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외야 전향’ 대선배의 조언, “승엽아, 절대 내야의 끈 놓지마”

드루와 0 03.02

[OSEN=부산, 박준형 기자]롯데 손아섭이 나승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절대 내야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다.”

롯데 자이언츠 거물 신인 나승엽은 수많은 관심을 받으며 1일 삼성과의 첫 타구단 연습경기에 임했다. 이날 손아섭, 전준우, 마차도, 안치홍 등 주전급 라인업이 대거 나선 가운데 나승엽은 9번 중견수로 프로 무대 대선배들과 함께 라인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7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 이은 2경기 연속 중견수 선발 출장. 그러나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날 연습경기를 마무리 해야 했다.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가지 않았고 타석도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 전부터 내린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3회 시작과 동시에 경기가 중단됐고 속개되지 않았기 때문. 나승엽의 본격 쇼케이스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연습경기가 취소된 뒤 만난 나승엽은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남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는 “오늘 경기가 취소돼서 조금 아쉽긴 한데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면서 “ 경기 분위기만 익혔다. 관중석에서만 1군 경기를 보다가 직접 뛰니까 색다른 것 같다. 청백전과 또 느낌이 달랐다”고 밝혔다.

아마추어 시절 3루수가 주포지션이었던 나승엽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외야수 수업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내야 훈련보다 외야 훈련 비중이 높았다. 스스로 “첫 걸음을 뗀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도 색다르게 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3루수 자리에는 한동희가 버티고 있고 2군 타점왕 김민수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나승엽이 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는 버겁다. 민병헌의 뇌수술로 주전 중견수 자리가 비어 있는 현재 팀 사정상, 나승엽이 주전 경쟁을 좀 더 수월하게 펼칠 수 있는 포지션은 중견수다.

이미 타격적인 면에서는 코칭스태프의 인정을 받았다. 허문회 감독은 “연습 타격때 보면 타구 스피드 등은 1군 정상 기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타석에서의 변화구 대처 능력과 주루, 그리고 수비력에 대한 물음표를 씻어내는 것이 나승엽의 과제다. 일단 연습경기 기간 동안 외야수로 꾸준히 출장 기회를 부여하며 가능성을 타진할 생각이다.

나승엽도 중견수 수업을 받으며 흥미를 느끼고 있다. 본인의 수비력이 받쳐준다는 전제 하에 “매력적인 포지션인 것 같다. 센터 라인을 책임지기도 하고 외야수 중에서 활동범위가 가장 넓다. 내야로 따지면 유격수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는 외야수의 어려움도 함께 체험하고 있는 단계. 청백전에서는 좌익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뒤 타구 판단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타구 판단이 중요한데 타구 판단을 놓치면 크게 연결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이 어려운 것 같다. 갈 길이 멀다”고 되돌아봤다.

아무리 대형 신인이라고 할지라도 신인은 신인. 새로운 도전과 관심에 마음이 붕 뜰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같은 우투좌타이면서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대선배 손아섭은 나승엽의 생각을 다잡게 했다. 나승엽의 훈련 파트너로 캠프 기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

나승엽은 “운동을 하지 않을 때는 손아섭 선배님과 농담도 많이 주고 받는다. 그러나 운동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임하시는 것 같다”면서 “손아섭 선배님께서 ‘지금 외야로 나오고 있지만 절대 내야수의 끈을 놓지 말아라. 원래 포지션이 내야수인데 내야수를 소홀히 하면 영원히 외야수가 된다. 나중에 경쟁을 못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딛은 신인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높여야 할지를 모를때, 이미 포지션 전향을 경험한 선배는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조언을 한 것.

타석에서만큼은 코칭스태프도 선수 본인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연습경기 대기 타석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에서도 긴장은 잘 안됐다”고 말한다. 관건은 결국 수비력의 정착. 전향을 진행하고 있는 외야수로든, 주포지션인 3루수로든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수비력을 갖추는 것이 나승엽의 향후 1군 정착에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