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행 배를 완전히 불사른 양현종, 빅리그 도전 ‘배수의 진’
-40인 로스터 보장계약 사실상 어려워져…스플릿 계약 제시한 구단 중에 선택해야
-많은 기회 주어질 팀, 유리한 조건 갖춘 팀 골라 스프링 트레이닝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과제
-늦어도 2월 초에는 계약 완료해야…2월 17일 캠프 첫날 합류에 지장 없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이제는 40인 로스터 보장 오퍼를 기다리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가장 많은 기회가 주어질 만한 팀을 골라서,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경쟁력을 보여준 뒤 빅리그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KIA 타이거즈행 배를 불사르고 배수의 진을 친 양현종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이제는 선수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춘 팀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스프링캠프와 비자 발급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2월 초 안에 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일정이다.
양현종은 1월 30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 내 구단 사무실에서 KIA와 최종 면담을 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KIA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완전히 끝났다. 사실상 올 시즌에는 KIA 및 KBO리그 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선택지에서 지웠다. 생애 마지막 도전인 만큼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도 감수한다는 게 양현종의 의지다.
“40인 로스터 보장은 이제 큰 의미 없다, 유리한 팀 찾아 시범경기에서 경쟁해야”
전략적으로 빅리그 보장, 40인 보장 오퍼를 기다렸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사진=KIA)
아직 빅리그행과 관련해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다. 양현종의 국내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타스포츠 대표는 1월 31일 밤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미국 기준 30일(한국 31일)까지 40인 로스터 보장계약 제안을 기다렸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에는 빅리그 구단들이 양현종에게 관심이 없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 관심 있는 구단은 많다. 생각보다 많은 구단이 양현종 쪽에 관심을 전달했다. 다만 제시받은 조건이 모두 스플릿 계약이라 양현종 측이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양현종 측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40인 로스터 보장’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좀 더 기다리면 40인 로스터 보장을 제안하는 팀이 나올 수도 있지만, 취업비자 발급과 혹시 모를 자가격리를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도 “찾아보면 40인 로스터에 넣어줄 만한 구단은 있다”면서도 “스플릿 계약을 한다면 굳이 40인 로스터에 들어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40인에 들어간다고 해서 돈을 더 받거나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40인을 고수하기보다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팀을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과거 스프링 트레이닝 경쟁에서 살아남아 빅리그 로스터에 진입한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고,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는 팀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현재 우리 팀을 비롯해 선발 4, 5번 자리가 불확실한 팀이 상당수다. 뎁스 차트상 적어도 13개 구단이 확실한 5선발 없이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 기간 4, 5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뎁스 보강 차원에서 양현종에게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충분하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굳이 팀을 고른다면 그레이프푸르트 리그서 시범경기를 치르는 팀이 양현종에게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현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반드시 뭔가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는 캑터스 리그는 건조한 기후에 타구가 멀리 가는 편이라 투수에게는 불리하다.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리는 그레이프프루트리그 쪽이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이다.” 이 관계자의 말이다.
‘배수진’ 친 양현종에 ML 구단도 미묘한 분위기 변화 조짐
여러 빅리그 구단이 양현종 측에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다만 빅리그 보장이나 40인 로스터 보장 계약은 아직 제시받지 못한 상황이다(사진=KIA)
긍정적인 상황 변화도 있다. 양현종의 KIA행 무산 소식이 전해진 뒤 일부 미국 구단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 관계자는 “양현종의 KIA 복귀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의외의 선택을 했다.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그 정도로 강한 줄 몰랐다”며 “구단에 양현종의 최근 상황 변화에 대해 새로 보고서를 올렸고, 구단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구단 외에도 복수 구단이 양현종의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양현종에 관한 관심을 끈 상황이었는데, 스플릿 계약이라도 감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원한다는 소식이 구단 내부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늦어도 2월 초 안에는 계약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양현종의 에이전트 최인국 대표는 “미국에 먼저 건너가서 계약을 기다리긴 어렵다. 그러면 취업비자를 신청하러 다시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데, 14일 자가격리가 있어 스프링트레이닝 합류에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국외 입국자에게 10일 자가격리를 요구하는 주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가격리 의무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언제부터 미국 전역에서 입국자 자가격리가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든 계약과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고 2월 17일 스프링 트레이닝 첫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합류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배지헌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