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배동현·장지훈·권동진 등 두각 나타내는 대졸 신인들
[권혁중 기자]
매년 100명이 넘는 신인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입성하지만, 이중 대졸 선수의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기량이나 성장 가능성의 측면에서 이미 스카우트들에게 외면을 당했고, 프로 구단보다 취약한 시스템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대졸 선수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에 열린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대졸 선수는 110명 가운데 19명에 불과했다. 대졸 선수들에게 프로 진출이란 마치 사막에서 바늘 찾는 일과도 같은 상황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프로에 진출해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뽐내고 있는 대졸 신인들이 있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에는 고졸 신인만큼 대졸 신인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며 많은 기회를 받아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래프트 재수' 끝에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대졸 신인들 중 눈에 띄는 선수는 누굴까.
▲ KIA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는 파이어볼러 이승재 |
ⓒ KIA 타이거즈 |
KIA의 필승조로 자리 잡은 이승재
KIA는 현재 '3라운더 잔혹사'를 겪고 있다. 말 그대로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지명한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방출되거나 이적한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KIA에게 3라운드로 지명된 선수 중 그나마 가장 이름을 알린 선수는 박경태였다. 박경태는 프로 생활 내내 제구에 문제를 보였고, 결국 지난 2019시즌 중에 팀에서 방출됐다. 이렇듯 KIA는 '3라운더 잔혹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KIA의 고민을 해소할 선수가 등장했다. 그는 바로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24번으로 지명된 이승재다. 이승재는 입단하자마자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고, 시범경기와 연습경기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1군 개막 엔트리에 합류했다. 받은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지난달 7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등판한 이승재는 3이닝 2K 퍼펙트로 피칭하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올 시즌 이승재는 12경기에 등판해 2승 1홀드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배짱 있는 투구로 벌써부터 필승조로 자리매김해 팀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최고 구속이 152km에 육박하고, 평균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되는 위력적인 직구가 그의 강점이다.
휘문고-강릉영동대를 졸업한 이승재는 투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공을 무기로 팀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이승재는 3라운더 잔혹사를 끊는 것을 넘어서 KIA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 한화 마운드의 미래로 평가받는 배동현 |
ⓒ 한화 이글스 |
한화 마운드의 미래 배동현
현재 한화의 선발진은 불안한 상황이다. 한화에서 재출발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던 킹험은 지난 21일 광배근 통증을 호소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4,5선발을 맡았던 장시환과 김이환도 피로 누적과 부상의 여파로 1군에 없는 상황. 카펜터와 김민우 외에는 믿을 만한 선발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배동현이다.
경기고 한일장신대를 졸업한 배동현은 고교 시절까지 내야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한 이후 투수로 전향한 뒤, 완벽히 적응했고 2019년에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의 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런 배동현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2번으로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됐다. 입단 후에는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달 20일 1군으로 콜업됐다. 그리고 이틀 후, 키움 전에서 장시환의 뒤를 이어 등판한 배동현은 2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141km의 직구와 좋은 디셉션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또한 패기 넘치는 스냅백 착용은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달 28일의 경기에서의 투구가 좋았다. 구원 등판한 배동현은 4.2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1자책) 1K로 호투를 펼쳤고, 이 경기를 기점으로 수베로 감독의 신임을 얻어 최근에는 선발 투수로 기용되고 있다.
물론 선발 투수로서는 아직까지 부족하다. 올 시즌 선발 투수로 3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6.75 2패를 기록하고 있다. 피OPS도 0.972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 이닝과 투구 수를 점차 늘려나가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배동현이다.
▲ SSG의 추격조로 활약하고 있는 장지훈 |
ⓒ SSG 랜더스 |
'대체 선발'에서 '추격조'로 거듭난 SSG 장지훈
지난달 29일 SSG와 KT의 경기. 9회초 1-6으로 뒤져있던 SSG는 1사 만루의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투수는 바로 대졸 신인 장지훈이었다. 장지훈은 강타자 강백호와 알몬테를 상대로 안정적인 제구를 뽐내며 6구 2K로 이닝을 막으며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다음날에는 폰트를 대신해 대체 선발로 기용되기도 했다. 3이닝 7실점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남기긴 했지만, 대체 선발로서 제 몫을 다하고 내려와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경기를 계기로 장지훈은 SSG의 불펜 한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 장지훈은 10경기에 등판해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 높은 투구로 SSG의 추격조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가 좋다. 장지훈은 지난 3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실점 2K 1홀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해고와 동의대를 나온 장지훈은 대학교 2학년 때까지 내야수로 활약했다. 평범한 내야수로 각광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마운드에 오르고 나서부터다. 대학교 2학년 때 투수로 전환한 장지훈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 144km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타자들을 요리한다. 특히 올해에는 대학시절에 잘 사용하지 않던 체인지업을 조웅천 코치의 가르침으로 제대로 연마해 주무기(체인지업 구사율 35.1)로 사용 중이다.
김상수의 부상, 하재훈의 부진 등으로 인해 현재 SSG의 불펜진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지훈은 팀의 든든한 전력이 되고 있다. 페이스가 좋은 최근에는 박빙상황에도 등판하며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장지훈이다.
▲ 7년 만에 나온 대졸 1라운더 내야수 권동진 |
ⓒ KT 위즈 |
7년 만에 나온 '대졸 1라운더 내야수' 권동진
2020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KT 위즈는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대졸 선수(4명)을 지명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지명된 권동진이다. 대졸 내야수의 1라운드 지명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강한울 이후 7년 만이었다.
세광고-원광대를 졸업한 권동진은 지난 4년 동안 방망이로 대학 무대를 제패했다. 그의 대학 통산 기록은 타율 0.417(271타수 113안타) 3홈런 76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타격감을 뽐냈다. 도루도 341개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도 선보였다. OPS는 1.137(출루율 0.521, 장타율 0.616)에 달하며 장타에도 능한 타자였다.
수비 또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권동진은 대졸이 외면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인정받아 상위 라운드로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프로무대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 20경기에 출장한 권동진은 타율 0.182(22타수 4안타) 2타점 OPS 0.675에 그치고 있다. 대학 무대를 휩쓸던 권동진은 프로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고 있으며 심우준과 박경수를 잇는 KT의 차기 내야수로 기대 받고 있는 권동진이다.
KBO리그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레전드들 중에서도 대졸 출신들이 즐비하다. 과거에는 고교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고졸 선수들이 4년의 시간을 보내고 프로에 입단한 대졸 선수들과는 달리 좋은 시스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자연스레 대졸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환경 속에서도 프로에 진출하려는 대학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올 시즌에는 특히 이런 대졸 선수들이 두각을 많이 나타내고 있다. 4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프로 무대에 입성한 '드래프트 재수생'들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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