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가 가장 힘들지 않을까요?" 페퍼저축은행 하혜진이 남긴 이 말 한마디에서 주장 이한비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객관적인 전력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 3승(승점 25점, 25패),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과 투혼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의 시련과 아픔은 내일의 희망과 달콤한 열매가 될 거라 팬들은 굳게 믿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페퍼저축은행의 중심을 잡고 있는 주장은 이한비다. 팀의 주전 윙스파이커로도 활약 중인 가운데 그 누구보다 많은 부담감과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올 시즌 팀이 치른 28경기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선수층이 얕은 팀 사정상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수장 김형실 감독 역시 "이한비가 주장이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 누구보다 많은 고생을 하는 선수"라고 경기 인터뷰 때마다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하혜진 역시 문슬기, 이한비와 함께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특히 이한비와 하혜진은 동갑내기 친구. 페퍼저축은행 팬들에게 '할무니', '할부지'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혜진도 부담감을 갖지 않고 경기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한비에 비하면 자신의 부담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한비 어깨에 있는 주장의 무게, 고충, 부담은 겪은 자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만남을 가진 하혜진은 "한비랑은 고민 이야기도 하고, 애들 케어 같은 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팀 방향성에 대해 고민도 하고, 어떻게 해서든 팀 분위기를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옆에서 고생하는 친구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이한비 역시 타팀에 가면 중간 라인에 속하지만, 평균 연령 20대 초반의 페퍼저축은행에서는 문슬기(1992년생)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사실 한비가 지금 가장 힘들 거예요. 물론 팀의 주장은 다 힘들죠. 그런데 한비는 신생팀 주장이고 아직 나이도 어리잖아요. 책임감, 무게감이 배로 들 거라 생각해요. 저는 감독님 다음이 주장이라 생각해요. 자기만 생각해도 힘든데 선수, 팀 케어 등 모든 것을 다 생각해야 하잖아요. 많이 힘들 거라 봐요." 하혜진의 말이다.
주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트 위 활약도 좋아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격려는 물론이고, 때로는 동료들에게 쓴소리도 내던질 수 있어야 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한다. 어쩌면 코트 위에서 보다 코트 밖에서 해야 될 역할이 많다.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한비는 동료들과 팬들의 응원으로 힘을 내고 있다. 이한비는 지난해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고, 잘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무엇이든 배우려 한다.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주장으로서 함께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감독님, 코치님, 트레이너 선생님 그리고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느덧 창단 첫 시즌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24일 광주에서 GS칼텍스와 경기를 통해 잔여 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시즌 목표로 설정했던 5~6승까지 2승에서 3승 정도 남았다.
하혜진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아쉬웠던 경기가 너무나 많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고 싶다. 우리 선수들 지금 모두 열심히 잘 하고 있으니 남은 경기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과 부상 없이 시즌 마무리 잘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용인/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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