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감각 빼고는 다 괜찮아요."
2020-2021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던 KGC인삼공사 3년차 미들블로커 정호영(19). 길고 길었던 재활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그는 이제 건강하게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정호영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동해에서 진행된 KGC인삼공사 전지훈련의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그는 이제 부상 트라우마와도 완전히 작별을 고했다.
정호영은 "지난해 하동 전지훈련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라고 웃은 뒤 "팀의 모든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공격 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지난 1일 현대건설과 연습 경기를 가졌는데 당시 1, 2세트만 뛰고 빠졌다.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조금 더 뛴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욕심부렸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하시더라. 경기 감각 빼고는 다 괜찮다"라고 이야기했다.
정호영의 재활 과정을 지켜보며 이영택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정호영의 컨디션이 100%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정호영은 "감독님이나 코치님들께서 항상 '급하게 하지 말자'라고 하신다. '지금 100% 못 하는 거 아니까 천천히 하자'라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네가 네 자신을 못 믿으면 누가 너를 믿겠냐.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해라. 너에게만 집중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선수들과 '밀당'을 잘하는 감독님이다"라고 웃었다.
정호영은 지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윙스파이커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 전향을 꾀했다. 공격과 블로킹에 능한 정호영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빠르게 적응해 이영택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2020년 컵대회에서도 깜짝 활약을 펼치는 등 정규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케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미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전 경기를 뛴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는 정호영은 "경기 감각이 제일 걱정이다. 고등학교 때도 1년을 쉬어봤는데, 쉬다가 실전에 들어가면 와~, 정말 다르다. 연습 경기와 실제 경기는 느낌이 다르다. 나중에 실전 경기에 들어간다면 그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부상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없는 일이었다', '다친 적 없었다'라고 생각을 하며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은 이제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전 감각만 빠르게 끌어올린다면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2021-2022시즌 정호영의 활약을 다시 기대해도 좋을 상황이다. 정호영 역시 벌써부터 시즌이 기대된다고 한다.
"원래 아프면 공때리는 거에 집중하기보다는 안 다치는 거에 집중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부상보다 공격 코스, 상대 빈틈을 보며 공격 훈련을 하고 있다. 조금의 통증은 물론 있지만 심각하지 않다. 프로 선수인 만큼 이제는 득점도 많이 하고 싶고, 블로킹 기록도 많이 쌓고 싶다. 기회를 많이 잡아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정호영의 말이다.
이어 "못 뛰어도 나를 믿고 기다려주신 팬분들이 계신다. 감사하다. '보여준다. 보여준다' 해놓고 못 보여줘서 미안했다. 올 시즌에는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일단 다가올 시즌 정호영의 목표는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소망이 있다면 2021년 컵대회 첫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KGC인삼공사는 오는 8월 23일 GS칼텍스와 컵대회 예선 첫 경기를 갖는데, 공교롭게도 8월 23일은 정호영의 생일이다.
정호영은 "만약 복귀전을 가진다면 컵대회 때 가질 텐데, 우리 팀 첫 경기 날이 나의 생일이다. 경기에서 승리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들어간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정호영은 "이번 시즌은 안 다치고 꾸준히 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이제는 윙스파이커나 아포짓 스파이커에 미련은 없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만족한다. 속공 때리는 맛이 있다. 미들블로커로서 성장한 모습 보여주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사진_동해/홍기웅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