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에만 1시간 훌쩍 넘긴 김연경 "IBK만 파서 GS는 생각도 안했어요"

[스포탈코리아=계양] 김동윤 기자=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보여준 흥국생명의 완벽한 경기력은 IBK 기업은행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 가능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IBK 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트 전적 3-0(25-12, 25-14, 25-18)으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가 3차전까지 이어진 탓에 흥국생명은 GS 칼텍스와의 챔피언 결정전까지 휴식일을 하루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시간은 잃었지만,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얻었다. 우리가 (열흘 쉰) GS 칼텍스보다 경기 감각 면에서는 되려 낫다고 본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박미희 감독의 자신감에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3차전이 빠르게 끝낸 것이 바탕이 됐다. 2차전에서 탄탄한 경기력으로 흥국생명에 일격을 가했던 기업은행은 인천으로 돌아오자 또다시 1차전 때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흥국생명의 2차전 패배를 딛고 일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의 투지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었다.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 모두 "브루나의 의지가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고, 브루나의 투지를 살렸던 전날 선수단 미팅도 자연스레 화제가 됐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다 같이 정한 흥국생명의 이번 포스트시즌 슬로건은 '끝까지 간다'였다. 경기 후 김연경은 "매 경기 선수들이 하나 돼 1시간 넘게 전력 분석에 매달린 것 같다. 전력 분석관님이 정말 잘해주셔서 나도 공부를 많이 했다. 실제 경기에서 분석이 맞아떨어진 부분도 있고, 정신력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설명했다.

다음 상대인 GS 칼텍스에 관한 문답에서도 흥국생명 선수단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GS 칼텍스 상대 전략을 묻는 말에 김연경은 "기업은행만 분석해서 GS 칼텍스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말해보자면 GS 칼텍스는 윙스파이커들이 좋고, 기동력과 수비도 좋은 팀이다. 우리가 어떻게 무너트릴 수 있을지 이제부터 공부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너무 앞서가지 않고 눈앞의 상대에 최선을 다한 흥국생명은 이제 GS 칼텍스와의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만을 남겨 놓았다. GS 칼텍스와의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김연경 개인에게도 뜻깊다.

김연경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에도 흥국생명을 이끌고 1위 GS 칼텍스를 상대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따냈다. 12년 전 우승에 대해 "기억은 잘 안 난다"고 멋쩍게 웃어 보인 김연경은 현재의 팀, 현재의 감정에 충실했다.

12년 만의 챔피언 결정전 소감을 묻는 말에 김연경은 "감동적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래서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간 것이 감동적이다. 나도 같이 경기를 뛴 선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각별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12년 전보다는 부담감이 덜하다. 부담은 오히려 GS 칼텍스가 더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정한 슬로건이 '끝까지 간다'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끝까지 갈 수 있게끔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설렘이 더 커 보였다.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 확정돼서 그런 걸까요"라며 농담을 건넨 김연경은 "좋게 마무리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챔피언 결정전이 기다려진다. 플레이오프 때도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팬분들에게 얼마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KOVO컵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김연경이었지만 승리의 달콤함은 부상도, 떨어진 체력에 대한 걱정도 잊게 했다. 부상에 대해 "트레이너님이 테이핑을 해주셔서 괜찮다"고 답한 김연경은 체력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이겨서 그런지 괜찮다"고 웃어 보이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기사제공 스포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