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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모래밭에 빠진 벤투호, 손흥민은 비행만 10만km… A조 정밀 분석

드루와 0

 



서호정 기자 = "상당히 어렵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은 지난 6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 결과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속한 A조의 판세를 짧고 굵게 표현했다. 이란, 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은 서아시아(중동) 팀들 사이에 유일하게 속한 동아시아 팀이 됐다. 걸프컵 초청팀, 모래밭에 빠졌다 등의 표현이 나왔다. 중동 특유의 시간 지연 플레이인 침대축구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말대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상대 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고,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5차례의 A매치 기간 동안 매번 홈->원정 형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한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손흥민을 비롯한 해외파들의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와 역시차의 문제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벤투호에게는 더 다급한 문제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은 이번에도 최소 조 2위 이상을 차지해야 직행한다. 한국은 최근 두 차례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모두 최종전까지 혈전을 치른 끝에 조 2위를 차지하며 가까스로 본선행을 결정했다. 조 3위가 되면 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에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 돌파해야 본선에 갈 수 있다. 

■ '또 너냐?' 이란, 아즈문-타레미 원투 펀치 앞세워 다시 상승세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회 연속 이란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됐다. 최근 일본보다 더 깊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란은 팀 전력, 선수 개인 능력, 원정의 어려움 면에서 한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역대 전적 9승 9무 13패로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열세고, 최근 6경기에서 4연패 후 2무승부로 승리가 없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C조에서 바레인, 이라크와의 원정 경기(이라크전은 요르단 암만 중립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하며 초반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최종전에서 이라크를 1-0으로 누르며 조 1위로 올라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UAE와 더불어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2패를 하고도 올라온 팀이다. 

이란이 하락세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것은 바레인, 이라크에게 연패를 당했던 초반의 얘기다. 이란축구협회는 2연패를 당하자 즉시 마크 빌모츠 감독을 선임 5개월 만에 해임시켰다. 이후 일정은 이란 자국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스코치치 감독은 이후 4경기를 16득점 1실점, 4전승의 완벽한 안정감으로 돌파하며 이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스코치치 감독은 부임 후 3차례 평가전까지 포함한 7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란과 중동 지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최종예선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축구의 레전드인 바히드 하세미안과 카림 바게리를 코치로 두며 흔들리던 팀도 확실히 장악했다.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할 때의 이란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주요 선수들이 유럽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사르다르 아즈문과 메흐디 타레미의 공격 원투 펀치는 아시아에서 손흥민과 황의조에 버금가는 막강한 조합이다. 





아즈문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최강자 제니트의 주전 공격수다. 지난 시즌 제니트의 3연속 리그 제패를 이끌었고 2019-2020시즌에는 득점왕도 차지했다. 올 여름 유럽 주요 클럽들이 노리는 선수다. FC포르투에서 뛰는 타레미는 2020-2021시즌 리그에서만 16골 15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득점 3위, 도움 1위를 차지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아즈문 이상의 경쟁력을 보였다. 두 선수는 2차 예선에서도 각각 7골과 3골을 기록했다. 

테헤란 원정도 부담스럽다. 역대 테헤란에서 이란과 치른 A매치에서 한국은 2무 5패를 기록했다. 2009년 박지성의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한 뒤 테헤란 원정에서 3연패 중이다. 직항로가 없어 이동 자체도 어렵고, 보이지 않는 다양한 통제와 견제가 작동한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엔 무기력한 0-1 패배 후 슈틸리케 감독이 "소리아(카타르) 같은 공격수가 없어 패했다"는 실언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최대 12만 명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유명하다. 최근 A매치에서는 안전 문제 등으로 절반 이하의 관중석만 개방하지만 여전히 원정팀에겐 힘든 곳이다. 

■ 4, 5번 포트 모두 까다로운 팀이 들어왔지만…
3번 포트의 UAE는 과거 한국이 사령탑 선임을 추진했던 베르트 판마바이크 감독이 이끌고 있다. 판마바이크 감독은 2019년 UAE 대표팀 취임 후 1년 만에 걸프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책임을 물은 축구협회에 의해 경질됐다. 하지만 이후 6개월 단기 계약으로 선임된 이반 요바노비치 감독은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물러났다. 콜롬비아 출신의 호세 루이스 핀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가 부진하자 UAE 축구협회는 경질을 결정하고 1년 만에 다시 판마바이크 감독을 선임하는 촌극을 일으켰다. UAE는 2000년대 초반 야심차게 육성한 황금세대가 대부분 대표팀 주력에서 물러났다. A매치 76골을 기록 중인 간판 골잡이 알리 마브쿠트가 전방에서 분전 중이지만 한국 수비에 아주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상대 전적에서 한국은 UAE에 12승 5무 2패로 절대 우위고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처럼 풀 전력으로 나선 맞대결에서는 7승 2무로 패배가 없다.

오히려 까다로운 쪽은 4번과 5번 포트에서 온 이라크와 시리아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와 달리 피지컬과 강한 집중력으로 무장한 스타일이다. 이란과 유사하다.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아시안컵에서 고추가루 부대 이상의 역할을 맡았다. 이라크를 상대로는 7승 11무 2패, 시리아와는 4승 3무 1패로 한국이 전적에서 우위에 있지만 전력이나 FIFA랭킹 차이만큼의 큰 승리는 많지 않았다. 2차 예선에서 이라크는 이란을 탈락 위기까지 몰고 갔고, 시리아는 중국을 누르고 A조 1위를 차지하며 2, 3번 포트급의 실력을 보였다. 

이라크는 자국 정세 불안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이민자, 불법 이주민의 2세들이 최근 대표팀 전력에 가세했다. 자국 축구 레전드인 암모 바다가 세운 축구 학교에서 육성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도 더 좋아진 파워, 기술로 대표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서아시아 최고의 유망주로 통한 2000년생 공격수 모하나드 알리다. 

시리아는 흔들리는 자국 상황에도 불구하고 축구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채우기 위해 선수들이 더욱 분전하며 최근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이란, 한국에 이어 A조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정치적 갈등으로 축구협회의 징계를 받아 한 동안 대표팀을 떠나야 했던 간판 공격수이자 정신적 지주, 오마르 알 소마와 오마르 카르빈이 돌아와 또 한번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자국 경제 사정이 나빠 대표팀 지원이 좋지 않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임금 체불은 비일비재하다. 이라크의 스레츠코 카타네츠 감독과 시리아의 나빌 말룰 감독 모두 2차 예선 종료 시점에 임금 체불을 이유로 자신의 코치진과 함께 일괄 사퇴했다. 시리아는 자국 출신의 니자르 마흐루스 감독을 7일 임명하며 큰 불을 껐지만, 이라크는 아직 감독 공석 상태다. 최근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선임하려고 접촉했지만 이라크와 견원지간인 이란 감독직을 수행한 바 있는 케이로스 감독이 거절했다. 

게다가 여전히 정세와 치안이 불안하고 테러 위협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 국가를 여행금지 국가로 긴 시간 지정한 상태다. 코로나19 상황도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AFC도 이 부분을 감안해 2차 예선에서 시리아는 홈 경기를 모두 UAE의 두바이에서 진행하게 조치했다. 이라크도 이란과의 갈등 문제까지 겹쳐지면 홈 4경기 중 3경기를 요르단 암만에서 치러야 했다. 이런 복잡한 변수가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포트6으로 들어온 레바논은 벤투호가 2차 예선에서 원정과 홈을 오가며 상대한 경험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다. 가장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 돼 있어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그래도 원정에서는 한국이 힘든 경기를 하며 무승부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레바논의 자말 타라 감독은 2차 예선을 통과시킨 12명의 감독 중 호주의 그레엄 아놀드, 중국의 리티에 등과 더불어 몇 안 되는 자국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최종예선 시작 후 한국은 초반 3경기에서 4, 5, 6번 포트 상태와 우선 만난다. 9월 2일 이라크를 홈에서, 7일 레바논을 원정에서 상대한다. 10월 7일에는 시리아와 홈에서 붙고, 이란 원정을 떠난다. 이란전 전까지 3경기에서 벤투호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최종예선의 상황을 180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3연승 혹은 2승 1무 정도의 결과를 만든다면 이란 원정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반면 홈에서 2승을 챙기지 못하고 원정에서 일격을 맞을 경우 이란 원정은 반드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경기가 된다.

■ 손흥민, 소집마다 약 2만km를 27시간 동안 비행
상대의 경기력과 스타일도 신경 쓰이지만,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역대 최악의 원정 일정이다. 현재 나와 있는 일정대로면 한국은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5번의 A매치 일정마다 홈 경기->원정 경기로 최종예선을 치러야 한다. 그럴 경우 해외파들은 일단 한국에 들어와서 준비와 시차 적응 후 홈 경기를 치르고 다시 원정 길에 나서야 한다. 5~6시간의 역시차까지 감내해야 한다. 

10월 소집에서 손흥민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일단 시리아전을 위해 런던에서 서울로 8860km를 11시간 비행으로 날아온다. 이 비행은 최종예선 일정 내내 이어진다. 그리고 시리아전을 마치면 동료들과 함께 테헤란으로 6520km를 날아간다. 도하를 통해 경유할 경우 대기 시간을 뺀 순수 비행 시간만 10시간이다. 그리고 이란 원정을 마치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은 4420km, 6시간 30분이 걸린다. 이 패턴으로 5번의 소집을 최종예선 동안 하기 때문에 총 10만km 내외의 비행이 7개월 사이 집중된다. 황의조, 황희찬, 이재성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악의 원정 부담에 시달리는 건 북미프로축구(MLS)의 LAFC에서 뛰는 김문환이다. 이란 원정을 소화할 때 LA에서 서울로 13시간 30분, 테헤란까지 10시간, 그리고 LA로 돌아가는 데는 20시간이 걸린다. 비행기 안에서만 2일 가까이 보내야 한다. 

그나마 UAE는 허브 공항인 두바이 공항이 있어 직항편이 많지만, A조에 속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현재 직항이 없는 상태다. 두바이, 도하, 이스탄불 등을 거쳐 들어가야 한다. A조 추첨을 보고 과거 A대표팀이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으로 몇 차례 운영한 적 있는 전세기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대를 거는 부분은 경기 장소의 변경이다. 코로나 상황은 백신 투입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의 국내 안전도 보장이 안 된다. 2차 예선처럼 보다 나은 안전과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 상황이 보장되는 인근 국가에서 진행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현재 AFC 산하 경기 대부분이 취하고 있는 코로나 버블 방식이다. 월드컵 2차 예선 후반기 일정,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올해 코로나 방역이 확보된 특정 지역에 모여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도 2차 예선 일정의 절반을 국내에 유치해 고양시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도 카타르 도하에서 3주 동안 집중적으로 치렀다. 코로나 상황이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고, 해외파 선수들이 많은 A대표팀의 특성 상 선수 이동으로 인한 통제가 어려운 만큼 월드컵 최종예선도 지난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모처럼 한 곳에서 모여 치르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서호정 기자

기사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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