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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나 돼가지고 흥분을 주체 못 한다?’ 프로스포츠 속 빛나는 감독들 ‘흥분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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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이 지난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 1세트에서 비디오 판독과 관련해 심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중 비디오판독 또는 상황을 어필할 상황이 생기고 심판진과 대화를 나누던 감독의 목소리는 갑자기 높아진다. 급기야 근처에 있는 관계자들 뿐 아니라 중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경기장 마이크를 통해 수음돼 전해진다. 그러면 보통 이런 말들이 나온다. “저 사람은 감독이나 되는 사람이 왜 저렇게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는 거야?”라고.

그런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분명 감독들이 감정이 격해져 흥분을 하는 것은 맞지만 이 감정의 너머에는 더 복잡한 수가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시즌의 막바지를 맞은 프로배구와 시즌을 시작한 프로야구에서 비슷한 풍경이 자주 보였다. 그리고 이 감독들의 ‘흥분’은 팀 전체가 정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가장 최근의 예가 14일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이다. 1세트 8-8로 맞서던 상황에서 상대와 네트 위에서 공을 다투던 대한항공 센터 이수황의 손에 공이 맞고 내려왔다. 상대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이수황의 어깨에 공이 맞았다며 ‘더블 콘택트’ 반칙에 대한 비디오판정을 요청했다. 3~4분여의 장고 끝에 심판진이 반칙이 아님을 선언하자 신영철 감독은 순식간에 양복상의를 벗어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결국 신영철 감독은 경고를 받았지만 경고는 배구에서 아무런 제지효과가 없는 벌칙이다. 동점 상황 결정적인 실점으로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평소 화를 크게 안 내던 신 감독의 거친 항의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카드는 이날 경기를 3-0으로 이겼다.

프로야구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6일 문학에서 SSG와 맞붙은 한화는 1-2로 뒤진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구원으로 주현상을 올렸다. 하지만 전광판에는 강재민의 이름이 떴다. 심판진은 왜 다른 투수가 왔는지 감독에게 물었고, 원하는 대로 교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수베로 감독은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수베로 감독은 항의시간 4분을 넘겨 퇴장 당했다.



프로야구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지난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경기 8회말 투수 윤대경을 강재민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쌓인 불만을 심판들에게 토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이 해프닝은 통역과정에서의 실수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다음날 인터뷰에서 수베로 감독의 좀 더 멀리 본 수가 드러났다. 주현상의 등판이 힘들다는 것을 진작 안 수베로 감독은 갑자기 마운드에 오르게 될 강재민에게 몸을 풀 시간을 충분히 주려 했던 것이다. 결국 수베로 감독의 항의는 강재민이 다음 타자 SSG 최정을 삼진처리하면서 성공적인 마운드 인계로 이뤄졌다.

11일 사직 키움과 롯데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키움은 연장 10회 안타로 출루한 서건창을 김혜성이 안타로 3루로 보냈다. 서건창은 먼저 베이스에 들어갔고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아웃으로 번복됐고 홍원기 감독은 이에 항의하다 수베로 감독과 같은 이유로 퇴장당했다. 결국 키움은 집중력을 올려 11회 연장에서 이겼고, 홍원기 감독 역시 “퇴장은 각오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비디오판독 보다 현장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이면의 메시지를 전했다.

신영철 감독 역시 경기 후 “분위기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항의가 심판진보다는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였음을 알렸다. 이러한 방법은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도 자주 쓰는 방식이다. 올해 V리그 첫 시즌을 치르는 산틸리 감독은 올시즌 7번의 경고와 1번의 세트 퇴장 등 총 9번의 역대 감독 한 시즌 최다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선수들에게는 집중도를 높여 대한항공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쳤다.

감독의 흥분은 경기 중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팀 안은 결속시키고, 팀 외로는 흥분 이면의 메시지를 전한다. 단순히 앞뒤를 안 가리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흔들면서 주도권을 잡는 치밀한 전략이다.



하경헌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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