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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6000득점’ 박철우 "나이·체력의 한계 극복, 나는 여전히 싸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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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박철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질환)'이라는 신체적인 한계, 외국인 선수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라이트 포지션의 한계, 그리고 곧 서른일곱이 되는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세 가지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배구의 새 역사를 쓴 박철우(36·한국전력)는 "감사하다"라며 감격했다.

박철우는 지난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6000득점을 달성했다. 남녀부 통틀어 최초의 기록이다. 439경기, 1520세트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박철우는 "내가 여태껏 배구를 해오면서 만든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이 (이 기록에) 모두 담겨 있다"고 표현했다.


 

22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에서 6천 득점을 채웠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경북 사대부중-사대부고-명지대 출신의 박철우는 프로 출범 직전인 2004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외국인 선수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국내 공격수로서 자존심을 지켜왔다. 국제대회에서 주전 라이트로 활약했고, V리그에서 굵직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남자부 최초로 4000득점 돌파 후 5000득점, 6000득점 등 '최초'라는 고지를 차례로 밟았다. 정규리그 MVP를 1회, KOVO컵 MVP는 2회 수상했다.

수비와 리시브 역할도 맡아야 하는 레프트와 달리 라이트 포지션은 공격력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래서 신체 조건이 좋은 외국인 선수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철우는 "대부분 라이트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뽑는다. 지도자(김호철-신치용-신진식-장병철)의 믿음에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경쟁에서 이기려고 더 뛰었다"라며 "국내 배구가 더 발전하려면 좋은 라이트 공격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배구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배구를 시작한 그는 기흉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큰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고교 시절 기흉 수술을 받은 적 있는 그는 이후에도 3번의 추가 수술을 받았다.

순간적인 스피드와 점프가 필요한 배구 선수에게 기흉은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2007년 월드리그 국제대회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으나 기흉이 재발했고, '프로 선수로 계속 활동하려면 예방적 수술이 필요하다'라는 소견에 따라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신체적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는 "(기흉으로 인한 어려움을 앞서 언급한) '안 좋은 기억'에 담아 표현했다"라며 "힘든 시간도 많았다. 결국 운동선수는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직업이다. 주변에서 '안 될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편견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박철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박철우는 이어 "나는 여전히 이런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나이와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그는 풀 세트 접전 후 다음 경기에서 다소 기복을 보인다. 세터와 리베로에는 베테랑 선수가 많지만, 스피드와 점프력이 중요한 공격수로 박철우는 분명 적잖은 나이다 박철우는 "예전에는 코칭스태프의 배려에도 휴식 없이 훈련했다. 하지만 훈련과 휴식에 따른 경기력에 차이가 있더라. 요즘은 힘에 부칠 때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국내 선수 득점 2위(331점, 전체 8위)에 올라 있다. 그는 "늘 경쟁에서 살아남고, 여전히 발전하고 싶다. 난 목표로 가득하다. 젊은 선수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한다"고 비결을 전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박철우는 올 시즌 한국전력과 3년 21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를 맺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이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신영석과 황동일 등 트레이드로 합류한 베테랑이 어우러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막 7연패에서 벗어나 5위(승점 26)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전력 신영석과 박철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박철우는 "새로운 곳에서 하는 도전은 어려운 것 같다. 장병철 감독님과 함께 신영석, 황동일, 김광국이 합류해 새로운 느낌"이라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재미있다. 하지만 팀이 졌을 때는 상실감도 크다. 패배에 분노하고 이를 밑거름 삼아 오기를 갖고 일어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고참의 면모가 느껴졌다.

박철우의 아내는 전 여자농구 선수 신혜인, 장인은 전 삼성화재 감독 출신의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이다. 특히 박철우가 경기할 때면 아내와 두 딸은 매번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하지만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그의 가족들이 경기장을 방문하지 못한다. 박철우는 "그동안 가족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줘 큰 힘을 얻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아내가 내조를 워낙 잘해준다. 덕분에 이 나이에도 계속 운동할 수 있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철우는 "은퇴 전까지 한국전력의 첫 우승에 일조하고 싶다. 그 자리에 동료들과 함께 있고 싶다"며 "항상 어려움을 이겨내는 선수로 남고 싶다. 팬들에게 '저 선수(박철우)는 발전하려 노력하고,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했다.

그에게 "6000득점을 돌파하는 후배 선수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박철우는 "언젠가 그런 후배가 나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 기록이 깨지지 않도록 나도 더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형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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