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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실 감독 “세트 따면 운전기사도 수당 지급…그런데 이겨 버리네요”

드루와 0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 전화 인터뷰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9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과 1라운드 마지막 대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초반부터 애들이 너무 치고 나가니까, ‘이것들이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불안하기도 합니다.”

김형실(69)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구단 역사상 첫 승리 소감에 대해 10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불안하다고는 했지만, 전화기 너머 목소리엔 선수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페퍼저축은행은 전날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과 경기를 3-1로 따내며 역사적인 첫 승을 기록했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V리그에 새로 합류했다. 평균 나이는 21살. 리그에서 가장 어리다. 워낙 신인 위주인 만큼, 이들의 1라운드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은 적었다. 하지만 막내들은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며 6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다.

“밥그릇 개수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김형실 감독도 애초 팀의 승리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세트수당이다. 패배하더라도, 따낸 세트만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버스 기사까지 모두 세트수당을 받기로 했다. 코믹하기도 하고,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만든 거다. 그런데 이겨 버리니까…. 이기면 세트수당은 못 받는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언제 승리를 직감했을까. 사실 전조는 오전 훈련 때도 있었다. 엘리자벳(22)이 “팔딱팔딱, 파이팅이 넘쳤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팀 김희진과 김수지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배구 짬밥’으로 김 감독은 이들이 심리적 압박감에 눌려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결정적으로 이현(20)이 경기 첫 서브를 득점으로 연결한 뒤엔 정말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9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과 1라운드 마지막 대결에서 창단 첫 승을 거둔 뒤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2012 런던올림픽 기적의 4강 이후 행정업무를 맡아온 그는 오랜만에 선수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며 “같이 뛰고, 소리도 지르고, 볼(공)도 만지고 있다”고 했다. “배구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은 그의 예상을 항상 넘어선다. 시즌 목표로 5승을 제시하면 선수들은 6승을 얘기하고, 2∼3라운드 승리를 예상하면 1라운드 승리를 따내 버린다. 김 감독이 행복한 걱정에 빠진 이유다.

김 감독은 이날 오전부터 어제 경기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위 현대건설보다 기사가 더 많다. 많은 관심에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그는 “저희 팀도 견제 대상으로 바뀔 테니 걱정”이라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기삿거리를 드리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력은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 감독과 페퍼저축은행이 앞으로 어떤 새 역사를 쓸까. 페퍼저축은행은 13일 선두 현대건설과 안방 염주종합체육관에서 맞붙는다.


 

기사제공 한겨레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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