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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빠진 OB도, 18명 빠진 마이애미도 ‘리그 중단’ 소리는 안 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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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와 두산 1군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나온 뒤 KBO리그는 혼돈의 도가니
-앞장서서 ‘리그 중단’ 외치는 NC와 두산, 방역 실패 책임은 뒷전
-선수단 17명 빠진 OB 베어스, 18명 빠진 마이애미, 13명 빠진 세인트루이스도 리그 정상적으로 진행
-리그 중단 여부 떠나 방역 실패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책임 뒤따라야
 
NC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피해자 코스프레도 정도가 있다. 사상 최초 코로나19 확진 1군 선수를 배출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방역 실패 책임은 뒤로 한 채 리그 중단을 앞장서서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여기에 일부 구단까지 맞장구치면서 시즌 전 10개 구단이 합의해 내놨던 코로나19 매뉴얼이 휴지조각이 되게 생겼다.
 
발단은 지난 8일 터진 서울 원정 숙소발 확진자 사태. NC의 잠실 원정 숙소인 모 호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이튿날 NC 선수단에서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NC와 6~7일 잠실에서 맞대결한 두산도 전원 PCR 검사 결과 2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여기에 NC 선수단에서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1군 선수 확진 사례가 한꺼번에 5명이 쏟아져 나왔다.
 
17명 빠진 OB도, 18명 빠진 마이애미도 시즌 치렀는데…리그 중단 앞장서 외치나
 
 
코로나19 시국이 엄중한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코로나19 감염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한 4차 대유행 시기엔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조심해도 불운한 희생자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전파 과정에서 방역 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선수단 확진 사태를 두고 야구계에선 일부 선수가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지침, 타 구단 인원 및 외부인과 만남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구단의 선수단 관리 소홀과 안일한 방역 의식이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NC 구단은 ‘방역 지침상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며 입을 꾹 닫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단에서 밀접접촉자가 대규모로 확인되면서 1군 선수단 상당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야구계에선 사건 발생 초기부터 평소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선수단 특성상 밀접접촉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거란 우려가 나왔고,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됐다. 이 또한 평상시 방역을 소홀히 한 자업자득이다. 
 
KBO의 코로나19 매뉴얼대로라면 NC와 두산은 자가격리 대상을 제외한 대체 선수로 리그를 중단 없이 운영해야 한다. 지난해엔 1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리그 중단도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리그 중단 없이 경기를 계속 치르기로 정했다. 시즌 전 모든 구단이 동의해서 정한 매뉴얼이다. 리그 144경기 완주를 위해 개별 구단의 사사로운 유불리와 손해는 기꺼이 감수한다는 의지가 담긴 매뉴얼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들이 당사자가 되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이 바뀌었다. 전반기 종료까지 6경기 남겨둔 상황에서 그마저도 손해 보기는 싫은 모양이다. NC와 두산 두 구단이 먼저 앞장서서 ‘리그 중단’을 주장하고 나섰다. KBO 코로나19 매뉴얼상 리그 중단은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때 사용하는 최후의 카드다. 
 
이를 위해 ‘사상 초유의 1군 vs 2군 대결’이란 프레임이 등장했다. 일부 매체를 통해 ‘KBO가 1·2군 선수단 전원 교체를 지시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2군 선수단을 대기시켜야 했다’며 읍소에 나섰다. 실제로는 자가격리자를 판단하는 건 KBO가 아닌 방역 당국의 몫이고 KBO는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뿐이다. 설사 1군 엔트리 전원을 2군과 맞바꿔 경기하는 상황이 와도 그건 NC와 두산 사정이지 남들이 사정 봐줄 일이 아닌데 마치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엄밀히 말해 ‘1군 vs 2군’ 프레임 자체가 엄청난 과장이다. 1군 선수단 27명 전원이 격리 대상으로 빠지는 게 아니다. 도쿄올림픽 예비엔트리에 포함돼 백신을 접종한 선수는 자가격리 대상에서 면제된다. 대표팀 예비명단에 들 정도면 팀에서 주전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NC는 군입대한 배재환을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백신 접종으로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투수 이재학, 송명기, 구창모, 원종현, 임정호와 포수 양의지, 1루수 강진성, 2루수 박민우, 유격수 노진혁, 외야수 나성범이 그대로 1군에 남는다. 두산 역시 13명의 백신 접종자가 남는다. 투수 김민규, 이영하, 최원준, 유희관, 박치국, 이승진, 이형범과 포수 박세혁, 3루수 허경민, 유격수 김재호, 외야수 박건우, 정수빈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4~16명만 2군 선수로 대체하면 된다. 이 정도 규모는 정규시즌 기간 1·2군을 오르내리는 선수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1군 코칭스태프가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핸디캡이 있지만, 이는 확진자가 나온 팀에서 감수해야 하는 문제다. 앞서 KT도 1군 투수파트 코치 2명이 말소된 바 있다. 롯데도 래리 서튼 감독이 빠지고 최현 감독대행으로 경기를 치렀다. 
 
OB는 1994년 선수단 집단 이탈로 주전 17명이 빠진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사진=MBC)
 
 
 
1군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진 가운데 정규시즌 경기를 치른 과거 사례도 있다. 1994년 선수단 집단 이탈 사태 당시 OB 베어스는 무려 17명의 주전 선수를 빼고 경기를 치렀다. 당시 OB에선 박철순, 장호연, 김상진, 권명철, 이광우, 강길용, 김익재 등 투수와 김형석, 김상호, 강영수, 임형석, 박현영, 안경현, 김종석, 추성건, 이종민 등 17명이 감독의 지도방식에 반발해 팀을 이탈했다.
 
당장 원정 경기를 앞둔 OB 구단은 2군 선수들을 부산으로 내려보내 경기를 치렀다. 그날 내려간 선수는 홍길남, 하창우, 마원성, 송명철, 이전진, 공유선, 김인철, 길랑균, 김정규, 소상영, 함석원, 조연제. 김명호 등 OB 골수팬도 누군지 잘 모르는 이름들이다.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8경기를 치른 OB는 집단이탈 당일 패배 포함 내리 9연패를 당했지만 경기는 계속 치렀다. 대표팀 예비엔트리 선수들이 남아있는 두산, NC는 이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전 선수를 대거 제외하고 경기를 치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는 개막 직후인 7월 27일 선수와 코치 등 1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겔 로하스를 비롯해 포수 호르헤 알파로, 외야수 개럿 쿠퍼, 선발투수 호세 우레나가 줄줄이 확진자로 판명났다. 이후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 18명에 달했고, 마이애미는 8월 6일부터 마이너에서 콜업한 선수들로 경기를 치렀다. 주축 선수들은 8월 20일이 돼서야 팀에 합류했다.
 
김광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지난해 8월 확진자가 13명이나 한꺼번에 나오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야디어 몰리나, 폴 데용, 주니어 페르난데스, 랑헬 라벨로, 에드문도 소사, 코디 휘틀리 등이 확진자로 드러났다. 그러나 카디널스는 몇 경기 취소 후 바로 대체 선수들로 시즌을 치렀다.
 
올해도 워싱턴 내셔널스가 개막 직전 포수 알렉스 아빌라, 얀 곰스, 1루수 조시 벨, 내야수 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 좌익수 카일 슈와버, 선발 패트릭 코빈, 존 레스터, 구원 브래드 핸드를 한꺼번에 잃는 대형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워싱턴이 주축 선수 이탈을 핑계로 리그 중단을 주장했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김하성 소속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간판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윌 마이어스, 에릭 호스머, 주릭슨 프로파 등이 코로나19 이슈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팀 전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했지만 리그에서 약속한 프로토콜에 따랐지 먼저 리그를 중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다. 현재 NC와 두산의 상황이 수십만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해 미국의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보다 심각하다고 보긴 어렵다.
 
NC, 두산의 리그 중단 주장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 사례와 비교해도 생떼에 가깝다. 한화는 작년 9월 퓨처스팀에서 확진자가 나와 선수단 50여 명이 한꺼번에 격리 조치를 당했다. 이 때문에 한화는 거의 한 달 가까이 2군 선수 콜업 없이 기존 선수단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후 한화는 구단 차원에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박정규 당시 대표이사는 일련의 사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사태 야기한 구단들, 사과도 설명도 없이 염불 외듯 ‘방역 수칙’만 되풀이
 
 
두산 베어스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물론 현재 코로나19 시국이 엄중한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심각해지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국내 확산 상황과 선수단 건강을 고려해 바로 리그 중단을 결정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에 따른 형평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부 구단의 상황이 어렵다고 매뉴얼을 무시하고 리그를 중단하면, 향후 또다시 리그 중단을 결정할 상황이 왔을 때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리그 중단을 한번 결정한다면 후반기에도 똑같이 감염 사례가 나올 경우 또 3주 이상의 중단을 또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엔 3주 올스타 휴식기가 끼어 있기에 이런 리그 중단 얘기가 비교적 수월하게 나온 게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미리 정해진 코로나19 통합 매뉴얼대로 일을 결정해야 향후 형평성 논란이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주장했다.
 
리그 중단 주장에 앞서 NC와 두산이 현 사태에 대해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리그 구성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NC 구단은 확진자 발생 경위를 놓고 제기되는 의문에 입을 꾹 닫은채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방역 지침상 확진자 본인 외에 다른 이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다. 
 
방역 수칙 위반이 있었는지도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의의 피해자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방역수칙과 엄중한 코로나19 시국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마저 준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리그 중단과는 별개로 구단의 방역 수칙 준수 여부와 선수단 관리 잘잘못은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지헌 기자

기사제공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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