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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브 불안과 새로운 MB 조합, 라바리니호가 확인한 보완점

드루와 0

 


VNL을 거치며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소득도 있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명확히 찾았다. 리시브와 수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물음표를 안기기 충분했다. 새로운 조합으로 나선 미들블로커진의 경우, 라바리니 감독의 고민을 크게 만든 요소였다.

 
추가된 문제, 리시브
본래 아시아권 팀들, 한국과 일본 등 신장은 작지만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은 수비와 리시브가 좋다는 게 강점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VNL에서 한국은 이런 평가가 해당하지 않는다. VNL을 거치면서 리시브와 수비는 우리 대표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리시브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면서 무너진 경기도 적잖았다. 대표적으로 독일전이 그랬다. 한국은 1세트부터 독일 서브에 크게 흔들리며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무너졌다. 1세트 12점에 그치고 2, 3세트에는 점수차가 크진 않았지만 상대 서브에 좀처럼 대처하지 못했다. 1주차 일본전 역시 일본의 철저한 서브 공략에 당한 경기였다.
 

 

 
수치로 보더라도 한국 리시브 라인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VNL에서 한국 리시브 라인은 주로 김연경과 오지영, 그리고 한 자리를 라인업에 따라 박정아 혹은 이소영이 채웠다(전체 리시브 시도로 보면 이소영이 훨씬 많았다. 이소영 리시브 시도 294회, 박정아 145회).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 리시버들은 모두 만족할 만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가장 리시브 시도가 많았던 이소영 리시브 효율은 19.73%, 두 번째로 많은 오지영은 29.86%였다. 김연경과 박정아는 각각 24.36%, 11.03%였다.
 
이번 VNL은 리시브 순위를 리시브 성공 개수 기준으로 산정해 직접적인 리시브 효율 순위를 비교할 순 없지만 VNL 산정 리시브 상위 20위 선수들 효율을 봐도 간접적인 비교는 가능하다. 오지영은 리시브 순위 상위 20위 안에 든 유일한 한국 선수다(17위). 리시브 상위 20위 선수들의 리시브 효율을 계산하고 순위를 매겼을 때 오지영은 그 20명 중 15위다. 리시브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 리베로의 기록치고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오지영 리시브 효율이 한국 주요 리시버 중 가장 높은 편이니 이번 대회에서 한국 리시브 라인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특히 리베로인 오지영의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게 가장 불안한 요소 중 하나다. 터키전과 네덜란드전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서브를 받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서브는 상대 리베로를 피해 다른 윙스파이커에게 목적타를 구사한다. 그런데 리베로가 가장 많은 리시브를 받았다는 건 목적타 타깃이 된 윙스파이커를 대신해 매우 넓은 범위를 커버했거나 리베로 본인이 목적타 대상이 됐거나 둘 중 하나이다. 오지영은 후자인 경우가 있었기에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터키전은 그게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올림픽대표팀에 유일한 리베로로 합류한 만큼, 오지영이 VNL보다는 안정감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박정아가 윙스파이커로 나섰을 때 리시브 불안감은 더 커진다. 박정아는 V-리그에서도 리시브가 큰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그래서 도로공사는 사실상 2인 리시브를 구사한다. 대표팀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발했지만 4주차부터 주전 윙스파이커로 주로 나서면서 리시브 라인에 합류했다. 이후 박정아는 선발 윙스파이커로 나선 5주차 터키전까지 다섯 경기 중 세 경기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 시도를 기록했다. 박정아의 불안한 리시브를 노리고 상대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장면이 반복됐다. 좀 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꺼내든 ‘박정아 윙스파이커 기용’ 카드는 매우 불안한 리시브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박정아 대신 이소영이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불안감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수치상으로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선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이소영 역시 리시브 효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 어느 선수가 들어오더라도 딜레마는 계속된다.
 
복합적으로 작용한 수비 문제
수비 문제는 디그 차원에서만 볼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약한 서브부터 블로킹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였다. 한국은 서구권 강팀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신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고 특히 미들블로커 신장은 양효진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게 밀린다. 수비에서 일차 방어선인 블로킹이 높이로 압박하는 게 쉽지 않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서브로 최대한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VNL 중반까지는 서브 위력도 떨어졌다. 리시브를 흔들고 최대한 상대 공격 옵션을 제한한 다음 이를 블로킹으로 견제해야 했지만 서브 위력이 약한 탓에 상대가 안정적으로 리시브를 했고 이어진 세트 플레이를 막지 못했다.
 
특히 상대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공격이 한국에 큰 문제로 다가왔다. 위력적인 미들블로커를 보유한 강팀은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속공과 이동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한국은 이를 막지 못했다. 이소영과 세터가 전위일 때는 블로킹 높이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상대 이동공격을 좀처럼 견제하지 못한 데는 전위에 이소영이 있던 영향도 무시할 순 없었다. 약한 서브와 상대적으로 낮은 블로킹 높이가 겹치면서 디그 상황 자체가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전진 수비를 하는 다른 팀과 비교해 수비 위치에 관한 언급도 조금씩 있었다.
 

 

 
다행히 서브 위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미들블로커 높이 문제는 조금 가릴 수 있었다. VNL 초반만 하더라도 이소영을 제외하면 유의미하게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서버가 없었지만 중반 이후 박은진과 안혜진, 염혜선 등 플로터 서브를 좀 더 공격적으로 구사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서브 위력은 나아졌다. 특히 박은진은 서브로 여러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는데, 5주차 브라질전 2세트 14-21에서 22-21 역전을 만드는 과정에 박은진 서브가 있었다.
 
목적타 서브를 공격적으로 구사하면서 상대 리시브를 흔들고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내 반격 과정을 이끌었다. 여기에 상대 범실도 유도하며 흐름을 가져오기도 했다. 박정아를 윙스파이커로 투입했을 때는 김연경이 후위에 있어도 블로킹 높이에 큰 공백이 생기지 않아 상대 미들블로커 이동공격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었다(대표적으로 세르비아전이 그랬다). 당장 미들블로커 높이 자체를 어떻게 채울 수는 없기에 VNL에서 보여준 서브를 더 정교하고 공격적으로 갈고 닦아야 수비 문제는 더 나아질 수 있다. 5주차에 강팀인 브라질, 터키 상대로도 서브가 효과를 봤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브 위력이 좋은 편인 김희진이 합류했다는 점과 미들블로커진에 좀 더 높이와 경험을 더해줄 김수지가 추가됐다는 점은 수비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김수지 역시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많은 기회를 받은 선수고 경험 역시 풍부하다. 이동공격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VNL 후반부에 확인한 희망
 

 

VNL에서 수비보다 두드러진 문제였던 공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김연경-박정아 윙스파이커, 정지윤 아포짓’ 조합을 주로 내세운 4주차 이후 기록은 확실히 좋아졌다. 드러나는 수치로만 보더라도 3주차까지 34.11%였던 팀 공격 성공률은 4주차 이후 40%를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정아는 익숙한 자리로 돌아오면서 기대하던 수준의 결정력을 보여줬고 정지윤도 아포짓 스파이커로 비교적 나은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이뤄지는 장면이 나왔다. 세터와 공격수 호흡도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졌고 세터들도 반격 과정에서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수를 이동시켜 V-리그에서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 시간차 공격을 시도해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공격 전개 역시 나쁘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이 최종 엔트리 발표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포지션이라는 미들블로커진은 VNL에 함께한 양효진, 박은진에 2019년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까지 자주 출전한 김수지가 합류하면서 완성됐다. 양효진은 현재 국내 미들블로커 중 가장 높이가 좋고 박은진은 이동공격과 특히 서브에서 강점을 보여줬다. 김수지는 높이가 나쁘지 않고 이동공격, 서브까지 준수한 데다 경험이 많다는 점도 강점이다. 새로운 미들블로커 조합이 도쿄올림픽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FIVB

서영욱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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