 명확히 하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많은 걸 느낀 한 해다.” 한국영의 말이다.
- 강원 FC, 2021시즌엔 수준급 외국인 선수와 함께 한다 -
강원 FC 미드필더 한국영(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FC는 10월 31일 수원 삼성전(1-2)을 끝으로 2020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곧바로 휴식기에 들어갔다.
구단 프런트는 휴가가 없다. 새 시즌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성과를 냈다. 강원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득점왕 출신 공격수 블라디미르 실라지를 영입했다. 실라지는 2018-2019시즌 세르비아 2부 리그에서 20골을 기록하며 승격에 앞장섰다. 2019-2020시즌엔 29경기에서 16골을 몰아치며 수페르리가 득점왕에 올랐다.
176cm, 74kg의 체격을 가진 실라지는 빠른 발을 활용한 공간 침투와 탁월한 결정력을 갖춘 선수로 알려진다.
올 시즌 강원엔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었다. 고무열(9골)이 팀 최다골을 기록했다. 김지현은 지난해보다 2골 적은 8골을 넣었다. 실라지는 팀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강원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K리그 이적 시장에 정통한 축구계 관계자는 “강원이 K리그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다”며 “왕성한 활동량과 패스에 능한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덧붙여 “강원이 눈여겨보는 건 예년과 다르지 않다. 빼어난 기량보다 팀에 녹아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강원은 내년 1월 4일 강릉에서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엔 부산 기장(1월 9~31일), 강릉(2월 5~8일), 경상남도 양산(2월 9~20일) 등에서 전력 담금질에 나설 계획이다.
김지현은 “올 시즌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올 시즌 축구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100% 보여주지 못했다. 이 경험이 내년 도약의 큰 힘으로 작용할 것 같다. 올 시즌보다 공을 쉽게 소유하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여주겠다.” 김지현의 프로 4년 차 시즌 각오다.
강원이 선수구성에서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가고 있다. 강원이 2021시즌엔 어떤 경기력으로 축구계 눈을 사로잡을지 궁금하다.
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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