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흥국생명의 2월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선수들 간 불화설이 나돈데 이어 주축 선수인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팀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도 좋지 못했다.
1, 2라운드 전승을 달리던 때 흥국생명 모습은 사라졌다. 19일 KGC인삼공사를 만나기 전까지 5라운드 전패. 1위를 달리고 있어도 1위 포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2위 GS칼텍스에게서 더 강호의 냄새가 났다. 흥국생명이 1위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주장으로 솔선수범하며 팀 4연패 탈출 앞장
그럴 때마다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팀 동료들을 다독였다. 구단 관계자들도 김연경이 팀 불화설 등 여러 논란으로 동료들이 많이 힘들어할 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자신이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고 플레이를 임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줬다고 말한다. 훈련 때도 가장 솔선수범하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전에서도 김연경은 선수로서 활약은 물론이고 리더로서도 으뜸인 모습을 보여줬다. 공수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동료들이 득점을 올리면 같이 기뻐하고, 실수가 나와도 격려해 줬다.
그리고 마침내 본인의 마지막 득점과 함께 3-1로 승리가 확정되자 김연경은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과 크게 환호했다. 선수들의 환호 장면은 마치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의 장면을 보는듯했다.
박미희 감독은 "힘들 때 (김)미연이나 (김)연경이 마음고생이 심했다. 모범적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심적으로 동생들을 잘 이끌려고 했다. 자기 힘든 것은 감추고 전체 선수들을 잘 다독여주길 부탁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브루나 "연경 언니 보면서 많이 배운다"
브루나도 "연경 언니와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연경 언니가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우려고 한다. 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을 향해 칭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코트 위 활약은 물론이고 리더로서도 제 역할을 해준다. 외인이 적응하지 못할 때는 자신의 해외 리그 경험을 살려 이야기도 해주고, 힘이 돼주기도 한다. 모두가 입닳도록 칭찬을 하는 김연경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나를 포함해 언니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해야 될 역할을 잘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점점 한마음 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브루나도 팀이 안 좋은 상황에서 왔기에 적응이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조금씩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함께 고생한 동료들의 수고도 잊지 않고 이야기한 김연경. 어떻게 보면 그래서 김연경이 더 빛나는 게 아닐까.
자신은 낮추고 동료들의 품격을 높여주는 김연경이다. 진정한 리더의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흥국생명에게 필요한 건 동료들이 뭉쳐 조직력 있는 배구를 선보이는 것이다. 김연경은 "지금 상황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하면서도 동료들과 함께 이 위기를 넘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흥국생명은 일단 큰 고비를 하나 넘겼다. 금주에는 4위 IBK기업은행 그리고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GS칼텍스를 만난다. 김연경을 축으로 더 단단한 모습으로 나타날 흥국생명을 기대해본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