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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지 않은 팔’ 한화는 왜 중립 기어를 넣었나

드루와 0

스포츠동아DB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쏠리는 것을 설명하는 속담으로 우리 현실에서 가장 흔하게, 또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누군가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자기편을 찾기 마련이다. 하물며 선택을 해야 하는 대상 중 하나가 자신의 식구라면 팔은 보다 일찍 안으로 굽는다.

2021시즌을 준비 중인 한화 이글스는 지난 주말 거대한 이슈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이슈는 이제까지 프로스포츠계의 전례를 봤을 때 충분히 ‘팔이 안으로 접히고도 남을’ 이슈였다.

배구계에서 큰 논란이 돼 프로스포츠를 덮친 학교 폭력 논란이 야구계로도 번졌다. 이 이슈에 가장 먼저 엮인 야구단이 바로 한화였다. 지난 19일 자신의 실명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힌 A씨는 현재 한화에서 뛰고 있는 B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본인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선수의 실명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이어 피해 주장을 나열한 뒤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지금도 매일 약을 먹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B선수의 학교 폭력 의혹은 삽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 나갔고, B선수의 실명은 포털사이트 ‘야구 학폭’의 연관 검색어로 등장했다.

한화는 20일 “구단은 해당 사안을 19일 10시경 인지한 뒤 B선수와 면담을 실시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B선수는 면담에서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A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피해를 주장한 쪽과 ‘학폭’ 의혹을 받는 쪽의 얘기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진실게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한화의 ‘학폭’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대목은 한화의 대응이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와 관계 부서 직원들은 사실관계 파악에 중점을 뒀다. 과거 ‘운동은 맞으면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히거나 ‘우리선수는 무조건 아닐 것’이라는 제 식구 감싸기를 멀리 한 것이다.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출근한 구단 운영팀장은 야구장에서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피해를 주장한 A씨의 주변인, 당시 학교 교사 등 다수의 인물과 통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20일 스포츠동아와 통화가 닿은 구단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어느 한쪽의 얘기만 들을 상황이 아니다.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화는 20일 오후 구단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실관계 파악을 종합해 입장을 정리했다. 여기서도 한화의 팔은 안으로 굽지 않았다. 철저하게 중립 기어를 넣은 후 전달자의 역할만을 수행했다.

입장문에는 “해당 선수 측이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전달해 왔다”고 써 있었다.

이어 “구단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안이 사실일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사실이 아닐 경우 구단 차원에서도 향후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선수의 ‘학폭’이 사실일 경우 일벌백계 하겠다는 의지도 담은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에는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폭력 논란이 있었다. 이때마다 팬들의 눈살을 더욱 더 찌푸리게 만든 건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키려 애쓰는 옹호자들의 천박함이었다. 변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보이기에 한화의 이번 대처는 의미가 있다. 그들의 굽지 않는 팔이 향후에도 계속 주목을 받아야 할 이유다.



대전 | 장은상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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