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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생태계를 무너뜨린 '황소개구리' 설린저가 남긴 메시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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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 KBL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안양 KGC와 전주 KCC의 경기가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안양 KGC 설린저가 기뻐하고 있다. 안양=박재만 기자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황소개구리' 설린저가 KBL에 남긴 메시지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안양 KGC의 전대미문 플레이오프 10전승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KGC 우승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어나더레벨'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였다. 정규리그 막판 교체 선수로 KGC에 합류한 뒤 리그 10경기, 플레이오프 6경기를 뛰며 완전히 판을 바꿔놨다.

실력자들이 즐비한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 4시즌 연속 주전으로 활약한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공격, 수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선수. 역대 KBL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 중 이름값으로나, 실제 보여준 실력으로나 최고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는 '황소개구리'와 다름 없었다. 다른 팀들은 비시즌 수개월을 투자해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손발을 맞춰도 될까 말까인데, KGC는 설린저가 하는 것만 그저 지켜보고 그가 내주는 공들만 나머지 선수들이 잘 처리해도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가 따라왔다.

부상으로 두 시즌을 휴업한 선수를 이름값만으로 선택한다는 게 쉽지 않다. KGC에는 도박과 같은 일이었다. 마지막 결정까지는 고심이 깊었다. 때문에 KGC가 설린저 덕에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고만 한다면 그들의 고충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일이 된다. 설린저가 다른 팀에 갔다면 그 팀이 무조건 우승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설린저와 KGC 국내 선수들의 궁합이 매우 잘 맞았다.

하지만 설린저가 차지한 지분이 엄청났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승기 감독 조차도 "5할 이상"이라고 답했다. 한 시즌 치열하게 서로간의 전투를 해오던 리그가, 운 좋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한 명으로 인해 단시간에 균형이 파괴된다는 건 어찌 보면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수준 낮은 농구를 보고 있었느냐의 결론으로 연결이 된다. 더군다나 설린저가 100% 몸상태였던 것도 아니고, 2년을 쉬고 살을 많이 뺀 자신의 몸이 어떤지 시험하러 온 성격이 강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설린저에게 농락 당한 다른 팀들은 더욱 분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설린저는 허리 등 여러 부위 부상 치료 후 자신의 몸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걸 KBL 무대를 통해 확인했다. KBL 무대가 너무 좋고 감사해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뛰는 결정을 내릴까. 냉정히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코로나19 특수 환경이 한국 농구팬들에게 잠시동안 설린저 농구를 경험하게 해준 것일 뿐, 설린저는 NBA를 포함해 더 큰 무대, 더 많은 돈을 주는 곳으로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설린저가 만든 우승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제 KBL 팬들은 설린저를 보며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각 구단들도 설린저에 버금 가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그동안 KBL은 늘 '그 나물에 그 밥'식 외국인 선수 영입이 이뤄졌다. 특정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 몇몇이 사실상 시장을 손에 쥐고 있었고, 뻔한 선수들에 데리고 각 팀들이 처절한 영입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설린저와 인천 전자랜드에서 뛴 조나단 모트리라는 거물급 선수들이 KBL 무대를 밟았다.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다고 하지만, 기존 관점에서 '저 선수들이 왜 KBL에서 뛰겠느냐'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 힘 있던 에이전트를 통한 영입이 아니었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 KBL의 외국인 선수 시장도 다양한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물도 고이면 썩는다.

각 팀들이 고르게 설린저급 선수를 데려온다면 더 흥미진진한 리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설린저를 경험한 팬들이 다시 수준 낮은 외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게 된다면, 날로 추락하는 KBL의 인기는 더 떨어질 게 뻔하다. 그럴 바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고 인기를 끌어올린 여자프로농구가 참고 답안이 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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