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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그 후, 김민선도 울고 이상화도 울었다[스경X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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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 출전한 김민선이 결승선 통과 후 숨을 몰아쉬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경기장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케이트 경기장에서는 경기를 치른 김민선(의정부시청)도, 중계석에서 그를 지켜보던 이상화 KBS 해설위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김민선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 60을 기록해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이상화 해설위원이 지난 13일 김민선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베이징 | 김하진 기자

 

 


여자 500m는 앞서 이상화 해설위원이 3대회 연속 메달을 차지했던 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18년 평창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이 부문 세계신기록(36초36)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기록은 이날 경기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 에릭 잭슨의 기록은 37초 04였다.

이번 대회는 이상화 해설위원 없이 처음으로 치르는 대회다. 이 해설위원 조차 “어색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대를 이어 주목을 받은 선수는 이 위원이 ‘후계자’로 지목했던 김민선이었다. 김민선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이 종목 16위를 기록했다. 이 위원에 이어 메달 행진은 이어가지 못했지만 순위를 10위 안쪽으로 끌어올리며 희망을 봤다.

레이스를 마친 김민선은 퉁퉁 부은 눈으로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민선은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경기,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100%는 아니지만 목표했던 것과 비슷하게 만족스러운 경기 한 것 같아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눈물의 의미로는 “사실 평창 올림픽을 끝내고 베이징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부상이 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런 시간을 잘 이겨냈고 그런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민선은 평창 대회 직전 허리 부상으로 고생을 했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아쉬움으로 고개를 숙였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이겨낸 자신을 향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이날 김민선의 초반 스타트는 좋았다. 초반 100m 구간을 10초 43에 끊은 김민선은 앞서 달린 선수들까지 포함해 3위 기록을 냈다. 이후 다소 페이스가 떨어져 골인 시점 기준으로 5번째로 빠른 기록을 냈다. 이후 달린 선수 가운데 2명이 추월하면서 김민선의 순위는 7위로 확정됐다.

김민선은 “100m를 지나고 나서 코치님이 기록 판을 보여주셨을 때 좋다는 생각을 했다. 베이징을 준비하면서 100m구간의 기록을 줄이는데 집중하다보니까 그 부분에서는 준비를 잘 했다고 느껴진다”면서도 “400m구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보니까 전체 결과에서는 만족스러운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초반 100m 기록에는 이 위원의 조언도 한 몫을 했다. 김민선은 “굉장히 디테일한 피드백이라서 자세히 설명드리기는 어렵지만 준비 자세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뛰어나갈 수 있는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화 후계자’라는 수식어는 힘을 내게 만든다. 김민선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상화 언니처럼 잘 타서 빨리 메달을 타고 싶다”고 말했다.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 자욱이 남아있었지만 김민선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이번 경기는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경기가 된 것 같다”며 “4년 뒤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새겼다”고 전했다.

중계석에서는 눈이 빨간 채로 텅빈 경기장을 바라보는 이 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눈물을 훔쳤던 이 위원은 “민선이가 4년 전 보다 초반도 빨라졌다. 코너도 좋고 아웃코스에 배정되어서 메달 욕심이 내심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쉽다”면서 “본인은 후회없는 경기했다고 해서 안심인데 조금 더 앞 조에 붙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뒷 조면 내가 경험해 봐서 강심장 아니면 겪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잘 견뎌내줬다”고 기특해했다.

이 위원은 “일단 톱10 안에 들어간 것 자체가 잘 했다. 금메달을 못 땄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줬고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지금의 꾸준함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상화 언니처럼 메달을 따고 싶다’던 김민선의 말을 전해들은 이 위원은 “또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 “무조건 딸 거다. 상위권에 드는게 정말 쉬운게 아니다. 멘털을 강하게 잡고, 더 도움을 주고 싶다. 4년 뒤에는 포디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또 이 위원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이가 있다. 바로 친구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다. 2018 평창 대회 당시 이상화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던 고다이라는 이날 38초09를 기록하며 세월을 실감케 했다.

이 위원은 “고다이라가 초반 스타트는 좋았는데 중간부터 흐름이 끊겼다.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서 보기 힘들었다”며 “너는 챔피언이니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는데 아쉽다. 끝나고 입상한 선수들을 격려해주는거 보면 본인도 힘들텐데 남들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00m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베이징 |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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