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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치면 볼이야” 투수를 질리게 하는 출루머신 4인방

드루와 0

올 시즌 타석당 볼넷 비율에서 유일하게 20%를 넘은 정은원. /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엔 볼넷이 넘쳐난다. 지난해 720경기에서 나온 볼넷 숫자는 5314개로 경기당 7.38개였다. 올해는 229경기에서 2064개의 볼넷이 나오며 경기당 9.01개까지 늘어났다.

단타를 쳐서 나가나 볼넷을 골라 나가나 똑같은 진루다. 올 시즌 특유의 ‘눈 야구’로 투수들을 질리게 하는 ‘출루의 달인' 4인방이 있다.

한화 정은원

(타석당 볼넷 비율 1위, 볼넷 1위, 타석당 투구 수 1위, 출루율 5위)

정은원은 올 시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타자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시즌을 앞둔 본지 인터뷰에서 “작년 여러 스탯 중 정은원의 출루율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2019시즌만 해도 정은원은 타율 0.262에 출루율 0.317로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2020시즌엔 타율은 0.248인데 출루율이 0.362에 달했다. 그 점이 수베로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출루율을 강조하는 수베로 체제에서 정은원의 선구안은 더욱 좋아졌다. 올 시즌 4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홍창기(LG)와 함께 이 부문 1위다. 타석당 볼넷 비율(20.7%)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20%를 넘긴다.

타석당 투구 수도 4.53으로 리그 선두를 달린다. 투수 입장에선 공을 많이 보고, 또 잘 보는 정은원이 질릴 수밖에 없다. 반면 초구에 배트를 내는 비율(5.9%)이 리그에서 가장 낮다.

정은원은 올 시즌 타율은 0.292로 리그 23위지만, 출루율은 0.438로 5위에 올라있다. 정은원은 “작년까지는 안타를 치는데 욕심을 냈는데 수베로 감독님을 만나면서 출루율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타율은 2할3푼대지만 출루율이 4할이 넘는다. / 연합뉴스

 


SSG 추신수

(타석당 볼넷 비율 2위, 볼넷 3위, 타석당 투구 수 4위, 도루 4위)

메이저리그에서 ‘출루 머신’으로 불렸던 추신수는 그 진가를 KBO리그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스탯은 다소 기이하다. 2할3푼대의 타율인데 출루율이 4할이 넘는다.

추신수의 타율은 0.233.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활약한 이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오죽하면 한국 투수들의 공이 느려 공략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BABIP(인플레이된 타구 중 안타 비율)이 0.263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낮아 타율이 올라갈 여지는 많다.

아무튼 방망이는 고전하고 있지만, 눈은 여전하다. 출루율 0.403의 추신수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38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루킹 삼진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개일 정도로 타석에서 시종일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타석당 투구 수도 4.40개로 4위다.

추신수는 30일 한화전에서 왼쪽 종아리에 불편을 느껴 교체됐다.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인 추신수는 팀이 치른 45경기 중 43경기에 나서며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부상 위험이 많은 도루도 10개를 성공했다.

팀 후배에게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베테랑 추신수의 가치는 단순한 스탯 이상의 힘을 SSG에 주고 있다는 평가다.



'출루머신' 홍창기는 올해 타율까지 올라가며 '완전체'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LG 홍창기

(볼넷 1위, 출루율 2위, 타석당 볼넷 비율 3위, 타격 WAR 5위)

홍창기는 이제 단순히 출루를 잘하는 타자로 봐서는 안 된다. 지난해 타율 0.279에 출루율 0.411을 기록하며 ‘출루 머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올 시즌엔 타율을 0.312까지 끌어올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눈 야구’에 방망이까지 좋아진 홍창기의 출루율은 0.459로 타율 0.412를 자랑하는 KT 강백호(0.493)에 이어 리그 2위다.

홍창기는 종합적인 능력이 상승하며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강백호(2.54)와 양의지(2.47), 이정후(2.42), 최정(2.40) 등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뒤를 이어 5위(2.26)를 달린다.

홍창기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나만의 네모가 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선구안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얼마나 정교하게 볼을 골라내는지 알 수 있는 2S 후 선구율(볼/파울+타격+헛스윙+스트라이크+볼)에서 46.6%로 리그 3위다.

최근 3경기에선 무안타. 하지만 30일 키움전에선 볼넷만 4개를 골라내며 4출루 경기를 펼쳤다. “홍창기가 안 치면 볼이다”란 말이 나올 만하다. 몸에 맞는 공도 5개로 추신수와 함께 공동 4위다. 작년 홈런 5개였던 홍창기는 벌써 3개를 치는 등 장타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조용호는 올 시즌 특유의 출루 능력 뿐만 아니라 득점권에서 높은 타율을 자랑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KT 조용호

(2S 후 선구율 1위, 볼삼비 2위, 득점권 타율 3위, 타석당 볼넷 비율 4위)

조용호는 지난 시즌 KT의 큰 소득이었다. 타율 0.296에 출루율 0.392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해줬다.

통산 1111타석을 소화하고도 아직 홈런이 없을 만큼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승부로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다. 작년엔 타석당 투구 수(4.48) 1위로 ‘용규 놀이’에 이은 ‘용호 놀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올해는 4.21개로 16위다.

올 시즌 조용호는 타율이 0.279로 다소 떨어졌지만, 출루율은 0.418로 올라갔다. 볼넷을 얻은 횟수(34회)와 타석당 볼넷 비율(19.0%)이 리그 4위다. 볼넷에 비해 삼진은 또 적어 볼넷/삼진 비율(1.79)은 키움 이정후(1.93)에 이어 리그 두 번째로 좋다.

조용호는 특히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볼을 골라내는 선구율(볼/파울+타격+헛스윙+스트라이크+볼)이 47.0%로 리그 1위다. 헛스윙 삼진이 9개 밖에 되지 않는다(리그 1위는 39개의 양석환).

조용호가 올 시즌 특히 빛나는 부분은 득점권 활약이다. 득점권 타율이 0.439로 양의지(0.455), 노시환(0.453) 다음이다. 조용호는 “팀에서 내가 할 역할은 살아서 나가는 것”이라며 “출루율 4할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민석 기자]

 

기사제공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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