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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8월 30일 프로축구 2부 리그인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 FC안양의 경기. 안산 공격수 강수일(34)이 상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슛으로 1대1 동점을 이끌었다. 그런데 강수일은 축하하러 달려오는 동료들을 손으로 막아서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 ‘사죄 세리머니’는 축구 팬들의 화제를 모았다. 1일 까지 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112만회를 올렸다. 강수일을 최근 안산 그리너스 홈구장에서 만났다.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의 강수일이 지난 8월 30일 FC안양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은 뒤 어두운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사죄 세리머니’였다. 그는 2015년 음주운전 등으로 임의 탈퇴 처분을 받고 외국에서 프로 생활을 이어가다가 지난 3월 국내로 돌아왔다. /프로축구연맹
“골을 넣고는 여러 생각이 났어요. 어머니와 아버지, 그때 소속팀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 사람들, 저에 대한 기대를 배신당한 팬분들. 그럼에도 올해 저를 품어준 안산 팬분들, 감독님과 팀 동료들….”
그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말을 이어나갔다. 복잡한 감정이 높은 파도처럼 마음속에 몰아쳤다고 한다. “’어쩌지’ 하다가 그냥 고개 숙여 인사하게 됐어요. 감사함과 미안함, 후련함, 부담감 등등… 설명하기 어렵죠.”
강수일은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동두천에서 자랐다. “겉모습이 달라서 괴롭힘을 자주 당했다. 축구를 하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싸우는 게 일이었다”고 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K리그에 데뷔, 2015년 제주 유나이티드와 함께 날아오르고 있었다. 2014 K리그 올스타전에서 그라운드를 누볐고, 2015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국가대표팀에 혼혈 선수로선 처음으로 뽑혀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눈앞에 뒀다.
승승장구하던 중 두 사건으로 거짓말처럼 몰락했다. 2015년 6월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당했다. 국가대표 데뷔를 앞두고 수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발모제 연고를 사서 얼굴에 발랐는데,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어 적발됐다고 한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진술을 인정받아 출전 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문제는 그로부터 두 달 뒤 했던 음주운전이었다. 그의 축구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당시 경찰에 적발당했을 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동승자와 자리를 바꾼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들통났다.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임의 탈퇴’ 처분을 받았다. 제주 구단이 철회하지 않으면 국내에서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어떤 마음으로 경찰을 속이려 했는지 물었다. “한 차례 잘못(도핑 테스트 적발)한 탓에 위축됐었어요. 순간 두려움이 몰려와 판단력이 마비됐어요. 어리석었죠. 무언가 탓이라도 하고 싶은데, 100% 제 잘못이었어요.” 한 번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가장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에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 때 제 손으로 소중한 것들을 전부 버린 거였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손발이 저릿할 정도로 후회스럽습니다.”
‘임의 탈퇴’ 처분을 받고 나서 자숙하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일본과 태국을 오가며 프로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매일 쓴 일기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자책과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 써있었다. 매년 말 제주 유나이티드에 사죄 편지와 전화 끝에 지난해 12월 ‘임의 탈퇴’ 처분이 철회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했다. 그리너스 관계자는 “갑론을박이 매일 있었으나 강수일 선수를 직접 만났던 직원들이 강하게 주장한 끝에 영입을 결정했다”며 “후배들을 이끄는 라커룸 리더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고 했다.
안산 구단 관계자는 “강수일 선수가 두 달에 한 번꼴로 손편지를 주전부리와 함께 안산 구단에 보낸다”며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고 해서 민망할 지경”이라고 했다. 강수일이 A4 용지에 쓴 손편지에는 ‘기회를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낮은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이 써있다. 그는 팀 내 최고참으로서 항상 경기를 앞두고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는다. “잘하고 있을 때 매사 조심해야 한다는 것, 잘 안 될 때는 더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늘 알려주려 하죠. 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게 저희 같은 프로 선수예요.” 시간이 나면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후원하는 봉사 활동도 한다.
그에게 앞으로 ‘죗값’을 어떻게 치러나갈 예정인지 묻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되물었다.
“죗값을 어떻게 계산하나요? 얼마였는데, 지금까지 얼마를 치렀고… 그렇게 계산할 수는 없잖아요. 평생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갈 거예요. 죄송한 마음으로 지내는 게 편합니다.”
‘모른 척, 아닌 척 살아도 되지 않느냐’고 하자 다시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피하려다가 더 큰 잘못을 했어요. 정교하게 합리화를 해도 마음 한 편은 늘 답답할 거예요.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사제공 조선일보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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