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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아 몽골에서 왔다’ 성균관대 아포짓 스파이커 에디

드루와 0

<더스파이크>는 지난 2020년 5월호에서 몽골 출신 바야르사이한(인하대)을 소개했다. 바야르사이한은 한국 국가대표를 꿈꾸며 2019년 1월 한국 땅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바야르사이한과 함께 입국한 선수는 한 명 더 있었다. 성균관대 아포짓 스파이커 에디다. 2020년 11월 막 내린 2020 KUSF 대학배구 U-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다른 점프력과 파워로 신고식을 치른 에디와 잠깐 이야기를 나뒀다. 어눌할 줄만 알았던 한국말이 유창했다. 못다 한 얘기를 나누러 성균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 타지 생활
당황했던 건 훈련 스케줄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2월 중순. 찬 바람이 다소 쌀쌀하게 불던 때였다.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체육관에 먼저 도착해서 인터뷰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남다른 기럭지를 자랑하는 한 사람이 걸어왔다.
 
도착하자마자 에디는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사진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에디는 트레이닝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대학 패션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청바지에 후드티. 처음엔 표정과 포즈 모든 게 바짝 얼어 있었지만 촬영을 진행할수록 자연스럽게, 대범해졌다. 장소를 야외로 옮겼다. 사진찍기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유니폼을 입고 찍을 땐 좀 더 다양한 포즈를 시도했다. 서브 넣는 모습, 공을 ‘꽉’ 움켜잡고 카리스마 있는 눈빛을 쏘아대는 등, 어색함 없이 척척 소화하는 에디였다. 사진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자 에디는 “오늘 찍은 사진 다 보내 주세요”라며 웃었다.
 
촬영 덕에 긴장이 풀린 건지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다소 형식적이지만 에디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에디는 “안녕하세요. 몽골에서 온 에디라고 합니다. 나이는 23살이고, 성균관대 배구부 소속입니다”라며 운을 뗐다. 유창한 한국어에 또 한 번 놀랐다.
 
에디가 한국으로 오게 된 계기는 바야르사이한(인하대)과 같다. 바야르사이한과 다른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배구는 같은 팀에서 하고 있었다. 당시 순천제일고 이용선 감독이 에디를 눈여겨봤다. 이 감독은 “몽골에서 배구 볼 기회가 생겨서 보던 와중에 몽골인들의 신체조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배구 기술과 몽골의 하드웨어를 합쳐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용선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인 에디는 2017년 1월 한국에 들어왔다. 여행 온 기분에 설렌 기분도 잠시였다. 입국 후 다음날부터 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에디는 “마냥 신기했어요.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음날 바로 훈련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몰랐어요”라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혼자서는 낯선 곳에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에디 옆엔 바야르사이한이 있었다. 에디는 “둘이 있으니 당연히 혼자 있는 것보단 나았어요. 처음엔 말이 통하는 친구가 없으니까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바이라랑 있다는 것 자체에 힘이 나고 도움도 됐어요”라고 이야기했다(에디는 바야르사이한보다 어리지만 ‘바이라’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지낸다고 한다).
 
몽골에서부터 해온 배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훈련 일정에 혀를 내두른 에디다. 몽골은 동아리 배구처럼 일주일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정도로 즐기면서 했지만 한국은 달랐다. 일주일 내내 운동할 때도 있었고, 행사가 있지 않은 이상 쉬는 날은 주말뿐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누어 운동을 진행했다. 몽골의 운동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에디는 “한국에 적응하는 데엔 크게 문제가 없었어요. 힘들었던 건 운동량이었어요. 몽골에서는 동아리 운동처럼 2~3번 정도? 하루에 한 번만 해요. 한국은 그것보다 훨씬 많았죠.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적응됐어요. 신기하기도 했고요”라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에디는 매운 음식과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엔 김치를 싫어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탕과 삼겹살.
 
 
4강에 머문 첫 대학리그
100점 만점에 80점 평가
한국 사람과 생활하다 보니 한국말은 어렵지 않게 터득했다. 에디는 “저보다는 바이라가 한국말을 더 빨리 배웠어요. 전 좀 늦은 편이에요”라며 머쓱한 듯 말했다.
 
바야르사이한은 에디보다 1년 일찍 대학 무대에 섰다. 2019년 대학배구연맹에 정식 대학선수로 등록됐고, 198cm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과 파워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9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인제대회 결승전에서 75%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인하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일조했다.
 
친구의 활약에 에디는 부러우면서도 ‘빨리 뛰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먼저 뛰는 모습을 보고 저도 빨리 코트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이라가 잘했을 땐 칭찬을 했고, 못했을 땐 아쉬워하면서 응원을 더 했어요.”

 

 

 

 

 
드디어 에디도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밀리고 밀렸던 2020 KUSF 대학배구 U-리그가 개막하고, 고대하던 코트를 밟았다. 당시를 떠올린 에디는 “명지대와 첫 경기를 했어요.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그렇게 뛰고 싶었던 경기에 나서니까...그리고 팀원들도 도움 많이 줬고, 무엇 보다 이겼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의외로 긴장되진 않았다. 긴장하는 편에 속하는 에디지만 그날만큼은 달랐다고. “제가 원래 긴장하는 타입인데 그날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떨리지 않았고 마냥 좋기만 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자신 있게. 긴장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소리 지르면서 더 뛰어다니라고요. 동료들도 열심히 해보자고 토닥여줬고, 파이팅을 자주 외쳤어요.”
 
무조건 열심히 하자는 주의다. 에디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일단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에요. 제가 안 되더라도 팀원들에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더 뛰어다니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선수 중에서 리베로 조용석이 한몫했다. 올해 주장직을 맡은 조용석은 활발하게 코트 위를 뛰어다니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조용석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에디에게 큰 힘이 됐다. 에디는 “용석이가 주장인데, 코트 안에서는 파이팅이 제일 좋고 팀원들한테도 힘이 되어 주는 진짜 리더인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인하대와 만났던 정규리그 준결승. 성균관대는 5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5세트는 15-17로, 점수만 봐도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디는 24점(공격 성공률 42%)을 기록했지만 팀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바야르사이한과 처음으로 마주 본 경기여서 아쉬움은 더 짙었다. 에디는 “라이벌로 만난 게 처음이었어요. 친구를 상대한다고 하니 부담스러우면서도 신기했어요. 여러 감정이 들었죠. 이상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결승에서 인하대에 졌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아쉬워요. 5세트 13-10으로 앞서고 있다가 마지막 두 점을 챙기지 못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에디는 공격 성공률 3위(61.63%), 효율 4위(41.86%), 서브 9위에 올랐다. 전체적인 경기력에 어떤 점수를 주고 싶냐는 물음에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어요. 생각했던 것보단 제 실력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롤모델은 문성민
“공격, 서브를 닮고 싶어요”
대학리그가 끝난 지 약 3개월이 흘렀다. 모든 대학은 올 시즌을 대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에디 역시 마찬가지. 에디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잘 자고, 잘 먹고 있어요. 서브, 블로킹, 수비 등 고르게 훈련하는 중이에요”라며 근황을 전했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20학번으로 입학했지만 학교 가는 일이 드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가능하지 않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을 따긴 했지만 비대면 수업은 에디에게 낯설기만 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다 보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도 과제는 열심히 제출했어요. 학점도 잘 받았어요(웃음). 보통은 스스로 하는 편이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곤 해요.”
 
쉬는 날엔 넷플릭스로 영화를 즐겨본다. 프로배구 역시 챙겨보는 에디. 롤모델은 문성민(현대캐피탈)이다. 에디는 “V-리그를 자주 봐요. 문성민 선수가 비록 경기에 많이 나서진 못하고 있지만 공격, 서브를 닮고 싶어요. 공격적인 플레이가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한국 프로배구를 보며 꿈을 키워가고 있지만 머릿속엔 고향 생각이 가득하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몽골에 다녀왔으나 작년엔 코로나19로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2년 전 집에 다녀온 게 끝이다.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에디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슬쩍 “보고 싶죠”라고 말한 뒤 “집에 가서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밥을 먹고 싶어요.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세요. 그래서 더 생각나요. 평소엔 영상 통화를 자주 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어요. 전화할 때마다 ‘밥은 먹었냐. 열심히 해라, 밥 잘 챙겨 먹어라’ 등 걱정을 많이 하세요”라고 전했다.
 
눈가가 촉촉해진 것 같아, ‘혹시 우세요?’ 하니까 에디는 손사래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에디가 배구를 접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에디의 부모는 평소 배구에 관심이 깊었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취미 생활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배구를 봐 온 에디는 자연스레 공을 만지게 됐고, 배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힘이 되는 존재 바야르사이한
올해 대학리그 우승 하고 싶어
에디 신장은 198cm다. 큰 신장은 부모님한테 물려받았다. 에디는 “부모님이 키가 커요. 정확한 신장은 잘 모르지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남동생도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큰 편이고, 한 명은 평균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배구를 하진 않고, 일반 학생이에요”라며 소개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이 오가는 배구는 몸싸움이 없다. 배구가 신사적인 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에디가 배구에 빠지게 된 매력을 소개할 때 이 부분을 언급했다. “농구나 축구는 몸싸움이 치열하잖아요. 배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마주하기 때문에 다칠 일이 잘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리고 수비하고 연결하는 등 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바야르사이한은 농구와 배구를 겸했다. 몽골 청소년 농구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배구를 선택한 이유는 에디와 같다. 인터뷰 당시 바야르사이한은 “농구도 재밌지만 서로 몸을 부딪치며 경기를 하다 보면 다칠 위험이 커요. 배구는 몸싸움이 없고, 깨끗한 스포츠(신사적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에디는 “저는 바이라만큼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농구를 하긴 했어요. 농구에 관심도 많아요. 같이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도 배구에 좀 더 비중을 두긴 했죠”라고 밝혔다. 에디와 바야르사이한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다. 연락도 자주 하고, 만나서 맛집 탐방을 하기도 한다. “자주 만나요. 설 연휴 때도 만날 것 같아요(인터뷰는 2월 9일에 진행됐다). 만나면 장난치기도 하고, 볼 거 있으면 같이 가기도 하고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잘 만나지는 못하지만요.”
 
 

 

 

 
인터뷰를 끝내야 할 때가 다가왔다. 짧은 인터뷰는 해본 적 있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털어놓는 건 처음이라는 에디. 머나먼 타국, 한국까지 왔다. 배구로 성공해야만 한다. 그런 그에게 자극제로 다가오는 건 뭘까. 에디는 “프로배구를 보면 외국인 선수 플레이를 하이라이트로 모아 놓은 영상이 있어요. 그 영상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라며 힘줘 말했다.
 
눈앞 목표는 대학리그 우승. 에디는 “작년에 하지 못했던 우승을 이번엔 꼭 하고 싶어요. 신입생들도 합류했고, 저도 4년 정도 한국에 머물렀으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상태예요. 공격적으로 나서 볼게요”라고 말했다(성균관대는 2020 BBQ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에디는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다).
 
 
“우리 에디는요~”
성균관대 김상우 감독
가능성이 있는 선수죠. 신장이 있고 펀치력도 있어요. 바라는 점은 한국에 올 때 에디가 가지고 있던 목표가 있을 거예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마음이 한결같이 잊지 말고 목표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승부욕, 과감함을 더 가진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순천제일고 이용선 감독
에디랑 자주 연락하거든요. 아무것도 모를 때 한국에 와서 제가 부모 역할을 했어요. 에디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원래는 1년에 한 번씩 몽골 가는 비행기를 끊어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가지 못했거든요. 아마 지금 향수병이 조금은 있을 거예요. 그래도 잘 이겨내서 성장을 거듭했으면 합니다. 성공해서 몽골로 돌아가게 된다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하면 좋겠어요.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에 외교, 국위선양까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하대 바야르사이한
에디는 힘이 좋고, 머리도 좋아요. 똑똑해요. 무슨 상황이 와도 잘 해결할 수 있는 친구예요. 그게 장점이에요. “에디야, 다치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자. 그리고 우리가 한국으로 올 때 다짐했던, 그때 그 목표를 꼭 이루자. 프로에 가서 좋은 선수가 되면 좋겠다.”
 
에디의 못다한 이야기
TO. 김상우 감독
저에 대한 기대가 분명히 있으실 거예요. 요즘 다치면서 제대로 된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실망만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해요.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기대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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