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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움짤’ 논란, 1020 외면받는 야구엔 미래도 없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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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처럼 또 터진 야구팬 ‘움짤’ 게시 논란, 온라인 저작권 단속 강화 소식 들려 
-‘움짤’ 관련 공식 입장 발표가 애매해진 KBO와 통산·포털 컨소시엄 분위기
-‘움짤’ 위축 및 온라인 플랫폼 유통 제한, 1020세대 이탈 및 야구 무관심으로 연결
-코로나19 악재에 직관 문화 위축으로 어린이 팬 유입까지 어려움 겪는다
 
 
온라인상 팬들의 움짤 단속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부분 야구팬은 야구 인기를 떨어뜨리는 방향이라는 반발이 심한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gettyimages)
 
 
 
[엠스플뉴스]
 
또 ‘움짤’ 단속 논란이 터졌다. 1년여 전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움짤 단속 이슈가 재점화된 것이다. 2019년 2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판매한 뉴미디어 중계권과 이를 사들인 통산·포털 컨소시엄의 온라인 영상 저작권 단속 강화 움직임이 움짤 논란을 다시 촉발했다. 
 
움직이는 짤방의 준말인 ‘움짤’은 경기 영상에서 나온 극히 짧은 분량의 GIF 영상 파일을 뜻한다. 팬들이 각자 재밌는 짧은 순간을 포착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고 화제성을 지닌 ‘움짤’이 퍼지며 더 많은 팬이 영상을 접하게 된다.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선 KBO 온라인 영상 저작권 단속 강화로 온라인 커뮤니티 움짤 게시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단 우려 여론이 형성됐다. 실제로 KBO 뉴미디어저작권 보호팀이라는 이름으로 ‘5월 이후로는 KBO리그 경기 영상 무단 사용에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개인 SNS로 전송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개인 움짤 단속? 공식 입장 내기 애매해진 KBO와 통신·포털 컨소시엄 -
 
 
KBO와 구단들은 2년 전 뉴미디어 관련 저작권을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사진=엠스플뉴스)
 
 
 
 
‘움짤’ 논란과 관련해 KBO와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공식 입장 자체는 원론적이다. KBO 저작권 관련 관계자는 “KBO리그 경기 영상과 관련해 뉴미디어 영상 사용 권리를 보유한 통신·포털 컨소시움에 저작권이 침해당하는 사례에 대해선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KBO를 통해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문의한 결과 ‘움짤’ 단속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 
 
사실 KBO와 통신·포털 컨소시엄 모두 대놓고 ‘움짤’을 단속한다는 공식 입장도, ‘움짤’은 법적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도 모두 내놓기 애매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통신·포털 컨소시엄 쪽에선 팬들의 움짤이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온라인 저작권을 보유한 쪽에선 당연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단순 팬이 올린 움짤을 모두 법적 조치하기에도 선량한 일반 야구팬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움짤 금지 및 법적 제재를 공식화한다면 야구 인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에 확실한 공식 입장을 내놓기 애매한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움짤 공식 제재 여부를 떠나 결국 온라인에서 KBO리그 관련 2차 영상 가공물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은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저작권을 보유한 특정 통로를 통해서만 KBO리그 경기 영상을 접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저작권 계약상 당연한 일이지만, 넓게 본다면 미래 야구 흥행엔 악영향을 끼칠 요소가 될 수 있다. 
 
- 20대 야구팬 이탈 가속화, MZ 세대 놓치는 KBO리그의 역행 -
 
 
현재 KBO리그 경기 영상은 포털·통신 컨소시엄에 소속된 플랫폼을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1020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유튜브 등에선 KBO리그 경기 영상을 활용할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특히 한국 야구계가 ‘1020세대’를 놓치는 장기적인 결과로 나온다면 현 움짤 논란은 흑역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 ‘MZ 세대’다. MZ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세대라 디지털 유행 코드인 ‘밈(meme)’에 항상 주목한단 점이다. 
 
다양한 SNS 소통 통로로 콘텐츠 확대와 함께 움짤을 통한 ‘밈’을 생산하는 방향이 1020세대를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방향성이다. 하지만, KBO리그 경기 영상 활용은 ‘MZ 세대’를 제대로 못 잡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제한된 영상 유통 통로와 2차 영상 가공 생산의 위축은 곧 야구계 미래 고객층인 1020세대의 외면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구단 마케팅 일선에서도 1020세대가 야구를 외면하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다. 최근 ‘한국갤럽’이 2021년 국내 프로야구와 관련해 진행한 설문에서 20대 응답층의 프로야구 관심도가 26%로 다른 세대들 가운데 가장 낮은 관심도를 보였다. 2013년 같은 설문조사에서 20대 응답층의 프로야구 관심도가 44%였단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젊은 세대의 프로야구 유입 수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A 구단 관계자는 “이미 3~4년 전부터 10대와 20대 팬층의 프로야구 관심도 하락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10년 전, 20년 전과는 달리 최근 1020세대들이 야구 대신 즐길 오락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아버지가 거실에서 TV로 야구를 보고 있으면 같이 따라볼 수밖에 없었던 시대와는 다르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10분 내외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린 팬들이 3시간이 넘는 야구를 진득하게 보긴 어려워졌다”라며 냉철한 현실을 짚었다. 
 
정작 KBO리그 구단들도 자팀 경기 영상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2년 전 뉴미디어 계약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당장 5년의 수익을 위해서 향후 20년의 외연 확대를 막은 꼴이 됐다. 1020세대들이 주로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KBO리그 경기 영상이 검색되고 ‘밈’과 같이 큰 화제가 되는 일은 이제 벌어지지 않는다.
 
- 코로나19 사태로 어린이 팬 확보도 비상, 프로스포츠 경쟁 상대는 이제 스마트폰과 게임이다 -
 
 
코로나19로 관중 입장 제한과 직관 문화 위축 흐름이 이어지면서 어린이 팬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도 1020세대들의 이탈을 더 가속했다. KBO리그 특유의 직관 문화가 위축되면서 어린이와 학생 팬들의 유입도 끊긴 까닭이다. 
 
앞선 구단 관계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야구장을 방문해 그 팀의 팬이 되는 게 주된 충성 팬 형성의 한 가지 방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관 문화가 위축되면서 자녀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오는 장면이 확 줄었다. 또 왁자지껄한 특유의 육성 응원 속에서 어린이 팬들도 야구에 재미를 느끼는 건데 그런 문화도 잠시 사라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젊은 세대를 야구로 유입할 길을 잃어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축구계에선 ‘슈퍼리그’ 창설과 관련한 논란이 크게 일어났다. 기존의 유럽축구 클럽대항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 대신 소위 말하는 주요 유럽리그 ‘빅 클럽’들이 해마다 고정적으로 참가해 그들끼리 더 자주 맞붙는 새로운 리그인 슈퍼리그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슈퍼리그 창설은 기존 축구계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지만, 이는 ‘오프라인’ 프로스포츠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슈퍼리그 창설을 주도했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분명한 건 축구는 사람들에게서 점점 흥미를 잃고 있다. 16세부터 24세까지 젊은이들은 축구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축구보다 게임에 시간을 더 할애한다. 매력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페레스 회장의 우려는 곧 한국 야구 아니 한국 프로스포츠계를 향한 경고기도 하다. 한 프로스포츠 종목이 미래 세대 팬 확보를 위해 경쟁해야 할 상대는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1020 세대들을 사로잡는 경쟁에 참여하기 위해선 게임과 드라마, 그리고 다양하게 쏟아지는 수많은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와 맞붙어 이겨야 한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절박하게 미래 세대를 붙잡으려고 노력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KBO리그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으로 1020세대를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있다. 기존에 쌓인 인기에 취해 있다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미래 세대를 끌어들이는 판을 키우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에 찾아올 곧 그래프는 장밋빛 우상향이 아닌 급격한 우하향일 것이다. 
 
 
김근한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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